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면 웬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반문하고 싶을 게다. 적어도 보릿고개를 지나며 자라왔던 이른바 나이 먹은 ‘쉰세대’는 말이다.
당시 학부모나 학생들이 바라고 원하는 직업군을 꼽으라면 단연코 판ㆍ검사, 그리고 장군 같은 빽 있는 사람을 꼽았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사회가 다양화되면서 과거엔 ‘딴따라’로 통했던 연예인 같은 스타들이 요즘 들어 ‘인기 짱’이다.

이처럼 세태의 급변 속에서 최근 문재인 정부가 지난 3월 대선공약으로 내건 ‘미래의 희망, 어린이를 위한 나라’가 전남교육현장에서 불씨를 지피고 있다.
어린이에게 쉴 권리와 놀 권리를 보장하자는 내용의 ‘전라남도 교육청 어린이 놀 권리 보장에 관한 조례안’이 최근 도의회 본회의에서 통과됐기 때문이다.

대표 발의한 박철홍(민주당)의원의 말마따나 그동안 일부 지자체 조례에 비슷한 내용이 포함된 적은 있으나 정식 조례로 만들어진 것은 ‘전국 첫 사례’란다.
조례안은 내년부터 시행되고, 전남지역 유치원생 및 초등학생이 대상이다. 이를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 ‘놀권리 보장위원회’를 두기로 했다.

이번 조례안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문재인 정부의 키워드인 협치와 부합된다. 도의회와 교육청 간 글로벌 시대 흐름에 발맞춰 전남교육의 미래를 견인하겠다는 의지의 산물이기도 하다.

어린이들이 휴식, 여가, 놀이를 학교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우리나라, 아니 전남에서 처음으로 실천하겠다고 발벗고 나선 셈이다.
모든 어린이들을 과거의 잘못된 교육관 속에 가두지 말고 글로벌 시대와 미래를 위해 키워나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그래서다.

그렇다면 박 의원이 발의한 조례가 그렇지 않아도 재정자립도가 빈약한 전남교육현장에서 뿌리내릴 수 있을지 걱정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장만채 전남도 교육감

하지만 이러한 우려는 전남교육을 이끌어가고 있는 장만채 교육감의 교육철학과 가치를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기우에 그칠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과 비전이라도 이를 수행할 주체기관의 의지가 확고하다면 첫발을 떼는 순간 절반이 완성된 거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놀 권리 조례안’이 선선하게 회자되고 있는 것은 전남도교육청이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예견이라도 한듯 학교교육을 내실있게 추진하고 있는 점에서다.

장 교육감의 교육철학은 아이들의 꿈을 키우는 자체가 행복한 것이고. 잘 배우기 위해서는 잘 뛰어놀아야 한다고 늘상 강조해왔다. 그래야 장 교육감이 슬로건으로 내건 ‘당당한 인재’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공부를 잘해야 출세한다는 앞서 말한 ‘쉰세대’ 주장을 뒤엎은 셈이다.

왜냐면 어린이가 잘 놀아야 힘을 얻고, 집중도가 높아지면서 자기주도적인 학습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일부 학부모들이 그러하듯 정규학습 외 학원 등 사교육현장으로 정신없이 내몰게 되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그만큼 몰입이 안 되면서 자율성이 떨어져 홀로 설수 없다는 것이다.

전남도교육청은 공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창의와 융합을 모토로 한 ‘지적 역량’, 자율과 배려 나눔의 ‘인성 역량’,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 역량’ 등 3가지로 대별되는 교육핵심역량사업을 내세운 것도 그러한 연유에서다.

전남도 교육청이 내건 전남교육 5대 시책은 그래서 주목을 받는다.
교육력을 키우는 게 핵심 포인트인데, 이를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비단 학교만이 아니라 학부모, 지역사회가 더불어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첫째로 배움이 즐거운 학생, 두번째는 열정으로 가르치는 교원, 셋째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 넷째, 함께하는 교육공동체, 다섯째로 학생중심 교육행정을 들고 있다.
이 가운데 배움이 즐거운 학생은 학교가 놀아주고. 꿈을 키워주고, 재미있어야 하고, 그래야 어린이들이 학교에 오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전남 교육 4대 역점과제 가운데 200여개에 달하는 ‘무지개 학교’는 혁신학교 운영차원에서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독서토론 수업 활성화’는 창의와 융합 시대를 맞아 독서를 통해 사고력과 상상력을 키워주면서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의사소통 능력과 발표력, 문제해결 능력 키워주는데 알토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점과제의 백미라 할 수 있다.

거기에 ‘작은 학교 희망 만들기’는 학교 특성에 맞춰 강점을 살린 특화된 교육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강진 옴천 초등학교의 ‘산촌 유학’이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 경기, 충청권에 있는 학생들이 역으로 산골마을인 옴천 초등학교로 전학을 온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도시에서는 볼 수 없을 정도로 학생수가 적어 일대일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는 데다 천혜자원과 지형 등의 장점을 살리면서 특색있는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기에 그렇다.

특히 학원이 없기에 마을 내 학부모들도 일제히 나서 재능기부 형태로 방과 후 수업을 한단다. 그러다보니 이제 도시학생들이 산골학교로 ‘산촌유학’을 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참여와 함께 전남교육청이 내건 교원의 전문성 확보도 한몫 거들고 있다. 전문성을 지닌 교사끼리 동아리를 만들어 수업 나눔을 하거나 교과 연구회를 만들고, 더 나아가 연수를 통해 생활지도 교육도 곁들인다.

따라서 전남교육은 현재 직업과 진로교육이 다변화로 가는 추세와 흐름을 제대로 읽고 대응하면서 전남지역 어린이들이 쉬고 놀게 하되 당당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미래희망...어린이 나라’ 대선 공약과 맞닿아 있다.

말 그대로 직업과 진로교육이 다변화된 시대에서 어린이들을 한 줄로 줄 세우는 교육보다는 자신의 끼와 재능과 취향을 살려주는 맞춤형 전남교육은 앞으로 울림이 클 것이다. 어린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산촌유학’ 형태의 '장만채식 전남교육'이 빨리 자리매김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병모 기자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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