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제11민사부(부장판사 김상연)는 27일 A씨 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려 총 1억1373만8460원을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1억220만원을, A씨의 가족 2명에게 각각 692만3076원과 461만5384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1977년 9월쯤 김포공항에서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에 의해 영장 없이 연행된 후 37일간 불법구금된 상태에서 수사를 받은 뒤 국가보안법위반과 반공법 위반, 일반이적죄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A씨는 일부 혐의에 대해 부인했고, 항소심에서는 공소사실 전체를 부인했다.

하지만 A씨는 법원에서 징역 15년 및 자격정지 15년의 형을 선고 받은 뒤 교도소에서 12년 3개월여간 복역한 후 1989년 가석방됐다.

이후 A씨는 과거사위원회 조사에서 "일본에서 조총련 집에 취직하러 갔다가 도망 나온 적이 있다고 말하자 저를 간첩으로 몰아가기 시작했다"며 "부인하면 엉덩이를 때리거나 잠을 재우지 않았고, 고문할 것처럼 해서 거짓 자백을 했다"고 했다.

2010년 10월쯤 서울고등법원에서 A씨의 유죄판결에 대한 재심이 진행됐고, 법원은 A씨가 과거 불법구금 상태로 임의성 없는 상태에서 자백을 했기 때문에 증거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A씨 등은 공무원들의 불법행위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증거를 살펴보면 A씨의 자백은 대한민국 소속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의 불법구금 및 가혹행위로 인한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자백을 토대로 A씨에 대한 유죄가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어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은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할 의무를 위반, 국가권력을 이용해 A씨를 불법으로 구금하는 등 불법행위를 했다"며 "특히 A씨는 국가기관의 불법행위로 구금 당시 뿐만아니라 석방 이후에도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수사기관의 불법구금과 가혹행위는 국가기관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정도의 잘못을 넘어선 것으로 불법의 정도가 중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A씨에 대한 위자료를 10억원으로 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10억원 중 A씨가 이미 수령한 형사보상금 8억9780만여원은 공제했다"고 덧붙였다.

박병모 기자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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