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자녀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무릎이라도 다칠까봐 노심초사해서다.

그 자녀는 어느덧 세월과 함께 고희를 넘기게 됐고, 이제 추억을 반추하면서 부모들의 근심어린 걱정을 다시한번 새록새록 되새긴다. 그리곤 살포시 웃는다.

그래, 이제 나도 나이가 지긋이 먹었고, 어릴때와는 다르지만 거동이 불편하기에 토방을 조심해야지 하면서 말이다.

주로 옛날식 주택에서 볼 수 있는 ‘토방’은 방에 들어가는 문 앞에 널빤지를 깐 마루와 마당 사이에 마당보다 조금 높게 단처럼 만들어진 게 특징이다.

쪼그려 앉아 늘상농사일을 하다 보니 무릎이 불편하거나 관절이 아픈 시골 어르신들이 오르내리는 데 여간 쉽지 않다는 점에 착안했다.
유두석 장성군수가 바로 그다.
그냥 지나쳤을 법 하지만 유 군수는 어릴적 자신의 부모를 생각하다보니 토방이 지나치게 높아서 다니기 불편하다는 하소연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단다.

이런 아이디어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시행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래서 유 군수가 고안해 낸 게 '토방(土房) 낮춤사업'이다.

마당과 토방 사이에 계단이나 난간, 경사로를 설치해 '장애물을 없애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사업' 방식이다.
지난 5월 우선 사업 추진 대상 22가구를 선정했고, 8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애시당초 기초생활수급권자와 차상위 계층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하려 했지만 대상범위를 넓혀 수급권자에 포함되지 못한 저소득층 장애인과 거동 불편인 등 주거약자로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여기에 드는 사업비는 장성군이 전국 최초로 제정한 '건축 진흥 특별회계에 의한 불법건축물 이행 강제금 수입'으로 충당한다.

효과적인 사업을 위해 장성군은 2000년 이전에 준공한 주택 1만389가구 전체를 직접 방문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유두석 장성 군수는 "어르신과 장애인을 비롯, 다리가 불편한 분들이 토방을 오르내리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주거약자를 배려하는 장성군 대표적인 수요 맞춤형 정책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병모 기자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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