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정했다는 광주형 일자리 아직 갈길 멀어

시민시장의 기치를 내걸었던 민선6기 윤장현 시장의 지난 3년간 성적표는 어떨까?

우선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 때 출마할 것인지, 출마하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는 가운데 담대한 변화를 추구했고 임기 동안 있었던 굵직한 이슈들은 나름대로 잘 치러냈다는 평가이다.

시민시장답게 자주 시민들과 가까이, 그리고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는 시장으로서 따뜻한 아버지나 형님같은 이미지를 심어주었다는 점도 인정된다.

반면 주요 정책의 의사결정이 지지부진하거나 산하 기관장 선임에 따른 인사문제가 투명하지 못했거나 시간끌기가 심했다.

시민참여형 의사결정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만큼 시정의 담대한 결정이 부족했고 문화도시로서의 장기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눈앞의 행정에 치중했다는 지적도 있다.

윤 시장은 민생을 향한 정직하고 담대한 변화로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광주의 미래를 다졌다고 자평했다. 격랑과 한계 속에서도 희망과 기대감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시민에게 낮은 시장, 소통하는 활발함 보여

윤 시장은 22일 시청 5층 브리핑룸에서 민선6기 3년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3년의 소회와 성과, 향후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윤 시장은 광주의 최우선적 과제는 ‘일자리’라는 인식을 갖고 중앙정부 보다 앞서 청년정책과 일자리정책을 선제적으로 펼쳐왔다.

이 방안의 하나로 수소자동차와 전기자동차를 잇는 자동차 100만대 생산 기지를 확보하기 위해 '연봉 1억원' 대의 임금체계에서 기업투자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연봉 4천만원대라는 광주형 일자리라는 개념을 도입해 이를 추진했다.

윤 시장은 3대 먹거리인 친환경자동차, 에너지 신산업, 문화융합콘텐츠산업은 4차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는 핵심 산업이 돼 광주의 산업지형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고 평가했다.

완성차 100만대 조성도시에서 궤도를 수정한 친환경자동차 부품클러스터 조성사업은 국가사업으로 확정돼 빛그린산단에 조성 중이다. 에너지밸리 국가산단 착공, 제2 지방산단 조성사업 추진 등도 성과다.

송암공단 첨단실감콘텐츠 제작 클러스터 조성사업, 100대 강소기업, 광융합산업, 생체의료산업 육성, 공기산업, 액티브 에이징(Active Aging) 등 미래형 산업도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노·사·민·정 사회적 합의와 대타협을 통한 연대 임금, 노동시간 단축, 노사 책임경영, 원·하청 관계 개선을 골자로 한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주창해 중앙정부에서도 관심을 둘만큼 민선6기 윤 시장의 최대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실제로 임기내에 이러한 광주형 일자리가 도입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문화 분야의 경우 아시아문화전당권을 중심으로 한 프린지 페스티벌, 양림동-동명동-대인시장-남광주시장-중외공원을 잇는 문화벨트, 광주호수생태원을 중심으로 한 남도피아 조성사업 등은 문화를 통한 도시의 활성화, 경쟁력 제고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특색없는 이벤트성 문화행사가 주류를 이루었고 광주형 문화도시다운 면모를 드러낼 수 있는 문화정책이나 문화콘텐츠 등 광주만의 차별화된 문화먹거리를 창출하는 데는 거의 무관심할 정도였다는 것이 지역 문화계의 중론이다.

특히 수많은 문화계 인사들은 광주의 곳곳에서 일년 내내 매주 치러지는 ‘페스티벌’은 축제가 아니라 고욕이라 할 정도로 참가하는 예술인은 물론 플리마켓 셀러들까지 피로감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매주 비슷한 행사가 곳곳에서 나누어 분산 개최되면서 투입예산이나 인력에 비해 이를 찾는 관람객이나 참여자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직하고 폭넓은 소통, 권위주의 탈피,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배려, 시민이 참여하는 협치와 협업시스템 도입 등은 윤 시장의 핵심 시정 키워드였다.

권위적이고 경직되며 계량화된 행정에서, 솔선수범해 낮은 자세로 다양한 시민의 소리를 경청하려는 노력은 이전 관료 출신 시장에 비해 긍정적 평가를 받고 남음이 있다.

다만 논란과 갈등이 적지 않았던 주요 정책의 의사결정과정은 물론 민원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장이 약속하거나 지시했던 일들은 상당수가 ‘립서비스’에 그쳤다는 시중여론 등을 본다면 그는 아직도 행정 초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이다.

지역 이슈 해결 등 호평 ‘자평’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찢기고 상처난 5·18과 광주정신을 바로 세우고, 다양하고 구체적인 청년정책과 시민참여 혁신행정, 2015년에 열린 '세계 대학생의 올림픽',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U대회) 등은 단연 돋보이는 성과다.

특히 5·18 헬기 기관총 난사와 오월 왜곡·폄훼에 맞서 시민과 함께 차분하고 당당하게 준비해오고, 문재인 정부로부터 오월정신의 헌법 전문(前文) 게재와 진상 규명,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 등 '광주'의 오랜 바람에 대한 '답'을 이끌어냈다는 점은 역사적 성과로도 평가받는다.

도시철도 2호선, 어등산 관광단지 개발, 롯데마트 불법 재임대, 제3순환도로 자본재구조화,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재협상 등을 둘러싼 잘못된 행정도 바로잡았다는 호평을 받았다.

세계수영대회가 우여곡절 끝에 가속페달을 밟게 됐고, 광주-대구의 숙원사업인 '5조 내륙철도'가 첫 단추를 꿴 점, 광주와 전남·북 3개 광역자치단체가 전라도 천년사업에 맞손을 잡은 점도 긍정적 평가다.

시민 안전을 행정의 핵심과제로 끌어 올린 것도 성과다. 한빛원전과의 핫라인설치, 도심 전광판 방사선량 수치 실시간 공개 등은 시민안전을 행정의 핵심과제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감성행정으로 발달장애인 지원센터 개소 등 소수자와 약자를 보살피는 정책도 민선 6기의 대표적인 정책이다. '광주답다'는 호평이다.

자동차·에너지·문화 밸리를 축으로 한 미래먹거리에도 행정력을 쏟아부었다. 2020년까지 2500억원을 들여 연산 10만대 규모의 공장을 짓겠다는 중국 조이롱(九龍)자동차의 투자선언은 첫 가시적 성과로 꼽힌다. 법인설립에 이어 국내 인증을 위한 첫 모델차량도 완성되는 등 후속작업에도 분주하다.

시와 공공기관 용역근로자 772명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한 것을 비롯해 중증장애인 24시간 활동보조비 지원, 생활임금제 도입, 공공기관장 인사청문회, 광주전남연구원 통합 등도 상생과 소통의 의미있는 변화로 평가받고 있다.

청년 전담부서 신설, 청년위 운영, 광주청년센터 개관 등도 미래광주를 담보할 행정의 장기안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예산편성에 시민을 참여시키고 청사 1층을 리모델링해 시민들에게 돌려주고, 광주공동체 시민회의, 시민배심원제를 도입한 것도 연착륙엔 어려움이 있었지만 시민시장의 컨셉에 걸맞다는 평가다.

인사잡음, 시간 끌다가 기회 놓치는 것들

그러나 한계와 실망감도 적잖았다. 무엇보다 '시민시장'으로 지칭되는 민선 6기의 시정 철학이 시민에게 손쉽게 다가서지 못했다. 구체화하지 못하고, 딱 부러지지 않으며 애매모호하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취임 첫 날, 친인척을 5급 비서관에 채용한 것을 시작으로 인사 잡음은 임기 내내 발목을 잡았다. 부실한 정무라인, 비선 실세 개입으로 곤욕을 치뤘고, 인적 쇄신 차원에서 추진한 공공기관장 일괄 교체는 공모와 인사청문 과정에서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깨진 유리창'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시 노조의 전국공무원노조 가입을 둘러싼 자중지란과 내분, 돌고 돌아 원점으로 간 도시철도2호선과 공사 발주를 둘러싼 의회와의 갈등, 광주형 일자리의 추진동력인 사회통합지원센터의 좌초, 삼성전자 생산라인의 해외 이전과 한전 R&D센터 유치실패 등은 시정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롯데쇼핑의 불법 재임대를 둘러싼 '만만디 제재'와 운정동 태양광 발전사업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조직 내분도 흠집으로 남아 있다.

그런가 하면 전임시장 때부터 추진했던 광주문학관 건립 추진이나 광주역사관 등은 논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채 3년의 시간을 허비했고, 광주 군공항 이전과 한전공대 입지 선정, 잡월드, 농촌버스에 이어 공유재산 문제를 두고는 "한 뿌리인 광주와 전남의 상생이 실종됐다"는 비판도 끊이질 않았다. 앞으로 남은 임기 1년 동안 광주·전남 시도의 상생 여부를 판가름할 잣대가 될 전망이다.

시 간부들의 소위 '갑질 행정', '갑질 성추행'도 공직 내부의 부끄러운 민낯으로 사회적 지탄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청년 상인들의 매출 저조도 민선 6기의 숙제가 되고 있다.

윤 시장은 "사회, 경제적 차별과 소외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광주의 현실을 극복하고 혁신을 요구하는 시민의 바람을 행정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한 "우리 앞에 놓인 모든 것이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할 현안이다"며 "새롭고 당당한 광주의 미래를 여는 길에 시민의 참여와 협력, 힘을 보태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시장은 권력을 누리는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소외된 어려운 이들을 보살피고 시민의 안전과 삶을 챙기는 책임지는 위치"라며 "남은 1년, 후손들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감고 더욱 진정성 있게 일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사족: 내년 시장 선거 출마하세요?

윤장현 광주시장이 내년 6·13 지방선거에서 출마할까. 시민들의 관심이다. 그동안 여론조사기관에서 전국 지방자치단체장 성적표는 3년 내내 거의 꼴찌였다가 최근 겨우 꼴찌를 탈피할만큼 ‘시민시장’의 구호와는 다르게 시민의 평가는 좋지 않았다.

또한 소속은 민주당이지만 현재 국민의 당을 사실상 이끌고 있는 안철수의 전략공천으로 시장이 된만큼 그는 안철수계로 분류되어 민주당의 ‘앳가심’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그는 재선 도전 의사를 묻는 질문에 두루뭉술 화법으로 즉답은 피했다. 내년 지방선거 도전을 묻는 질문에 그는 "취임 3년이 돼서 임기는 1년 남았다"며 "민선6기는 후반기 1년이지만 문재인 정부는 새로운 시작의 1년"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1년에 얼마나 흔들림 없이 뛰느냐가 중요하다"고 즉답을 피한 것이다.

이를 두고 시청 안팎에선 윤 시장이 남은 임기동안 문재인 정부와 최선의 호흡을 맞춘 뒤 시민들의 평가를 받겠다는 것으로 재선 의사를 에둘러 밝힌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지역정가에 따르면 이미 재선캠프를 차려놓고 일부 인사들과 긴밀하게 접촉하는 등 나름대로 의욕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