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기간에 유권자를 상대로 부정하게 금품을 제공했다가 돌려받았더라도 제공자를 상대로 해당 금액을 몰수하거나 추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은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모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추징금을 취소한 원심을 깨고 이 사건을 제주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김씨는 2015년 3월11일 실시된 조합장선거에 출마해 제주 지역의 ㄱ축협 조합장으로 당선됐다. 김씨는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인 같은 해 1월 ㄱ축협 조합원 ㄴ씨에게 “아들 치료는 잘 되느냐”고 말하며 30만원을 제공했다.

또한 같은 달 다른 조합원 ㄷ씨에게 위로금 명목으로 5만원을 제공했다.
그러나 ㄴ씨와 ㄷ씨는 각각 돈을 수령하고 1~2일 뒤 김 씨에게 수령한 금품을 돌려줬다.

1심은 “금품살포 시점과 대상자와의 관계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금품 살포가 선거를 목적으로 행해졌다는 점이 뚜렷하다”며 김씨에게 당선무효형인 벌금 500만원과 추징금 35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피고인이 30만원과 5만원을 교부했다가 돌려받은 것이므로 이 사건 범행으로 35만원의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 없다”며 1심에서 결정된 35만원의 추징금을 취소하고 벌금 500만원만 선고했다.

대법원은 “추징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결은 위탁선거법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며 “피고인이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제공한 금전을 그대로 돌려받았다면, 금전 제공자인 피고인에게 해당 금액을 몰수하거나 추징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병모 기자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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