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얘기하는데 그렇게 심한 말을 들이대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필자가 지어서 하는 말은 결코 아니다. 그 사람의 측근이었던 한 시의원의 말을 약간 돌려서 했을 뿐이다.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가 바로 그다. ‘핵심측근’은 김영남 광주시의원이다. 서구을이 지역구인 김 의원은 지난해 4·29재보선 당시 정치생명을 걸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새정치연합을 탈당하는 모험을 감행했었다. 순전히 천 대표를 돕기 위해서였다.
안산에서 4선을 한 뒤 서울시장 경선과 송파로 떠돌던 철새 정치인 천 대표를 서구을 풍암 호수로 안착하게 만든 그를 가르켜 ‘일등공신’이라 해도 무리는 아닐 듯 싶다.

핵심측근이었던 그가 꼬~옥 1년 만에 천 대표와의 결별을 선언한다. 4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당 탈당 선언과 함께 천 대표의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광주시민의 열망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나쁜 정치세력” “무소신·무책임·무능·몰염치를 두루 갖춘 본인의 이익만 추구하는 매우 이기적인 정치인"이라는 험한 말도 거침없이 쏟아내며 탈당배경을 설명한다.

이로써 국민의당 창당 과정에서 천 대표의 몫으로 국민의당 광주시당 공동위원장을 지낸 김영남·김영집·홍인화 등 측근 3인방은 굳~바이 하며 모두 떠났다. 측근들의 이탈 러시는 지난해 재보선과정에서 자신을 도왔던 염동연· 이철 전 의원 등으로 부터 일찌감치 시작됐다.
하지만 여론의 향배가 이상스럽게도 김 의원을 탓하기 보다는 천 대표를 향해 쏟아지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그런 질타성 여론은 아무래도 천 대표의 ‘뻐꾸기 심보’가 도화선이 된 듯싶다.
뻐꾸기는 딱새의 둥지로 날아가 알을 낳는다. 새끼 뻐꾸기는 알에서 먼저 깨어난다. 그리고는 해코지를 부린다. 어미 딱새의 먹이를 먼저 받아먹기 위해 아직 알에서 부화하지 않은 새끼 딱새를 발로 차 밖으로 떨어지게 한다. 습성 치고는 잔인하다. 그런 뒤 날개 짓을 할쯤이면 미련 없이 떠난다.

천정배를 ‘뻐꾸기 같은 정치인’이라고 지적한 것은 따지고 보면 그의 정치행보를 두고한 말이다. 아시다시피 그는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인 정치’를 해왔다. 호남정치를 말로만 외치는 ‘위선적인 정치인’이다. 오락가락한 ‘정체성과 소신’을 보였다. ‘뺄셈정치’만 해왔다. 당대표를 할 만한 ‘리더십’도 없다.

천 대표의 이미지를 덧칠하고 있는 그다지 상큼하지 않는 표현들이 나오게 된 정치적 배경과 색깔을 설명하면 쉽게 이해가 될 성싶다.
그는 안철수의 국민의당과 통합과정에서 호남을 중심으로 한 신당주체세력들을 ‘핫바지’로 만들게 한 장본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천 대표는 박주선·박준영·정동영·권노갑·김민석 등 호남신당 주체세력들과 만나 통합신당을 추진키로 했다. 그런 뒤 부산출신 양자 안철수의 국민의당과 개인이 아닌 큰 틀의 중통합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그런데 웬걸 이당 저당 등거리 외교를 하던 천 대표는 김한길이 던진 ‘당 공동대표’와 ‘광주지역 공천권 행사’라는 욕망의 미끼에 눈이 어두워 이를 혼자서 덥썩 물었다. 그리고는 새끼 뻐꾸기가 어미 딱새의 먹이를 독차지하기 위해 부화되지 않은 딱새 알들을 발로 차버리듯이 신당주체세력들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쳤다.
천 대표 혼자서 ‘욕망이라는 이름의 국민의당 전차’를 탄 셈이다. 덧셈이 아닌 뺄셈정치를 선택했다.

그러다보니 박주선 의원 등은 ‘닭 쫒던 개가 지붕 쳐다보는 식’이 됐다. 어쩔수 없이 백기투항을 한 채 안철수 밑으로 기어들어가게 된다. 호남을 중심으로 한 통합신당과 국민의 당과의 건전하고도 팽팽한 견제와 균형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런 천 대표는 국민의당 공천과정에서 ‘숙의배심원제’란 공천 제도를 광주에서 첫 도입했으나 실패했다. 뉴 DJ를 키우겠다는 도입취지는 퇴색됐고 외려 물갈이 대상으로 여겼던 현역의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공천결과를 낳았다.
당헌 당규나 시행규칙을 세세하게 만들지 못하는 바람에 배심원단 경선은 막말과 고성, 몸싸움이라는 후유증을 남기고 말았다.
꼴값만 떨었지, 국민의당 존재감을 더욱 실추시킨 제도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공천과정에서 당대표답지 않은 행동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국민의당은 같은 서구을에서 예비후보로 등록한 김하중 후보를 눌러 앉힌다. 이 과정에서 명색이 당 대표인데 공천경선을 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으니 다른 지역에서 경선을 해줄 것을 요구한다.
내키지 않았지만 김하중 후보는 이에 동의하고 북구을에서 경선을 치르려 했다. 그러나 당론인 배심원단 경선을 적용하지 않자 이에대한 반발로 다시 서구을로 회군하게 된다.
자신이 당 대표를 위해 백의종군한다고 했으면 당론인 경선룰을 그대로 적용하면 되는데 덧붙여 여론조사를 함께 실시하는 것은 이제 갓 선거구를 옮긴 김 후보로서는 불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후보에게 불리한 배심원단+여론조사 경선룰에 동의를 한다. 당 대표로서의 리더십이나 의리를 저버린 행위라고 김 후보는 지적한다. 오죽했으면 김 후보가 자신의 무소속 출마배경으로 ‘천 대표를 떨어뜨리기 위해 총선에 출마하고 끝까지 싸운다“고 했겠는가.

그러한 의리없는 정치행보도 그렇지만 이번 총선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천 대표의 정체성과 색깔이 도대체 무엇이냐는 게 쟁점으로 부상되고 있다.
그는 2004년 민주당을 깨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업고 열린 우리당을 창당한 천·신·정의 한 사람이다. 지난해 서구을에서 호남정치복원이라는 슬로건으로 광주시민들의 열화같은 지지 속에 당선됐다.

이후 천 대표는 DJ를 팔고 다녔으나 여론이 싸늘하자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이후 호남정치가 기울어 질대로 기울어진 것은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면서 제스처를 썼다.
하지만 종이 한장 덜렁 들고 총선 불출마를 하겠다는 등의 대안은 없고 말로만 떠드는 기자회견을 하는 바람에 ‘진정성이 하나도 없다’는 여론의 질책을 따갑게 받았다.

그는 뼛속 깊이 친노 성향을 가진 정치인이다. 호남통합신당과정에서 박주선·박준영 등 주체세력들이 시차를 두고 창당대회를 열어갈 때 이런저런 핑계로 불참하거나 거들 떠 보질 않았다. 대신 호남정치는 자신이 쥐락펴락하니 호들갑을 떨었고 중앙정치 한다며 지역주민과의 스킨십보다는 TV이나 종편을 즐겨 찾았다.
그러한 오만함은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에게 알권리를 제공하기 위해 실시되는 TV토론회 불참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과의 후보 단일화나 연대를 하지 않을 경우 새누리당에게 어부지리를 주게 되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고 했다. 자신에게 조건부로 당 대표라는 욕망의 선물을 준 김한길에게 보은이라도 하듯 거들며 수도권 단일화를 주장했을지 모르겠으나 그의 정치철학은 결국 현역의원들이 많은 더민주를 도와주는 셈이 된다.다시 말해 총선 이후 친노 부활을 돕는 대리역할로 봐도 될 성 싶다.

그러면서 그는 개헌저지선을 내주면 국가가 망할 것처럼 호도한다. 서울과 수도권지역 유권자들이 그렇게 우매하지 않다는 점을 간과한 셈이다.
거꾸로 생각하면 천 대표의 역사인식은 문재인 전 대표가 최근 강조하는 역사 인식과 일맥상통하다.
특히 새누리당을 찍는 유권자들을 항해 역사의 죄인 운운하며 이분법적, 흑백논리 같은 편협한 생각을 하는 것은 통합과 화해가 중시되는 정치현실과 배치 된다.
그렇다면 몇 년전 총선 때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에게 39%라는 표를 몰아준 서구을 주민이나 이후 국회의원으로 당선 시켜준 순천 유권자 마저도 ‘역사의 죄인’이란 말인가.

천 대표의 정치철학과 행보를 감안할 때 정치분석가들은 이렇게 진단한다.
총선 후 전개될 정계개편과정이나 전당대회에서 제일 먼저 탈당할 수 있는 정치인으로 천 대표를 꼽는다. 좀스럽고 쪼잔한 정치행보에다 뺄셈정치를 하는 바람에 당내 입지가 좁아질 대로 좁아졌고, 더 더욱 핵심측근들이 하나둘씩 떠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천정배로서는 어쩔수 없이 탈당을 선택하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서구을 유권자 대부분은 김영남 시의원이 주장한 후보 사퇴론에 동조한다. 어차피 총선 후 전개될 정계개편과정에서 국민의당을 탈당할거면, 그래서 유권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줄 거면 차라리 이쯤에서 후보를 사퇴하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후보 사퇴론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것은 광주에서 확산되고 있는 반문 정서때문에 그러하리라. <광주뉴스통=박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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