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6년 전에 치러졌던 민주당 광주시장 경선의 악몽이 자신에게도 해당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아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2010년 민주당 광주시장 경선에서 강운태 전 광주시장과 이용섭 전 의원, 정동채 전 장관이 맞붙었다. 당시 경선 룰 또한 배심원제였다. 이름을 듣도, 보도 못했던 경선 룰이었다. 과거 인기리에 방영됐던 TV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나가수)’라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성 싶다.

당시 배심원은 중앙당이 서울에서 뽑아 보낸 분야별 전문가 집단 192명, 광주시민 가운데서 뽑은 현지배심원 192명 등 384명으로 구성됐다. 말하자면 이들이 경선현장인 김대중컨벤션센타에서 후보자들의 정견발표와 함께 전문패널이 나서 공통질문을 하고 후보자들 간 상호토론을 거친 후에 적격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올해 적용되는 ‘숙의배심원단’ 규모는 이보다 훨씬 적다. 분야별 전문가 100명과 시민배심원단 100명 등 200명에 불과하다.
물론 전문가들로 후보를 결정할 경우 시민들의 여론이 반영되지 않는다고 해서 여론조사를 함께 병행하고 그 결과를 합산해서 후보자를 최종 결정한다.

올 4·13총선에 도입된 배심원제 역시 6년 전의 ‘공론조사’‘시민여론’이라는 대신 ‘숙의’라는 이름만 달리했을 뿐 방식은 거의 동일하다. 배심원단 구성방식과 선정 기준, 범위및 규모, 여론조사 비율 등 구체적인 세부 방식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중앙당이 주도한다는 점은 다를 바 없다.

그 때문에 중앙당이 특정인을 당선시키기 위해 배심원단을 그런 방향으로 구성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천정배 공동대표가 시민사회단체로 하여금 배심원단을 구성해야 한다는 언급을 했을 당시만 해도 국민의 당으로 입당하기 전 천 대표와 함께 했던 국민회의 출신 후보자들에게 유리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한 듯 싶다.

이런 와중에서 총선 입지자들은 당내 경선을 통과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짜고 있다. 혹여 박빙의 승부로 자신이 경선에서 낙선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2010년 김대중컨벤션센타에서 치러진 민주당 광주시장 경선에서 강 시장은 37.8%의 득표율을 올려 37.35%를 얻은 이용섭 의원을 0.45%포인트의 ‘간발의 차’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강 시장은 배심원단 평가에서 이 의원은 물론이고 정동채 장관에게 뒤진 반면 시민여론조사에서 46.7%를 얻어 평균 득표율 37.8%로 1위를 기록했다.
반면 이 의원은 배심원단 평가에서 41.6% 득표율로 1위로 선전했으나 시민여론 여론조사에서 뒤져 아쉽게 참패했다.

이 전 의원으로서는 통한의 패배였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정세균 대표와 강기정 최고의원, 최재성 의원 등 범 친노로 불리는 민주당 지도부가 이 전 의원을 당선시키 는데 유리하도록 만든 배심원제였기 때문이다.
이 전 의원으로서는 차려준 밥상에서 숟가락질만 잘하면 되는데 이러한 절호의 기회를 살리지 못한 채 자신의 복을 내팽개친 꼴이 됐다.

후유증도 만만치 않았다.
이 전 의원은 자신이 시민여론조사에서 뒤진 것은 상대후보인 강 전 시장이 실시한 ‘불법 ARS’때문이었다며 이를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민주당에도 이의제기를 신청했다.
강 시장측은 민주당에서 여론조사가 한참 진행 중인 시기에 맞춰 광주지역 모신문사와 짜고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불법으로 실시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이 사건을 주도한 강시장 캠프 A씨가 업무방해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하지 못한 이런 경선방식은 광주민심을 두 편으로 갈라서도록 분열을 부추긴데 이어 강 시장의 민선 5기 시정운영에도 악영향을 미쳤다는 게 뜻있는 시민들의 지적이다.
이번 국민의당 경선 룰도 아직 세부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자칫 한 쪽으로 치우치거나 과거 6년 전과 같은 전철을 그대로 답습할 수 있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6년 전 민주당 경선 때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배심원단 구성방식 및 규모 ▲당 지도부의 특정인 간접지원 ▲배심원단 명단 사전 유출 ▲동원·조직선거 ▲ 당 여론조사와 동시에 실시된 불법 ARS ▲전화착신에 따른 민심왜곡 ▲여론조사 기관의 투명성 담보 등 경선과정에서 의혹을 살만한 여러 난제들이 산재해 있다.

실제 이번 총선 입지자들은 배심원의 명단을 사전에 입수하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에 나서고 있다. 배심원 명단을 둘러싼 이런저런 얘기들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번 명단은 안철수 복심이라 불리는 모 인사가 키를 쥐고 있다 카더라. 그 사람의 성향이나 그동안 접촉한 사람들이 배심원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더라...

그러면서 총선 입지자들은 자신과 친분이 있는 분야별 전문가들을 어떤 루트를 통해서든 배심원단에 포함시키려 사력을 다하고 있다.
이게 여의치 않다면 지역구를 달리한 후보자들끼리 연대를 하거나 짝짓기를 통해 자신들이 이삭줍기로 입수한 명단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빨리 그리고 많이 확보한 후보자가 먼저 배심원들을 1대1로 접촉을 해야만이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앙당으로부터 배심원단 모집전화가 오면 후보 캠프로 연락해달라는 문자메시지가 주를 이루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정책이나 자신의 미래비전을 통한 지역일꾼임을 내세우기 보다는 유권자들로 하여금 배심원단에 뽑히면 연락해달라는 ‘구걸메시지’가 선거전략이 되고 말았다.

말하자면 동원과 조직선거의 폐해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국민의 당은 형평성 차원에서 경선 하루 전에 배심원단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조직력이 우세하거나 경선 당일 투표현장인 김대중컨벤션센타로 들어서는 배심원들을 누가 먼저 접촉하느냐가 당락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유권자들의 표심보다는 배심원들의 한표 한표가 당락을 결정짓는 선거판으로 전락하고 있는 대목이다. <광주뉴스통=박병모 기자>

<광주뉴스통=박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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