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 우려했다. 정부여당이 기어코 막겠다고 약속했다. 지역출신 국회의원들과 경제단체, 노동조합, 시민단체, 대학생들이 동참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산업구조가 취약해서 먹고 살기도 팍팍한 데 광주지역에서 쓸 만한 기업들이 스스로 알아서 빠져나가거나 어떤 이유로든 팔려나가서는 안된다고 말이다.

국가경제는 말할 것도 없고 호남경제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질 수밖에 없기에 이를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가고 있지만 힘은 미약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 속에서도 금호타이어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국가이익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명색이 국책은행에서 한다는 짓거리가 그렇다는 얘기다.
자신들은 중국의 더블스타와 이미 맺은 계약을 이행해야지 국가와 호남 경제가 어찌되든지 관여할 바가 아니라는 태도다.

실제로 산업은행은 26일 오후 금호타이어가 당초 제시한 상표권 사용 조건 원안(0.5%, 20년 의무사용)을 전격적으로 수용한 게 그 반증이다. 그리고 상표권을 사용함에 따라 발생되는 약 2,700억원에 이르는 차액에 대해서는 채권단이 보전해준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채권단의 결정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고 말았다.
물론 박 회장은 이를 금호타이이어 인수대금(9550억)의 감액으로 해석해 계약위반이기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다. 특히 금호타이어가 방위사업체인 만큼 정부의 인수 승인 결정도 남아있다.
금호타이어로서는 드러내놓고 얘기할 수 없지만 최종 계약완료기간인 9월16일을 넘겨 매각이 무산될 경우 살아남을 수가 있다.

그렇지 않고 만에 하나 금호타이어가 더블스타에 넘어가게 되면 광주의 산업기반은 순식간에 무너질 수 밖에 없다. 사드배치 문제로 가득이나 한국경제가 움츠러들고 있는 상황에서 금호타이어 마저 쌍용자동차 처럼 중국으로 넘어가게 된다면 ‘먹튀 논란’이 또 다시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국부유출은 물론 고용불안정이 심화될 것은 뻔한 이치다.그도 그럴 것이 더블스타는 콘소시엄이나 펀드 조성 등을 통해 차입한 돈으로 금호타이어 지분 42%를 매입했기 때문에 만일 금호타이어가 넘어가게 되면 제일 먼저 광주,곡성,평택의 공장을 일차적으로 매각해 현금화한 뒤 차입금 상환에 나설 수 밖에 없다.

그리되면 금호타이어가 70년간 쌓아온 기술과 노하우는 고스란히 이전되고 국부유출이 되면서 문을 닫게 된다.
현재 광주·곡성공장에는 근로자 3,800명의 가족과 부모 등 18,800여명을 비롯 수급사 23곳과 그리고 협력업체와 대리점 190여 곳의 근로자와 가족 등 모두 59,000여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거라는 우려가 그래서 나온다.

이러한 고용불안 속에 광주시민을 더욱 애처롭게 만든 것은 광주의 한 대기업인 경방이 베트남으로 이전한다는 반갑지 않는 소식이 들린다. 엊그제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과 산업용 전기료 인상이 주된 이유라고 한다. 현재 광주공장 근로자 155명에 대한 일자리도 불투명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광주의 전남방직도 전국 6곳 중 3곳의 공장을 닫을 처지에 있다. 임동공장(100명)과 평동공장(120명),그리고 전남 영암공장(170명) 근로자 390여명도 구조조정 대상이다.

앞서 지난해의 경우 광주 제조업 총생산량의 17% 가량을 차지하는 삼성전자 광주광장 가전라인이 베트남으로 이전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오그라질 대로 오그라든 광주지역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광주의 기업체들이 이리저리 빠져나가고,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국정 100대 과제로 채택한 ‘광주형 일자리’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비난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광주지역 향토기업들이 모두 쉽게 떠난 상황에서 앞으로 몇 년이 걸릴지도, 방향도 제대로 잡히지 않는 ‘광주형 일자리’효과가 언제 나타날지도 의구심이 든다. “광주형 일자리가 뭐냐”고 물어보면 이를 제대로 아는 시민들이 별로 없다. 추상적 개념만이 난무할 뿐이다.

연봉 기준 4,000만원 수준의 적정임금으로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자는 게 ‘광주형 일자리’핵심이 아닌가. 현재 조성중인 빛그린 산단에 전기 상용차와 EV스쿠터, 특장차 중심의 생산 공장을 끌어들일 계획이다.

하지만 말만 무성하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아무런 후속대책이 없어 답보상태다.

이쯤에서 문재인 정부와 광주시는 어차피 ‘광주형 일자리’가 장기적인 접근과 시간이 필요한 만큼 지금 당장 해외로 떠나는 기업을 어떤 형태로든 붙들어 매고 필요하다면 재정적인 지원을 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수십조에 달하는 추경안을 통과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도 있는 기업을, 그것도 중국에 뺏겨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정부도 그렇지만 윤장현 시장은 광주경제의 콘트롤 타워로서 시 차원의 테스크포스팀을 만들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고 더 나아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알량하게도 광주시의회는 아직도 금호타이어 해외이전과 관련한 성명서 하나 발표하지 않고 있다.

광주상공회의소 역시 지역 상공인들의 중심에 서 회원사를 보호하면서 호남출신 국무총리 방문 등을 통해 발벗고 나서야 함에도 성명서 발표 정도에 지나지 않아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귀족노조’라 불리는 금호타이어 노조원들도 자신의 이해관계 속에서 두 파로 나뉘어 밥그릇 싸움만 해서는 안된다.
그런만큼 광주가 하나 되고 응집력있게 금호타이어 해외이전을 막는 데는 광주시가 중심이 돼야 한다.

이를 눈뜨고 지켜보면서 지난 94년 임명직 마지막이었던 강운태 전 시장의 담판이 무더위 속에 청량감 있게 떠오른다.

과거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을 몇 시간 동안 기다린 뒤 어렵사리 만났단다. 그리고는 “만일 삼성전자가 광주에 공장을 설립하지 않으면 시민적 불매운동이라도 나서겠다”고 윽박질러 약속을 받아냈다는 얘기 말이다.

박병모 기자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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