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저녁 KBS대선후보 초청토론회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북한이 우리의 주적인가"라고 안보관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이 때 '주적'이라는 말이 실제로 존재하는가? 유 후보의 말처럼 김정은 정권하의 북한군을 우리의 '주적'이라고 해야 하는가이다.

문 후보는 유 후보에게 "강요하지 마라. 유 후보도 대통령이 되면 남북 간 문제 풀어가야 될 입장이다. 필요할 때는 남북정상회담도 필요하다. 국방부가 할 일이지,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다"고 답했다.

이에 유 후보는 "정부 공식 문서(국방백서)에 북한이 주적이라고 나오는데 국군통수권자가 주적이라고 말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지면서 '주적'이라는 표현이 우리 군대나 국방부에서 실제로 사용하는가 살펴볼 수 있다.

대선 때마다 반복된 색깔론이 이번 '야(野)-야(野)' 대결 국면에서도 안보관으로 변색돼 상대 후보를 겨냥하는 비방론으로 사용되는 모양새다.

우선 국방부는 20일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북한=주적(主敵)' 개념에 대해 군에서 주적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국방백서에서 규정하고 있는 적의 개념을 묻는 질문에 "국방백서 표현 그대로 '북한 정권과 북한 군은 우리의 적'라고 써 있고, 그렇게 이해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즉 주적이라는 말은 없다. 다만 북한의 통치체제만을 적으로 규정하고 북한 주민과는 명백히 분리했다. 또한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가의 경우에도 '주적' 개념 대신 '전략적 경쟁자' 등 표현을 완화해 사용한다는 점에서 주적 개념은 전세계 외교안보 백서 등에서 찾아볼 수 없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은 공식, 비공식적으로 주적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있다"며 "'주' 라는 수식어 없이 북한 정권 자체를 적으로 규정한 것만으로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표현을 한 것이라는 판단해 주적 대신 적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군은 1995년~2000년까지 '주적'을 명시해오다 논란이 지속되자 2004년 국방백서에서는 '주적' 이라는 단어를 삭제했고, 이후 공식적으로 사용을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장 최근 발간된 2016국방백서 제2장 제2절 국방정책 1항 국방목표에도 '북한의 상시적인 군사적 위협과 도발은 우리가 직면한 일차적인 안보위협이며 특히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사이버공격, 테러 위협은 우리 안보에 큰 위협이 된다. 이러한 위협이 지속되는 한 그 수행 주체인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다'라고만 명시 돼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문 후보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도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북한의 현존하는 위협에 대한 논의 연장선상에서 주적 개념이 등장한 만큼 문 후보가 "국방부가 할 일이지,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것도 대통령 후보로서의 검증 국면에 적절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한편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질문하는 유 후보를 두고 "유 후보는 나에게 말하지 말고 저쪽 주적(문재인, 안철수)에게 질문하세요"라고 했다. 이 때는 은근히 문재인 후보가 좌클릭 된 후보임을 겨냥하여 하는 말로도 분석된다.

정성용 기자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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