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톡톡뉴스]박재범 기자 = 허술한 ‘약사법’의 맹점을 파고든 의료기관 건물 내 약국 개설이 버젓이 이뤄지고 있어 관련규정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병원건물 내 약국 개설을 규제하기 위한 ‘약사법’ 규정이 의료기관과의 전용통로 여부나 다중이용시설 설치 유무 등에 국한돼 위장점포를 활용한 약국 개설·운영이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행 약사법 제20조 5항에 따르면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인 경우 개설이 제한된다’고 명시돼 있다.

또 세부사항으로 의료기관과 약국사이에 전용복도 계단 승강기 또는 구름다리 등의 통로가 설치돼 있거나 이를 설치하는 경우 약국개설 등록이 되지 않는다 .

하지만 현실은 이렇듯 모호한 약국 개설규제를 비웃듯 다중이용시설로 위장한 점포 입점을 통해 교묘히 병원과 담합, 약국을 개설하는데 악용되고 있다.

실제 광주 서구의 한 5층 건물은 2층부터 5층까지 내과, 치과, 이비인후과, 안과가 입주해 있으며 1층에는 약국이 들어서 있다. 지난 2006년 개설된 해당 건물의 건축주는 약국의 약사 2명을 비롯해 병원관계자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약국은 당시 1층에 옷 수선 점포인 다중이용시설이 함께 입주해 해당 보건소의 허가를 얻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이에 대해 주변점포 일부 상인들은 “건물 건축당시 약국에서 건축비의 대부분을 지원해 병원을 유치했다는 게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며 약국과 병원의 담합의혹을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현재 옷 수선 점포는 없어지고 다중이용시설이 아닌 연구소가 입주해 있어 약국 운영에 법적인 하자가 있어 보이지만 관할 보건소는 “개설 당시를 기준으로 하는 법령 때문에 약국 운영에는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한 약국 관계자는 “메디컬 센터(병원 건물) 1층에 있는 약국은 대부분 다 그런 식이다. 병원 처방전이 우리쪽으로 오는 것은 극소수로 영업에 지장이 많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A 보건소 관계자는 “병원 건물 내 약국이 있는 경우가 더러 있어 담당자인 나도 의아할 때가 자주 있다”며 “확인 해 보면 당초 허가를 낼 당시 약국이 먼저 입주했거나 다중이용시설을 끼고 들어가는 법의 맹점을 이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약국 개설과 관련된 민원들이 제기됨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약국개설 관련 지침’을 각 지자체에 발송했다.

복지부는 “약국 개설 등록 제한 취지는 약국이 의료기관 시설 내에 있거나 장소적으로 연관돼 있으면 약국과 의료기관이 담합할 가능성이 크므로, 담합을 방지해 의약분업을 실현시켜야 할 필요성이 존재한다”며 관련규정 강화 필요성을 뒷받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