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들의 끝장토론이 필요할까. 그동안 방송3사의 주관으로 3번에 걸친 토론이 있었지만 짧은 시간으로 인한 제한 때문에 후보들의 자질 검증이 부족했다는 여론이다.

대부분의 토론회는 대체로 반복되는 내용들로 끝까지 파고들어 답변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몇 가지 질문하고 준비된 원고로 답변하는 것은 수박겉핥기와 같다는 것이다.

‘호남구애’를 열망했던 후보들간의 끝장토론이 15일 광주에서 치러질 예정이었지만 무산됐다. 문재인 후보가 일정상의 이유로 사실상 ‘거절’한 것이다.

광주시민 만민공동회는 이날 저녁 7시 광주 염주체육관에서 '19대 대통령 선거 후보 초청 토론회'를 열 계획이었다. 문재인 전 대표는 13일 일정상 이유로 불참 입장을 밝혔다. 안 지사도 문 전 대표가 없는 토론회는 의미가 없다며 참석을 포기해 열리지 못했다.

또한 이재명 시장은 14일 민주당 경선 지상파 TV 합동토론회에서 세 명의 후보들에게 "무제한 토론을 할 의향이 없느냐"라고 긴급 제안을 했다.

안정희 지사도 15일 박수현 대변인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 3차례의 토론이 끝났지만 여전히 '맹탕 토론회'라고 지적되고 있다"며 "주제와 시간 제약 없는 무제한 끝장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김경수 대변인 입장문을 통해 "후보자 토론 방식은 당의 주관 하에 모든 후보들의 합의로 결정된 것인 데, 일부 후보 측의 토론방식 변경 요구는 경기 중에 갑자기 룰을 바꾸자는 격"이라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문 대표측은 "경선룰도 당에 백지위임했고 지금까지 모든 걸 하자는 대로 다했다. 상황이 불리하다고 이미 합의한 내용을 뒤집고 경기 중에 룰을 바꾸자고 하는 것은 누가 봐도 옳지 않다"고 이례적으로 격앙된 반응을 내놨다.

문 전 대표 캠프는 이날 긴급회의를 소집해 끝장 토론을 받을 지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여 이같이 최종 결론을 내렸다. 내부적으로는 문 전 대표가 가끔 ‘말실수’를 하기 때문에 끝장토론은 잘해봤자 본전인 토론회는 위험하다는 내용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JTBC 손석희 앵커와의 인터뷰 도중 “선거일정은 국민이 원한다면 조정이 가능하다”는 헌법위배 답변, 지난 총선 때 호남지역 지지 낮으면 정계 은퇴하겠다는 것이 ‘선거전략적’이었다는 답변 등이 대표적이라는 것이다.

당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문재인 전 대표는 "광주시민이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겠다면 저는 미련없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1년 정도 후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계 은퇴를 하겠다는 말은 광주와 호남의 민심을 얻기 위한 ‘선거전략적인 발언’이었다는 입장을 말했다. 결국 정략으로 광주와 호남에 대해 거짓 공약을 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문 전 대표측은 "문 전 대표는 준비된 후보인 만큼 토론에는 자신있다"면서도 "1등을 달리고 있는 후보 입장에서 다른 후보들과 전략이 같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끝장 토론도 불사할 만큼 충분히 준비됐지만 정책다듬기와 민심잡기 등 캠프만의 전략이 따로 있어 다른 후보들의 요청을 일일이 수용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재명 시장 측은 문재인 후보 측이 "경기 중에 룰을 바꾸자고 하는 것은 누가 봐도 옳지 않다"며 '끝장토론'을 거부한데 대해 "룰의 변경 운운하는 것은 구차한 변명"이라고 받아쳤다.

이재명 측은 "시청자의 반응과 언론의 지적 등을 종합해 보건데 지금까지의 토론은 후보자 간 변별력을 높이고 정책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했다"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는 토론을 수박겉핥기 식으로 진행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명실상부 후보검증을 위한 토론이 되기 위해 다양한 제안이 나오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 보호라는 차원에서도 당연하다"며 "문 후보 측만 결심하면 후보간 합의를 통해 어떤 토론 방식이든 가능하다. 다시 한번 문 후보 측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안희정 캠프 의원멘토단장인 박영선 의원이 15일 광주에 왔다.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 지사의 토론회 불참 소식은 캠프 내부의 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며 해명에 나섰다.

박 의원은 “안 지사도 어제가 돼서야 캠프를 통해 토론회 불참 결정을 알게 됐다”면서“안 지사와 충분히 소통해서 내려진 결정이 아닌 것으로 파악했다”며 대신 사과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광주에서 토론회 하자는 제안’에 대해 박 의원은 “안 지사도 원하는 바”라며 “흔쾌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전 대표만 동의하면 언제든지 광주에서 끝장토론이 열릴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안 지사 측은 “앞으로 예정된 토론회는 후보 간 1대1 토론을 원칙으로 하고 주제와 시간 제약 없는 무제한 끝장 토론을 진행하자”며 “그 시작은 문재인 후보와 안희정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선거의 출발점인 광주에서 대선후보들간의 끝장토론은 온 국민의 관심으로 기대된다. 이를 거절할 명분은 없는 것 같다.

정인서 기자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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