프랑스 우선주의와 외국인·이슬람에 대한 반감, 프렉시트(Frexit·프랑스의 유럽연합 탈퇴)를 전면에 내세운 극우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후보는 참패하게 됐다. 프랑스의 한인사회도 다소 안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크롱은 현지시간 오후 6시쯤 자신의 압도적인 승리를 예측한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루브르박물관 광장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우리의 오랜 역사에 새로운 장이 오늘 밤 시작된다. 나는 이것이 희망과 새로워진 신뢰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크롱의 승리로 프랑스 정치권력구도에도 큰 변화의 조짐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은 중도좌파 사회당이나 중도우파 공화당 소속이 아닌 '비주류' 후보이기 때문이다.

주요 양당에 속하지 않은 정권 탄생은 지난 1958년 프랑스 제5공화국 출범 이후 60여년 만에 처음이다. 앙마르슈의 정식 명칭은 "정치쇄신을 위한 협회"이다.

과거 사회당 소속이었던 마크롱은 전직 투자은행가 출신으로 현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에서 경제장관을 지내면서 좌경화된 당에 답답함을 느꼈다.

마크롱은 지난해 4월 '좌·우파를 모두 아우르는' 중도 성향 '앙마르슈'를 창당하고 이어 8월 사회당에서 탈당했다. 프랑스 하원 577명·상원 348명 중 앙마르슈 소속 의원은 단 한 명도 없다.

이렇듯 마크롱의 정치성향은 '제3 지대'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정치·사회적으로는 불평등 해소와 온 국민을 위한 기회진작 등 좌파 정책을, 경제적으로는 우파에 가까운 친기업적 정책을 펼치는 중도 성향을 표방하고 있다.

그는 유럽통합과 세계화의 폐단은 고치되, 앞으로 '나가자'고 주장한다. 이러한 마크롱의 정치적 야망은 앙마르슈라는 소속당 이름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틀에 박힌 이데올로기를 거부하면서 실패한 기득권 정치을 개혁하겠다는 신선함과 과감함이 연이은 사회당과 공화당 정권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마음을 흔든 것으로 분석된다.

에마뉘엘 장-미셸 프레데릭 마크롱(Emmanuel Jean-Michel Frédéric Macron)

마크롱은 앞으로 노동법을 완화하고 소외 지역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며 자영업자에 대한 보호책을 제고하겠다는 자신의 주요 공약을 이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사회적으로는 브렉시트를 성공적으로 이끌되 유럽연합(EU)의 틀을 지키면서 체제를 개혁하는 일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국정운영이 원활할 수 있으려면 총선에서의 승리가 필수적이다. 뉴욕타임스는 마크롱은 벌써 그를 지원할 정당은 없지만 지지할 정당을 얻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마크롱은 하원 577명의 후보 중 절반을 여성으로 꾸리겠다고 밝혔다. 전체 후보 중 절반은 정치 경험이 없는 사람을 데려오겠다고도 약속했다. 이미 공천이 완료된 14명 중엔 사회학자·농부·병원 매니저·변호사 등이 있다.

마크롱의 앙마르슈가 내달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달성하지 못하게 되면 자연적으로 코아비타시옹(cohabitation)이 발생한다. 정치적으로 이념이 다른 정파, 대개 좌우파가 대통령과 총리를 나눠 맡는 동거정부를 의미한다.

정성용 기자 기사 더보기

webmaster@newstokt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