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과실죄의 법정형은 징역이 아닌 금고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려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검사나 판사 모두 징역형을 구형하거나 선고해 말하자면 법령적용을 잘못했다는 얘기다.

광주지법 형사2부(한원교 부장판사)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모(48)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원심을 깨고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1심의 징역형이 2심 항소심에서 느닷없이 금고형으로 바뀐 셈이다.

재판부는 "원심은 징역형을 선택했는데 이는 법령의 적용을 잘못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에 해당한다"며 원심의 판단이 잘못됐음을 지적했다.

업무상과실죄는 형법상 법정형이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돼 있음에도 1심에서 검사나 판사 모두 징역형을 선고했고 2심인 항소심에서 이를 금고형으로 바로 잡은 셈이다.

만약 이씨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지 않은 채 징역형을 그대로 받아 교도소에 수감됐다면 인권피해 우려와 함께 강제 노역까지 했어야 한다.

공교롭게도 집행유예가 선고된 이씨는 수감되지 않아 이 같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고 1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였으나 검찰에서 원심의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하는 바람에 들통이 나게 됐다.

법원 관계자는 "검찰이 징역형을 구형하면서 해당 판사도 그대로 징역형으로 판단하는 실수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법원의 판결은 그 자체로 법적 효력을 갖고 한 사람의 운명까지도 바꿀 수 있으므로 정확해야 한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나 검찰은 "실제로 구형을 어떻게 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해명이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한편 이씨는 2014년 11월 분쇄기를 멈춰놓고 이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다 실수로 분쇄기를 작동시켜 동료의 오른손이 분쇄기로 말려 들어가도록 해 10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다행스럽게도 초범이고 범행을 자백하고 잘못을 반성한 점, 피해자를 위해 400만원을 공탁한 점 등이 인정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박병모 기자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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