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뒤 20여 년 동안 행방을 찾지 못해 사망처리 된 장애인이 가족과 상봉했다. 24일 오전 10시께 전남신안군 도초파출소. 경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백모 씨와 가족들이 생이별한지 20여 년 만에 극적으로 다시 만났다. 백씨는 20년 전 경기도 수원에서 부모와 외출을 한 뒤 실종됐다. 그뒤 가족들은 15년 동안 전국을 무대로 전단지를 배포하는 등의 노력을 벌였지만 허사였다. 어쩔 수 없이 1995년 법원으부터 실종선고를 받아 사망자로 처리했다. 그러나 가족들이 백방으로 수소문하며 찾다가 결국 사망신고까지 한 백씨는 그 기간에 전국의 섬과 오지 등을 배회하며 염전 일꾼으로 일하는 등 고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사망신고 뒤에도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백씨를 찾던 가족들은 경찰로부터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된다. 경찰로부터 백씨를 찾았다는 연락이 온 것이다. 백씨를 찾기까지 경찰의 노력도 한 몫 했다. 경찰은 이름 외에 정확한 나이조차도 알지 못하는 지적장애인인 백씨의 신분을 파악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우선 백씨의 지문을 채취한 뒤 경찰컴퓨터 전국 조회를 통해 그와 비슷한 연령대의 동명이인을 모두 찾았다. 생존자 87명, 사망자 11명 등 총 98명이 검색됐다. 경찰은 이들 98명의 가족들에게 관계기관의 협조를 받아 통화를 시도하던 끝에 사망자로 처리된 백씨의 동생과 연락할 수 있었고 백씨 사진을 보내 확인했다. 이날 상봉에는 20여 년 전 실종되기 전 함께 외출했던 백씨의 부모는 이미 고인이 되어 참석하지 못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백씨의 동생 백모(45ㆍ경기화성)씨는 “사망자로 처리해버린 형을 찾은 것이 꿈만 같고, 고인이 된 부모님을 떳떳하게 뵐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