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뉴스]공정거래위원회의 ‘국내 기업 봐주기’식 처벌 관행이 국제 카르텔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수백억씩 국내 기업들의 과징금을 깎아주다 보니 외국계·글로벌 기업에게도 그 논리가 그대로 적용되어 과징금 대폭 감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강기정 의원(새정치민주연합, 광주 북구갑)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대기업들이 국제 카르텔에 함께 관여한 5건의 사건에서 국내 대기업 7개사(1개사는 2건, 국내기업의 해외 법인 제외)는 총 4,023억 8,400만원을 감경 받았다.

당초 과징금 산정액은 7,725억 6,600만원이었으나 52%가 감액되어 3,701만 8,200만 원에 그친 것이다.

위반이 8차례였던 점을 감안하면 평균 500억 이상씩 감경을 받은 것이다.

반면 외국계·글로벌 기업들도 같은 기간 총 2,025억 9,900만원을 감경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과징금 산정액인 4,674억 9,900만원에 비해 43.3% 감경된 것이다.

이와 같은 과징금 감경에 대해 공정위는 각종(?) 감경 사유를 제시했다. 강 의원은 이는 평소 공정위가 고시로 구체화해놓은 ‘기업 봐주기식 감경 조항’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현대자동차에게 과징금 563억 5,400만원을 감경해 주었던 ‘7개 대형 화물상용차 제조판매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에서는 조사 과정에 협력하였다는 이유로 –30%, 또 건설·유통 등 연관업계에 타격을 입힌다는 이유로 –20%의 감경이 주어졌다.

삼성전자가 792억 600만원을, LG디스플레이가 554억 1,100만원을 감경 받았던 ‘11개 초박막액정표시장치 제조∙판매사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에서는 같은 건으로 EU에서 제재를 받았다는 이유로 –20%를, 또 내부 거래 비중이 높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이유로 –30%를 감경해줬다.

‘5개 컴퓨터용 컬러모니터 브라운관 제조∙판매사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에서는 수요급감과 가격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사업부문에 한해서) 직전 3~4년간 당기순손실, 그리고 직전 3년간 법 위반 전력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삼성SDI에게 487억 5,700만원을 감면해줬다.

또 LG디스플레이에게는 해당 사업부문을 이미 타사에 양도하고 폐업한 상태라는 이유로 과징금 전액인 217억 4,700만원을 감경해줬다.

이와 같은 감경 사유는 함께 담합에 가담했던 외국계·글로벌 기업에게도 그대로 주어졌다. 게다가 이들은 국내에서의 시장점유율이 낮고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추가 감면까지 받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사실상 국내 기업을 위한 봐주기가 외국 기업 봐주기로도 그대로 이어진 것이다.

이와 같은 공정위의 솜방망이 처벌과는 달리 미국·EU 등 외국 기관들은 강력한 제재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 외국 당국으로부터 국내 기업들이 담합 관련하여 제재를 받은 것은 총 18건으로, 과징금 액수는 한화로 약 3조 4,150억 원에 이른다. 외국계·글로벌 기업들이 적발된 12건에서 국내 공정위로부터 받은 과징금 규모(2,839억 1,800만원)의 12배가 넘는 금액이다.

같은 사건이라도 미국·EU 등의 처벌은 훨씬 더 강력했다. ‘11개 초박막액정표시장치 제조∙판매사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해서 미국은 총 4억 달러(한화 약 5,474억 원*), EU는 총 2억 1,500만 원 유로(한화 약 3,803억 원*)의 과징금을 LG디스플레이에게 물렸다(삼성전자는 리니언시 혜택을 받음).

반면 국내 공정위는 외국 기업들을 모두 포함해서 1,97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을 뿐이다. LG디스플레이가 국내에서 677억 원을 받은 것에 비해 미국은 약 8배, EU는 5.6배의 강한 제재를 내린 것이다.
* 2009년 1월 30일 기준 환율 적용 (USD: 1368.50, EUR: 1768.72)

이에 대해 강 의원은 “국내에서는 관련 매출액의 10%가 상한이지만, 미국에서는 소비자피해액의 2배 혹은 사업자 이득의 2배로, EU는 전 세계 매출액의 10%로 상한을 정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징금 상한부터가 다른 것이다.

강 의원은 “현재 공정위의 과징금 고시에는 법적인 근거도 없이 재량적으로 마련된 각종 감면 조항이 많다”면서, “평소에 국내 기업을 봐주던 이런 고시 조항들을 손보지 않으면, 국내 기업들은 외국에서 엄히 처벌 받고 외국 기업들은 우리나라에서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 카르텔은 같은 사건을 전 세계에서 처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기업에 대한 타격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고 전제하고, “공정위가 외국에서 처벌 받는 걸 고려해서 국내 기업을 봐줄 것이 아니라, 국내 기업들이 국제 카르텔에 엮이지 않도록 지도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