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3일 해임건의안 표결 처리 여부를 두고 자정까지 대치했다. 새누리당은 대정부질문을 사실상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활용하며 본회의가 자동 종료돼 해임건의안을 처리할 수 없는 자정까지 시간을 끌었다.

하지만 자정을 3분 가량 앞두고 정세균 국회의장이 본회의 차수 변경을 예고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의장석 근처로 모여 강하게 항의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정 의장은 새누리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자정이 되자 차수 변경을 강행했고, 23일 본회의에서 3번째 안건이었던 김 장관 해임건의안을 24일 본회의 첫 안건으로 상정해 표결을 진행했다. 새누리당은 일제히 본회의장에서 퇴장해 국회에서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고 대책회의에 들어갔다.

역대 6번째로 통과된 김 장관해임 건의안은 새누리당의 표결 불참 속에 더불어민주당·정의당은 물론 일부 의원들이 해임건의안 표결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국민의당에서도 상당수가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로써 김 장관 해임건의안이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기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이후 13년만이다. 당시에도 야당인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국회 과반을 차지했던 ‘여소야대’ 정국이었다.

국무위원인 장관 해임건의안은 지금까지 80차례 제출돼 6번 통과됐다. 김재수 장관과 김두관 장관을 포함, 임철호 농림(1955년), 권오병 문교(69년), 오치성 내무(71년), 임동원 통일부장관(2001년)이 주인공이다. 오 전 장관 해임건의안은 당시 여당인 공화당 내부의 반란표에 의해 가결됐다.

역대 정부마다 정국 주도권 확보를 위한 카드로 장관 해임건의안이 등장했다. 해임건의안으로 재미를 본건 야당 시절 두 차례나 장관을 끌어내린 한나라당이었다.

대표적 사례가 노무현 정부시절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이다. 당시 한나라당으로서는 한총련 학생들의 주한미군 훈련장 기습시위를 막지 못했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카드였다.

한나라당의 주도로 해임건의안은 통과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건의안을 받아들였다.
거부할 경우 거대 야당의 공세를 감당하기 어려웠고 국무위원이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민의 정부 시절에도 한나라당은 임동원 통일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 공동여당이었던 자민련 의원들의 이탈표로 해임건의안이 가결되면서 DJP 공동정부는 파국을 맞았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난 2013년 이래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제출된 경우는 네 번이나 됐지만 이번 김 장관처럼 본회의 통과로까지 이어진 경우는 없었다.

이정명 기자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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