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순천 발전을 향한 자신의 진정성으로 위대한 순천 시민들에게 다가서면 자신을 선택해줄 거라는 믿음으로 꽉차있었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되면 3선의 중견정치인으로 거듭나는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바로 그 사람이다.
그는 순천 유권자들의 특성을 이렇게 분석하고 진단한다.
지금까지의 순천시장 선거에서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기호 2번의 민주당이 연달아 3차례나 패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또한 민주당 후보가 2번이나 낙마했다는 것을 들면서 순천시민의 정치수준이 그만큼 높다는 점을 은근히 치켜세운다.
순천 유권자들이 한편으론 위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굉장히 무섭다고 솔직하게 털어 놓는 것도 그래서다. 선거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표심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열정과 진정성으로 다가서지 않으면 당선되기란 ‘하늘에 별따기’정도다.

이정현은 유권자들이 자기수준에 맞는 눈으로 정치인을 바란다는 말을 내던지고는 유세차에 올라 마이크를 잡는다. 선거 초반엔 지난 7·30 재보선 때처럼 자전거로 유세를 하다가 이번에는 1톤짜리 유세차로 바꿨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됐다.
순천지역 아파트와 동네 길을 샅샅이 누비고 다닌다. 이른바, ‘게릴라 전술’이다.
선거운동치고는 가히 프로급이다. 마이크를 잡고 ‘일하고 싶습니다’라고 외쳐대는 절규에 가까운 울부짖음이 거리의 유권자들의 귓전을 때린다. 그러면서 ‘한번 더’라는 강렬하고도 절박한 메시지를 던진다.

제법 따가운 봄 햇살도 마다않고 한 번의 쉼도 없이 치열하게 선거운동을 하다보니 얼굴은 그야말로 촌놈처럼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유권자들도 감동했는지 ‘이정현 파이팅’이라고 응대해준다. 그러한 한마디에 이정현은 흥이 절로 나고 고생을 잊는다.

8일 오후 4시 후보자 연설이 예정된 연향동 원예농협 4거리에 도착한다. 여느 선거구와는 달리 순천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연설에 경청한다. “새벽 3시 40분에 일어나서 밤늦게 까지 유권자들을 만나고 고향을 위해 일하고 싶어 환장한 이정현입니다” “그런 열정을 봐서라도 눈 찔금 감고 한번만 더 찍어주십시오” 그리고 “지켜주십시오” “밀어주십시오”라며 그의 특유한 외침에 ‘이정현’ ‘이정현’이라는 연호가 뒤따른다.
“순천발전으로 여러분들에게 꼬~옥 보답 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지난해 재보선 때 자신을 국회의원으로 당선시켜 준 바람에 예산 철이 되면 광주시장과 전남지사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지만 한 번도 싫다거나 거절하지 않고 정부와 여당의 창구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한다.

중앙정치를 33년이나 한 사람이 지방정치만 해온 사람보다는 더 크고, 확실하게 순천과 동부권 발전을 앞 당길수 있다는 자신에 찬 목소리가 울림으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3선이 되면 제대로 된 정치를 해서 호남대표 국회의원, 아니 대한민국 대표 국회의원이 될 수 있으니 한번만 더 밀어달라고 호소한다.

▲ 이정현 후보 연설에 주민들과 함께 환호하는 자원봉사자

이정현의 게릴라 유세와 후보연설을 지켜보면서 그의 열정 속을 관통하는 4가지의 의미를 읽어 내릴 수 있었다.

첫째는 지역발전의 영속성이다. 비록 1년 8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수많은 예산을 따왔고 이를 마무리 해야만 결과를 맺을 수 있지 도중에 하차하면 죽도받도 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순천시 예산 1조원 시대를 이뤘고 인근 여수시와 광양 등 전남 동부권을 잇는 사업비를 합치면 2조원에 달했으니 그럴만도 하다.

구체적으로 따지면 순천시민들이 가장 자랑거리로 여기는 순천만 국가정원과 갯벌 복원사업 등에 243억원을, 해룡산단과 율촌 산단 그리고 광양향 24열 컨테이너크레인 3기 설치 등 산업기반 시설에 6,282억원의 국비를 확보했다.
에코에듀체험센터 건립과 순천 부읍성 역사마을 관광자원화, 유소년 전용축구장 건립 등 문화교육시설에 1,324억, 생활환경 조성사업에 3970억, 농업농민들을 위해 872억원...
한번에 읽어 내려가기에는 숨이 찰 정도다.

지금까지 따온 국비보다는 자신이 ‘한번 더’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더욱 많은 예산을 따오겠다는 비전도 당차게 제시힌다. 가장 큰 사업의 하나로 자신이 청와대에 보고한 ‘광양만권 활성화 및 기업유치를 통한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해 25조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리되면 광양항은 부산과 함께 명실상부하게 투 포트 시스템의 양항체제를 갖출 수 있게 된다. 광주송정에서 순천에 이르는 경전선 전철화와 여수~남해를 잇는 한려해저터널 건설도 낙관적이다.
특히 순천만 정원에 몰려드는 관광객들이 순천 대신 여수에서 하루 밤을 묵고 밤바다를 즐긴 뒤 떠나는, 말하자면 순천에는 별다른 소득이 없다는 여론에 따라 500억짜리 호남권직업체험관인 잡월드라는 컨벤션을 지을 예정이다.
관광객이 더욱 몰리는 인프라를 조성하게 되면 굳이 민자유치를 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특급호텔 등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둘째로 지역주의 벽을 넘는 2번째 신화를 이루게 된다. 만에 하나 여권텃밭인 대구에서 김부겸 후보, 야권 텃밭인 전북에서 정운천 후보가 각각 당선된다면 대한민국의 고질병인 지역주의 감정을 허물 수 있다.
탯줄이 다르다는 이유로 성골· 진골이 판가름 나는 아리고 슬픈 대한민국 정치현실을 치유하는 단초를 이정현이 제공했고, 그래서 그는 이제 최선봉자로서 우뚝 설 수 있다. 이정현은 말하자면 26년만에, 영남에 앞서 호남에서 지역주의 벽을 허무는 한국 정치사에 획을 그은 인물로 커 나갈 수 있다.

이정현이 순천시민을 가르켜 위대한 시민으로서의 자질이 충분하다고 한 얘기는 어쩜 당연하면서도 공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오직 순천시민들만 믿고 진정성과 열정으로 대한다면 자신을 꼬옥 안아 줄 것이라고 마치 신앙처럼 믿고 있다.

셋째로 이정현은 타 후보를 그리 의식하지 않는다. 묵묵하게 선거운동에 나선다. 더민주의 노관규 후보와 지지율면에서 엎치락뒤치락 하거나 앞서 있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도 이정현은 이를 뒤엎으려 하기 보다는 말없이 뚜벅뚜벅 앞만 보고 걸어간다. 언론플레이를 하지 않겠다는 것도 그래서다.

광주·전남의 정치지형이 야권으로 기울어져 있는 상황에서 여기에 매몰될 경우 당 색깔 때문에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숨어있다. 그러한 외생적인 변수 보다는 오직 순천시민들만을 믿고 진정성으로 한표 한표 호소한다면 유권자들에게 진한 감동으로 다가설 수 있다는 확신으로 대신한다.

정말로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유권자들이 자신을 향해 보내는 눈길과 따스한 손을 내미는 게 한없이 고마웠고, 그런 유권자들의 표심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때면 저절로 에너지가 치솟으면서 자신감도 덩달아 생기더라는 것이다.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선거가 막바지로 치닫자 이정현의 지지율이 되살아나고 있다. 무척 고무돼 있다.

하지만 짚고 넘어갈게 있다. 순천지역 일부 시민단체들이 이정현이 내세운 공약인 ‘순천의과대학 신설’은 헛 공약이고, '예산폭탄'을 허구라고 다그칠 때면 드러내놓고 맞대응 할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계산하고 축소하고 되지 않은 말로 공격할 때면 벙어리 냉가슴을 않을 수 밖에 없다.

순천대 의과대학 신설의 경우 중앙부처, 의사협회, 타 대학 등 이해관계인이 서로 얽히고 설켜 있는 바람에 자신이 아무리 노력한다하더라도 힘의 한계에 부딪혔음을 솔직히 시인했다.
그동안 치열하게 했던 자신의 노력을 너무 간과한 것 같아 슬프지만, 그렀다고 해서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달라고 드러내놓고 맞설 수 없다는 얘기다.
그 대신 섬 주민과 농민들이 많은 전남을 위해 국립보건의료대학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외생변수를 들 수 있다. 호남지역이 일당 독식에서 야권 분열로 인해 국민의 당과 더민주당이라는 양당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선거 막바지에 호남을 홀대하고 차별한 ‘반문 정서’가 고개를 들면서 더민주의 지지율이 내려앉고 대신 국민의당 바람이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더욱이 더민주 노관규 후보의 시장재임시절의 이권과 관련된 믿기지 않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광양과 순천을 잇는 곳에 위치한 2조원대의 신대지구 개발을 하면서 시공회사인 중흥건설로부터 5백만원을 통장으로 받았다.
후원금이라 법적인 하자는 없다하더라도 그 사업 허가를 내주고 백여 차례의 설계변경을 해준 중흥건설로부터 받았다는 것은 도덕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 밖에도 노 후보가 순천시장을 하다 중도하차하고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바람에 시 예산으로 10억원을 보전하거나 순천만 정원의 무인궤도 열차 및 해룡산단 조성 관련 사업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노후보가 배낭을 메고 선거운동에 나서는 바람에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유세차량 옆에 시의원들을 한 줄로 도열하도록 하는 것은 구태정치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는 지적이다.

야권 후보와 새누리당간의 박빙승부가 예상돼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있는 순천 선거구는 앞서 말한 4가지 관전포인트로 판세를 읽어 내려간다면 더욱 흥미로울 수 가 있다. <광주뉴스통=박병모기자>

박병모 기자 기사 더보기

gjnewsto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