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경선의 의미는 '본선 같은 경선' 이라는 점에서 진보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누가 되든 대권 후보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적 관심이 컸었다.

이날 정견발표에서 이재명 후보가 역설했듯이 최성이 1위를 하든, 안희정, 그리고 문재인이 가장 높은 지지를 얻든지 간에 대선판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비선호도가 많고 특히 확장성이 없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문 후보가 안희정 후보와 이재명 후보와의 표차를 크게 벌려 놓은 것은 그만큼 준비기간이 길었고 제1야당의 조직력에 크게 힘입었다 할 수 있다.

문 후보는 2012년 대선을 한 번 치른데다 당 대표를 역임해 자신의 조직을 탄탄하게 구축했기 때문에 국회의원을 한번도 해보지 못한 안ㆍ이 후보로서는 당내 기반이 취약할 수 밖에 없었고, 그게 한계점으로 노정됐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지난 2002년 '노무현 돌풍'을 만들어냈던 '광주 드라마'는 재연되지 않았다. 문재인 대세론이 유지되느냐 꺾이느냐가 판가름 나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됐던 게 사실이다.

어찌보면 안ㆍ이후보의 약진으로 경선 흥행몰이를 더 이어가 박진감을 더해가면서 자연스레 대선 경쟁력으로 이어졌다라면 더욱 의미가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

하지만 지지율 2위 다툼을 하고 있는 안 후보와 이 후보가 각각 2002 광주의 '노무현 기적'을 내걸었던 만큼 자신의 텃밭인 충청과 경기에서 역전 돌풍의 발판을 기대할 수 있으나 문 후보의 대세론을 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민주당 경선에 쏠린 눈

이제 '광주 민심'이 문재인의 '호남 홀대론'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당 후보로 안철수가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에서 안철수는 호남텃밭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깃발을 내리고 녹색돌풍에 힘입어 광주ㆍ전남에서 한석을 제외한 모든 의석을 차지해 39석이라는 제 3정당으로 등극 했기에 그렇다.

광주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텃밭이었다. 호남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한 야권의 후보는 본선 경쟁력에서 뒤지고 그 결과 대권을 거머쥐지 못했다는 점에서 문ㆍ안 후보간 대결구도는 볼만한 관전포인트가 될 수 밖에 없다.

문 후보의 탄탄한 민주당 조직과 대세론에도 불구하고 그 기저에는 이른바 호남의 '반문(反文) 정서'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과거 호남의 몰표로 대통령이 된 노무현 정부는 열린 우리당 창당과 호남 인사 배제, DJ 정부 대북 송금 특검 등으로 '호남 홀대론'을 부추기고 말았다. 호남정치가 이토록 쪼그라지게 된 데는 문 후보의 역할도 컸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 점에서 호남은 노무현 정부의 핵심이었던 문 후보에 대해 아직까지도 완전한 ‘신뢰’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총선에서 보여줬던 실언이었다. 문 전 대표는 "호남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이를 슬그머니 거둬들이는 화를 자초했다. 그 결과 광주ㆍ전남에서 참패를 했던 거다. .

이번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도 문 후보 측에서 터져 나온 ‘부산 대통령’ 발언, 문 후보 자신의 ‘전두환 표창장’ 발언을 속죄하는 마음이 아닌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호남의 ‘반문 정서’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의 분열도 변수로 꼽힌다.
지난 2002년 새천년민주당은 DJ라는 걸출한 인물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있었지만, 현재 호남의 민심은 문 후보가 이끌던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으로 갈라져 있는 상태다. 두 후보를 적극적으로 밀어주되 호남에 대한 공약과 정책을 보면서 표를 몰아주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문재인은 '호남의 홀대론'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 문 후보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기자석을 돌며 악수를 하고 있는 장면

우선 호남출신인 송영길 의원이나 DJ의 셋째 아들 김홍걸 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 등을 내세우면서 과거 노무현 정부 때 관직에 있었던 호남출신 인사를 캠프로 영입하고 있다. 그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도 주말마다 광주에 내려와 살다시피할 정도로 공을 들여왔다. 이날 정견발표에 앞서 문 후보 부인인 김정숙 여사는 기자석을 돌며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렇다면 호남민심은 "어차피 호남은 '될 사람 밀어주자'는 심리에 편승하느냐의 여부다.

지난 2012년 대선 경선에서도 문 후보는 90% 이상의 압도적인 지지에 힘입어 '호남' 덕을 봤으나 떨어진 게 사실이다. 이날 정견 발표에서도 그 참패는 전적으로 자신의 잘못이었다고 했다. 문 후보는 호남 소외론을 의식한 듯 호남총리를 내세웠으나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하겠다고 명확하게 제시를 하지 않았다. 대선이 끝나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망월동 518묘역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겠다고 했을 뿐이다. 정견 발표장이라 시간상 구체적인 정책을 말하지 못했겠지만 지금까지 문제인의 행태로 볼때 또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약속을 저바릴 수 있기에 그렇다.

이제 문재인 입장에서 중요한 변수는 대선판을 어떤 구도로 가져가느냐로 귀결된다. 물론 문재인은 정권교체를 내세우며 야권대통합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안철수는 문재인과의 대결구도를 바라고 있다. 안철수가 자강론 보다는 연대론으로 방향을 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문재인 측으로 부터 이념 스팩트럼상 '사꾸라' 논쟁에 휘말리게 되고, 역공을 당할 수 있기에 지금까진 '연'자도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대통령이 누가되는 여소야대 상황이 올 수 있는 게 분명한 만큼 호남텃밭을 지키고 있는 국민의당이 키를 잡을 수 밖에 없다. 그 핵심에 호남민심의 향배가 누구를 선택하느냐가 이번 대선의 관전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박병모 기자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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