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jtbc에서 열린 4번째 대통령 후보자 토론회는 안철수가 예전보다 훨씬 나은 화법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반면 문재인은 "이보시오" 등의 말실수 등으로 평년작 이하였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이다.

이번 토론은 다른 토론보다 시간이 길어 3시간 동안 진행된 ‘마라톤 토론회’였지만 후보자가 5명이란 현실과 엄격한 규칙 등으로 인해 후보자들이 시간배분에 실패하는 모습이 보였다.

주도권 토론에서는 후보들이 상대에 대한 질문 대신 자신의 공약을 선전하는 데 치중하는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앞으로 남은 토론은 3명의 유력 후보만으로 자유토론을 통해 정책검증과 자질검증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 주최로 열린 2017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토론회는 이전의 토론회보다 다소 여유 있어 보였다. 특히 안철수의 제안대로 네거티브나 과거형보다는 정책과 미래를 중심으로 이야기하자고 제안하면서 전체적인 분위기는 좋았다.

“일자리 예산, 계산했는가”

유승민 후보는 '경제 불평등의 심화와 양극화에 대한 해법'이란 주제로 시작된 자유토론에서 공공일자리 예산을 제대로 계산이나 해봤냐며 문재인 후보를 겨냥했다.

문재인 후보와 유승민 후보<사진=방송화면 캡처>

유 후보는 "공공일자리 81만개 창출에 소요되는 예산 4.2조원, 결국 1년에 500만원, 월 40만원짜리 일자리를 81만개 만드는 건가"라고 물었다.

문 후보는 "81만개 중에 공무원은 17만개고, 나머지는 공공부문에 관한 일자리다. 공공기관들의 자체 재원으로 해결하기 때문에 따로 예산이 소요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유 후보는 다시 “한 번 계산을 해보라, 이 수치를 계산해봤느냐”라고 추궁하자 순간 당황한 문 후보는 잠시 머뭇거렸다.

유 후보는 "예산은 어디 있는가. 직접 계산을 해 봤는가"라며 "4조원 예산으로 64만개 공공부문 일자리를 만든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고 있다. 81만개 중에 17만4000개가 공무원이라고 하면서, 계산도 해 보지 않고 재원도 낮춰 잡은 것이 아닌가"라고 질문했다.

문 후보는 뒤늦게 "공무원 소요 예산도 9급 공무원 초봉으로 계산한 것이 아니라 해마다 오르는 것을 감안해서 7급 7호봉으로 계산했다"며 "일단 공약을 꼼꼼하게 보시라"고 대답했다.

유 후보는 "아니다. 공약을 꼼꼼하게 봤다"고 주장했고, 문 후보는 "우리 정책본부장과 토론해야겠다"고 응수했다. 이에 유 후보는 발끈하면서 “토론 도중에 본인의 정책본부장하고 토론하라는 말씀은 취소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그게 무슨 태도인가”라고 응수했다.

“일자리 주체, 정부 vs 민간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 간에는 일자리 해법을 두고 정부와 민간의 역할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면서 공방을 주고받았다.

안철수 후보와 심상점 후보<사진=방송화면 캡처>

안 후보는 "정부가 하는 것은 기반을 닦는 것"이라며 "제대로 교육과 기술에 투자해 창의적 인재와 기술력을 양성하고, 산업 경쟁구조를 공정하게 해야 한다"고 작은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심 후보는 "소비가 넘칠 때에는 '민간이 일자리를 만든다'는 말이 맞지만, 가계가 빚더미에 앉은 상황에서는 그렇지 못하고, 기업 투자도 40만 만에 최악"이라면서 "경제 주체로써 정부가 투자를 확대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정부 주도의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찍었다.

안 후보는 심 후보에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질문을 하면서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는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말했다.

심 후보는 사회자의 배려를 받아 "4차 산업혁명은 기술과 사회가 융합한 것이다. 모든 사회의 변화를 동반하는 것이므로 '4차 산업혁명의 성과를 어떻게 국민과 공유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라고 10여초 안에 답변했다.

“대북정책, 누구 책임인가”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자유토론에서도 문 후보와 유 후보 간에 대북 정책에 대한 논쟁이 불붙었다.

문재인 후보와 유승민 후보<사진=방송화면 캡처>

문 후보는 "북핵 미사일 대비를 위해서 원래 우리는 킬체인(공격형 방위시스템의 일종), KMD(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를 도입하려 했다"며 "이명박·박근혜 전 정권에서 10년을 연기해 미뤄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유 후보는 "제가 국회 국방위원장할 때 킬체인과 KMD 도입을 위해 누구보다 노력한 사람"이라며 "북핵 위협을 대비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사드 배치가 필요하다"고 맞받았다.

문재인 “이보세요” 말했다가 "버릇없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주도권 토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족이 640만 달러를 받았으니, 재수사를 하고 (관련 재산을) 환수해야 하지 않나"라면서 "기록을 보면,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에 (돈을) 요구했다고 한다"고 공격했다.

이에 문 후보는 발끈하며 "이보세요! 제가 그때 입회한 변호사다"라며 홍 후보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홍 후보가 "'이보세요'라니요! 말을 버릇없게 해!"라며 두 사람 간 감정싸움이 격화됐다.

문 후보는 “제가 노 전 대통령 조사 당시 입회를 했는데 그때 언론 브리핑에서 ‘노 전 대통령이 그 사건과 관련됐다는 아무런 증거를 검찰이 갖고 있지 않았다’고 발표했다”며 “돌아가신 분을 왜 그렇게 욕을 보이느냐”고 반박했다.

홍 후보는 단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찬스'(1분간 추가 발언 기회)를 사용해 안 후보와 유 후보에 질문해야만 했다. 유 후보에게는 유 후보의 공약인 전술핵 도입과 관련한 질문했지만, 답변 시간 30초도 남지 않은 상황이 나왔다.

후보자들이 시간이 쫓기면서 무리하게 다른 후보에 질문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다 보니, 결국 중간에 말이 끊기면서 깊이 있는 토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기존의 내용을 반복하는 수준에 그쳤다.

“월남전 패배, 희열을 느꼈다니”

홍 후보는 또 문 후보에게 “문 후보의 책(<운명>) 132페이지를 보면 ‘미국의 월남전 패배와 월남의 패망은 진실의 승리고 희열을 느꼈다’고 썼다”며 “무슨 희명을 느꼈다고 말할 수 있냐”고 따졌다.

훙준표 후보와 문재인 후보 <사진=방송화면 캡처>

문 후보는 “(월남전에 대한 비판적 견해가 나오는) 리영희 선생이 쓴 책 (『전환시대의 논리』)1, 2, 3부의 내용을 제가 높이 평가한 것”이라고 답했다.

홍 부는 여러 차례에 걸쳐 문 후보에게 “월남전은 우리 장병 5000명이 죽은 전쟁인데 희열을 느꼈다고 쓴 이유가 뭐냐”고 물으면서 문 후보를 압박했다.

유 후보도 “문 후보는 북한의 핵·미사일 실전배치 가능성이 크다고 인정하면서 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엔 반대하느냐”고 물었다.

문 후보는 “사드를 배치하면 다음 정부에서 중국으로 하여금 북핵 폐기에 공조할 수 있도록 하는 카드를 쓸 수 없기 때문에 다음 정부로 배치 결정을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유 후보가 “사드는 한·미 동맹의 상징인데 사드를 배치하지 않고 어떻게 한·미 동맹을 지키느냐”고 재차 묻자 문 후보는 “미국에 무시당하는 나라를 누가 만들었나. 미국 주장에 추종만 하니까 미국은 이제 우리하고 협의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에 맞서 문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유 후보와 홍 후보가 동시에 주장하고 있는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문제를 협공하기도 했다.

“3자 단일화, 있을 수 없다”

문재인의 후보단일화 공통질문에 답하고 있는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

문 후보는 대선 레이스의 막판 변수로 등장한 ‘3자 후보 단일화’ 설을 공격했다. 문 후보는 안철수·홍준표·유승민 후보에게 동시에 “3자 후보 단일화에 대한 입장이 뭐냐”고 물었다. 3 후보간의 단일화설을 기정사실화하는 뉘앙스로 의도적인 발언으로 보인다.

세 후보 모두 “그럴 일 없다”(안), ＂저는 단일화하지 않는다”(유), ＂저는 생각도 없는데 왜 묻느냐”(홍)며 단일화에 반대 입장을 표시했다. 심 후보는 단일화에 응하지 말라는 취지에서 “유승민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그러나 문 후보는 “세 후보의 단일화가 실제로 추진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될 경우 적폐연대라고 규정하고 싶다”고 했다.

“동성애, 반대인가 찬성인가”

홍 후보가 문 후보에게 “군 내에 동성애가 굉장히 심각하다. 군 동성애는 국방전력을 약화시킨다는 데에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렇게 본다”고 답했다. 이어 홍 후보가 “동성애 반대하느냐”고 묻자 문 후보는 “반대한다”고 답했다. 재차 홍 후보가 “반대하느냐”고 묻자 “그럼요”라고 재차 밝혔다. 문 후보는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는다. 합법화 찬성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훙준표 후보와 문재인 후보 <사진=방송화면 캡처>

이 대답 때문에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강조한 문재인 후보가 동성애 반대 발언 논란에 직면했다. 최근 ‘자연미인’ 발언을 내놔 사과하는 등 성인식 문제와 관련해 잡음이 연이어 불거진 문 후보다.

그러나 심 후보는 1분 발언권 찬스를 얻고 문 후보를 향해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했던 차별금지법을 공약으로 냈는데 후퇴한 문 후보에게 매우 유감스럽다"고 했다.

토론 말미 문 후보가 같은 질문에 "동성애 합법화할 생각이 없다. 차별은 반대한다"고 답한 것을 두고 심 후보는 "이후에 토론 기회가 있으니까 확인해보겠다"며 재검증을 다짐했다. 심상정 후보는 문재인 후보의 '동성애 반대' 입장과 관련, "순간 충격을 받았다"며 앞으로 있을 토론에서 재차 확인키로 했다.

심 후보는 "동성애나 성적 지향은 찬성하거나 반대할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정체성이다. 저는 이성애자지만 성적 지향이 다른 누구도 인권과 자유를 존중받을 권리가 있고 그게 민주주의이다"고 강조했다.

대선일인 5월 9일까지 두 번의 토론회가 남았다. 오는 28일과 다음달 2일에 각각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