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사진이 범상치 않다. 한 남자가 왕관 같은 것을 쓰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 보라. 왕관이 아니라 말린 물고기다. 말린 물고기를 엮어 머리에 두른 모습. 기이하지 않은가.

책을 열어보지 않아도 책이 어떤 세상으로 안내할지 살짝 짐작이 간다. 책장을 넘기면 소수민족들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낸 사진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글보다 사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책장을 쭉쭉 넘기며 화보 보듯 사진과 사진설명글만 읽어도 이제껏 접해 보지 못한 문화를 감상할 수 있다.
밀려오는 문명에 아랑곳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전통의식을 지키려는 다바. 속알머리만 놔두고 박박 밀은 머리 모양을 하고 강건함을 추구하는 바사의 남자들. 소가 없으면 죽은 자의 영혼이 조상들의 땅에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해 기둥뿌리가 휘청일 만큼 소를 잡아 의식을 치르는 쟈취 사람들.

애 생기는 약과 애 떼는 약을 써서 자손의 수를 조절하는 잔리 사람들. 무게가 십여 근이 넘는 거대한 장식을 머리에 하고 절벽 사이를 자유자재로 걸어 다니는 쟝각마오의 여인들.
외부인들이 보기에는 기이할 뿐 아니라 거추장스럽고 고단해 보이는 소수민족들의 전통과 풍습. 하지만 이들은 선조에게서 이어받고 후손에게 전수하며 묵묵히 지켜 나간다.
전통과 풍습이 어느날 뚝딱 생겨나지는 않을 터. 저마다 처한 환경에 때론 순응하고 때론 맞서며 살아온 중국소수민족들.

긴 세월을 이어오면서 자신들만의 전통과 풍습을 만들고 지켜왔다. 정말이지 긴 세월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산물이 아닐까 싶다. 번쩍이고 현란한 문명이 유혹하더라도, 그토록 긴 세월 동안 박은 뿌리가 쉬이 흔들리겠는가. <제공-북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