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배용원)는 19일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62) 미국 몽고메리칼리지 미술과 교수가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미술계 인사 6명을 사자(死者) 명예훼손 및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약 5개월간의 조사 끝에 진품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고소 이유는 “천 화백이 그리지 않은 미인도를 천 화백 작품이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암살한 혐의로 사형당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재산을 환수하는 과정에서 국립현대미술관으로 넘어갔고 1991년 전시회에서 처음 공개됐다.

이를 직접 본 천 화백은 “내가 그린 것이 아니다”며 위작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화랑협회 등 미술계는 자체 감정을 벌여 ‘천 화백 작품이 맞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논란 속에 지난해 천 화백이 별세하면서 미인도 위작 논란이 다시 일었다.

천 화백 차녀 김씨는 지난 5월 고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이 진품이라고 결론을 내린 데는 미인도와 천 화백이 그린 진품 13점, 권씨가 그린 모작 1점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고, 대검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카이스트 등에서 X선·적외선·투과광사진·3D촬영, 디지털·컴퓨터 영상 분석, 미인도·김씨·위작주장자 DNA분석, 필적 감정 등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미인도가 천 화백 특유의 작품 제작 방법과 동일하게 만들어졌고, 특히 육안으로 관찰되지 않는 안입선(날카로운 필기구 등으로 사물의 외곽선을 그린 자국)이 미인도와 다른 진품에서 공통으로 발견된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같은 제작 방식은 위작에서 볼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다음으로 미인도 그림 밑층에 숨겨진 다른 밑그림이 존재하는 것도 진품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검찰은 미인도 밑그림이 천 화백의 미공개 작품 ‘차녀 스케치’와도 고도로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차녀 스케치’는 1976년 천 화백이 차녀 김씨를 모델로 스케치한 것으로 2016년에 처음 공개됐다. 미인도는 1977년에 제작됐다.

그러나 검찰의 발표 내용은 프랑스 감정팀 르미에르 테크놀로지 연구팀의 검증 결과와는 다르다. 프랑스 연구팀은 특수 카메라로 미인도와 진품 9점을 스캔 촬영한 다음, 각 사진 이미지를 수치화하는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 미인도와 모든 항목에서 진품과 다른 수치가 나왔다. 그러면서 프랑스 연구팀은 명암대조의 표준편차값 등을 확률계산식에 대입해 보면 진품 가능성은 0.00002%”라는 감정 의견을 검찰에 제출했다.

박어진 인턴 기자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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