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에 대한 조사는 21시간여만에 마무리됐다. 그녀의 신문조사는 14시간 정도, 신문조서 검토는 7시간 정도 진행되어 문구 하나하나 신경전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는 21일 오전 9시30분 전에 검찰에 도착한 뒤 이날 밤 11시40분께 검찰의 피의자 조사를 끝낸 것으로 전해졌다. 준비했던 에상질문 등에 비하면 예상보다 일찍 끝난 것으로 보인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정점으로 지목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피의자 조사가 14시간 만에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근혜 측은 이날 검찰의 신문조서를 22일 새벽 6시 30분께 이르도록 조서 검토를 하고 서명 날인을 했다. 박근혜는 오전 6시55분 검찰청사 정문을 나와 귀가를 했다.

정문을 나설 때는 굳은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도 '묵묵부답' 한 마디 말도 없이 대기된 차량에 올랐다.

이날 박근혜에 대한 조사는 하루만에 신문을 끝내고 조서를 확인해야 하는 시점이라 朴 측도 상당한 신중을 기해 문구 하나하나 조서 검토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문구를 놓고 상당한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의자 박근혜는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본격적으로 조서 열람에 들어갔다. 얼마나 꼼꼼하게 보느냐에 따라 아침까지 열람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통상 조사를 받고 나면 변호인과 함께 피의자 신문조서를 검토한 뒤 본인 진술과 달리 기재됐거나 취지가 다른 부분 등 수정이 필요한 부분은 고치고 서명·날인하게 된다.

피의자 신문조서는 향후 법정에서 증거로 쓰일 수 있기 때문에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불리한 문구 등을 수정하면서 하나하나 살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朴 측에서는 유영하 변호사와 정장현 변호사가 번갈아 입회했다.

朴 측은 뇌물 수수, 직권남용 등 13가지 혐의를 받는 점에서 조서의 주요 부분마다 꼼꼼히 확인하느라 조서 열람·검토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는 조사에서 관련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로 드러난 사실관계에 대해 전면 부인한 바 있다.

朴 측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으나 본인에게 유리한 질문에는 적극적으로, 불리한 질문에는 단답형의 소극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는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역대 4번째 '전 대통령'이 됐다. 전 대통령이 일선 검찰청에서 조사를 받은 것은 처음이다.

특히 이날 박근혜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영상녹화와 녹음은 朴 측의 '부동의'로 검찰이 이레적으로 녹화 녹음을 하지 않아 검찰이 박근혜를 봐주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다.

영상녹화의 경우 피의자 박근혜의 답변 행동 하나하나를 녹화하기 때문에 역사적인 근거가 될 수 있는 데도 자칫 있을지도 모를 유출에 따른 파장을 피하기 위해 검찰이 적극적인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어쨌든 검찰은 피의자 박근혜의 영상녹화와 녹음을 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측은 "어떻게든 박근혜 전대통령의 진술을 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녹화 녹음으로 실랑이를 벌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직을 파면당했던 박근혜는 이날 오전 9시 24분께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출석해 9시 35분부터 조사를 받았다. 오후 8시 35분까지 약 11시간 동안 한웅재(48·사법연수원 27기) 부장검사가, 이후에는 이원석(48·사법연수원 27기) 부장검사가 조사를 맡았다.

한 부장검사는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제 모금 의혹을, 이 부장검사는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 대한 삼성의 부당 지원 의혹을 각각 수사해왔다.

한편 김수남(57·사법연수원 16기) 검찰총장은 이날 일과 중 틈틈이 박 전 대통령 조사 상황을 챙기며 참모들과 수사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은 조사를 마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깊이 고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수사 책임자는 특수본을 이끄는 이영렬(58·18기) 서울중앙지검장이지만 전직 대통령 수사라는 사안의 특성상 최종 결단은 사실상 총장이기 때문이다.

과거 임채진 전 검찰총장의 경우 자신을 임명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 청구 여부를 두고 소환 조사 이후 3주 가량 장고를 거듭하며 안팎의 의견을 구했다. 검토 기간이 길어진 와중에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수사는 종결됐고 정국은 격랑에 빠졌다.

정인서 기자 기사 더보기

jisnew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