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를 자랑하는 검찰이 ‘왜 우병우 앞에선 작아지는가?’ 라는 씁쓸함 속에 한 여검사가 검찰 수뇌부에 던진 글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요즘 뜨는 영화와 오버랩 되고 있다.
아이러니 하게도 연일 관객 몰이를 하고 있는 영화 '더 킹'에서 안희연 검사 역의 실제 모델이고 검찰 내부망을 통해 글을 올린 임은정 검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극중 안희연 검사는 정치검사 정우성, 조인성, 배성우와 조폭이 연결돼 있다는 단서를 잡고 이들을 압박한다. 검찰 본연의 업무에 충실한 캐릭터로, 정의 구현에 앞장서는 여검사로 부각되고 있다. 실제 한재림 감독이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안희연 검사는 임은정 검사를 모델로 만들었다"고 한다.

임은정 검사는 최근 페이스북에 '더 킹' 관람 소감을 올린 걸 보면 임 검사의 캐릭터를 지작할 수 있다.

임은정 검사가 '더킹' 개봉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감상평.

임 검사가 세간의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 2007년 3월 이른바 '도가니 사건'(광주 인화학교 사건)의 공판검사를 맡으면서다. 그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인권을 옹호하는 글을 올렸다.
임 검사는 지난 2012년 9월 박형규 목사의 민청학련 재심 사건과 12월 윤길중 진보당 간사의 재심 사건에 대해 무죄를 구형했다. 당시 상부의 지시를 어기고 법정 출입문을 잠근 채 무죄를 구형했다가 정직 4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받기도 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도 "그런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불구속 수사를 받는 사람이 있는데, 그보다 경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에 승복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지적했다.

임 검사가 갑자기 최근에 다시 뜨는 것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영장 기각 뒤 검찰을 향한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검찰 내부 전산망을 통해 글을 올리면서다.
임 검사는 지난 12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국정농단의 조력자인 우리 검찰의 자성을 촉구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그는 "검찰의 직무유기, 고위직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인해 부실수사가 초래됐다"며 "검찰 고위직을 제대로 수사할 수 없다면 수사결과에 국민들은 납득할 수 없다.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린 수뇌부에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한다"며 김수남 검찰총장 등 수뇌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유력 대선 주자들도 논평을 내며 임검사의 용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가장 큰 적폐 중의 하나가 정치 검찰을 청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 검찰의 행태를 벗어나는 첫 번째 과제가 우선은 지금 현재 정치 검찰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우병우를 구속하는 것도 우병우의 조속한 구속 없이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것이라는 수사 의지를 믿기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안철수 후보 역시 페이스북에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은 법 앞의 평등으로 볼 때 매우 잘못된 결정이고, 국민과 함께 분노한다는 글을 남겼고요.
안 후보는 특히 국민의당 리베이트 사건 재판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자 이 사건 자체가 우병우의 기획 작품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병우 전 수석의 영장 심사가 있던 날 국정농단 폭로자 고영태 씨가 검찰에 긴급 체포됐고 검찰은 구속 영장 청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 씨 변호사측은 “고영태 씨는 그동안에 검찰 조사에 굉장히 적극적으로 성실하게 임해왔던 사람이었고, 그날 조사 통보와 관련해서는 전화를 열심히 받다가 아마 한두 차례 못 받은 것 같아요. 그랬더니 갑자기 체포 영장을 이렇게 발부해서 집행했다는 것은 이례적이기도 하고 너무 좀 신속하고 이상하다는 생각이…. 공교롭게 어제 우병우 前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영장을 검찰에서 청구를 했고, 균형을 맞추려는 그런 의혹이 있지 않나 이렇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병모 기자 기사 더보기

newstoktok@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