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열린 대선후보 3번째 TV토론은 ‘외교안보 및 대북정책’과 ‘권력기관 및 정치 개혁 방안’의 두 가지 주제로 진행됐으나 북핵(北核) 위기 등 국가의 명운이 걸린 문제에 대해 토론은 실종된 채 감정적인 충돌과 ‘과거사’ '네거티브' 공방(攻防)이 이어졌다.

'북핵 해법'이 주어지면서 유승민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상대로 첫 질문을 제기했다. 2007년 정부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전 북한 반응을 담은 쪽지인 ‘송민순 문건’파문이 토론의 핵심 쟁점이었다.

이에 문 후보는 구체적 비전이나 정책 없이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으며 회피하기에 바빴다.

유승민 후보는 문 후보에게 “지난 19일 (2차) 토론 때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당시 국정원이 북한에 (표결 시 찬반 여부를) 물어본 게 아니라 정보망을 통해 (북한의) 상황만 진단했다고 했는데, 이게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쪽지 공개에 따라) 거짓말로 드러난 것 아니냐”며 “당장 국회 정보위를 열어 당시 청와대·국정원 자료를 공개하고, 거짓말이 밝혀지면 후보직을 사퇴할 용의가 있느냐”고 공격했다.

여기에 홍준표 후보가 가세하며 “지도자 자격이 없다”고 공격했다.

이에 문 후보는 “2007년 11월 16일 회의와 11월 18일 회의에 배석했던 당시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과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이 오늘 (TV토론 전) 기록을 공개하면서 16일 회의 때 이미 표결 기권 결정이 내려졌다는 사실관계를 밝혔다”며 “구태의연한 색깔론을 들고 나온 건 실망스럽다”고 반격했다.

이 과정에서 심상정 후보는 문재인 후보를 지원하는 구원투수로 나섰다. 지난 19일 토론 뒤 문 후보 지지층으로부터 ‘문자 폭탄’ 등 항의에 시달렸던 심 후보는 이날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 토론에선 문 후보에게 자신이 쓸 수 있는 시간을 집중적으로 썼지만 이번엔 오히려 ‘문재인 저격수’로 불리는 유 후보에게 공격을 집중했다. 이에 유 후보는 토론 후 첫 주제가 끝나자 쓸 수 있는 시간이 3분31초밖에 남지 않아 사실상 입을 열 기회가 봉쇄됐다.

안 후보는 이 공방에 끼어들며 “역대 정부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었고 북한 문제가 이렇게까지 오는 데 책임이 있는 문재인·홍준표·유승민 후보는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후보자 간 상호 토론에서도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왜 나를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라고 하느냐"라고 하면서 주제와 관련없는 감정 충돌이 계속됐다. 문 후보는 가족 관련 각종 의혹 문제를 국회 상임위에서 해결하자는 안 후보를 향해 "저는 해명 끝났으니 열심히 해명하시라"고 하기도 했다.

그리고 곧바로 주제와 상관없는 홍준표 후보 사퇴 논란이 불거졌다. 홍 후보가 과거 발간한 자서전에서 대학 시절 친구가 '돼지 흥분제'를 구해 여성에게 사용했던 사건에 관련됐다고 쓴 것을 두고 후보들이 일제히 사퇴를 요구했다.

또 홍 후보는 자신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명을 내놓지 않으면서 문·안 후보에 대해 "초등학생처럼 유치한 토론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비판했다.

그럼에도 여론조사 1, 2위 후보인 문재인, 안철수 후보간 감정 섞인 신경전은 계속됐다. 안 후보는 문 후보를 향해 "내가 '갑철수'냐?"며 자신에 대한 문 후보 지지층의 비난에 대한 입장을 요구했다. 최근 민주당 선대위는 지역위원장들에게 "안 후보, 알고보니 '갑철수'" 등의 예시문이 들어간 '네거티브' 대응 문건을 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자 문 후보는 "무슨 말씀이시냐"고 이 문제를 모르고 있는 듯한 태도로 받았다.

안 후보는 2부 '권력기관·정치개혁방안' 토론에서도 다시 '네거티브 문건' 문제를 제기하며 "제가 'MB 아바타'냐"고 했다. 안 후보는 "지난번에 이명박 정부 연장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 후보도 양보했는데 그래도 제가 'MB 아바타'냐"고 되풀이해 물었다. 그러자 문 후보는 "사모님 문제도 국회 상임위 열고 싶으면 여시는데 저 문재인은 끌고 들어가지 말라"고 했다.

홍 후보와 문 후보 간에도 '성완종 리스트'를 둘러싸고 '네거티브' 충돌은 계속됐다.
홍 후보가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대사관 문서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 후보가 일심회 간첩단 사건을 축소했다"고 말하자, 이에 문 후보는 "문서에 적혀있다고 모두 사실이면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홍 후보도 (의혹이) 사실이냐"고 맞받아 쳤다.

그러자 홍 후보는 "성완종은 노무현 정부에서 두 번 사면받았다"며 "맨입으로 사면을 두 번씩이나 해준 거냐"고 했다. 문 후보는 "기가 막힌다"고 했지만, 홍 후보는 계속 "맨입으로 사면해줬냐"고 되물었다.
홍 후보가 "지도자는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하자, 문 후보는 "그런 말 할 자격이 가장 없는 게 홍 후보"라며 "무슨 체면으로 그런 말을 하느냐"고 했다. 홍 후보는 다시 한 번 "성완종 사면할 때 맨입으로 했느냐"고 물었고, 문 후보는 "유치한 토론 태도 아니냐"고 언성을 높였다. 이에 대해 홍 후보는 "유치한 토론은 (문 후보가) 안 후보와 둘이 할 때가 유치한 토론이었다"고 했다.

이날 토론은 지지율이 낮았던 하위후보들이 토론을 주도한 반면 1·2위 후보의 입장 들을 기회가 적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결정 논란과 관련해 문 후보는 지난 19일 2차 대선 토론 때와 마찬가지로 했던 ‘찾아봐라’ ‘지난번 토론 때 말했던 내용이다’는 식의 대응을 했다”고 평가했다.

후보별 전문가들의 토론 평가를 종합해보면 전체적으로 실망스럽다. 네거티브 말싸움이 많았다. 치고 올라가야 할 안 후보는 별다른 모멘텀을 얻지 못했다. 문 후보는 평년작 이었다고 말했다.

박병모 기자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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