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밤 늦게 열린 심야회동 결과 “오랜 시간 얘기를 나눴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해 당초 예정대로 진행키로 했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발표한 ‘13~15일 재신임 투표’ 일정과 16일 중앙위원회 일정은 당초 예정대로 실시할 방침이다.

이날 회동은 당내 3선 이상 중진 의원 17명이 오후 긴급 회동을 통해 의견을 모았고 이를 문 대표에게 전달하는 자리로 진행됐다. 세 사람 외에 최재성 총무본부장도 배석했다.

이 자리에서 중진 대표자들은 중앙위원회 소집과 재신임 전당원ARS투표,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모두 연기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문 대표는 “재신임 투표 시기는 추석 전까지 연기할 수 있지만 16일 중앙위 소집은 연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특히 중앙위 소집에 대해 문 대표는 ‘절대 불가’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회동 중간중간 중진 대표자들은 다른 중진 의원들과 통화를 하면서 계속 의견을 취합했고 문 대표를 설득하려 했지만 이 부분에서 계속 이견차를 좁히지 못해 협상은 결렬됐다.

이날 회동은 새정치민주연합이 혁신위원회(위원장 김상곤)가 마련한 혁신안을 놓고 당내 계파 갈등이 불거지면서 친노(친노무현)ㆍ비노 간 세대결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양 진영의 대립은 당내 주도권 싸움이자 총선과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면전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친노 진영은 혁신안을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지만 비노 측은 내년 총선 후보 결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는 양상이다.

따라서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치킨게임으로 치달을 경우 총선을 전후해 ‘다른 길’을 갈 수도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문재인 대표는 공천혁신안에 대해 비노 진영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자 9일 “혁신안 처리 과정과 함께 저에 대한 재신임을 당원과 국민께 묻겠다”고 밝혔다.
문 대표가 이날 국회 당 대표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만약 혁신안이 끝까지 통과되지 못하면 저는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면서 ‘재신임카드’라는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

그러면서 문 대표는 “개인의 정치적 입지나 계파의 이해관계 때문에 끝없이 탈당과 분당, 신당 얘기를 하면서 당을 흔드는 건 심각한 해당 행위”라고 주장했다. 안철수 의원이나 박주선 의원 등 비노 진영에서 혁신위를 평가절하하거나 문 대표의 퇴진 등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해당 행위라고 못 박은 것이다.

문 대표의 재신임카드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친노 진영에서는 당을 살리기 위한 문 대표의 고육지책이라고 말하는 반면 비노 진영은 당을 확실하게 장악하기 위한 ‘꼼수’ ‘친노 동원령’등으로 폄하했다. 나아가 비노 측은 ‘재신임카드’에 대한 대응전략으로 조기 전당대회를 치르자며 맞불을 놨다.

문 대표의 최측근인 노영민 의원은 “조기 전대 주장은 잿밥에만 관심 있는 극소수의 의견으로 일단 대표를 흠집 내고 보자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반해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10일 “혁신안이 통과된다고 해서 당이 혁신적으로 바뀌고 총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아무도 보지 않는다”며 혁신안에 부정적 입장을 취하면서 “지금은 대표의 미래를 걱정할 때가 아니라 당의 미래를 걱정해야 할 때로, 재신임이 문제가 아니라 당이 사는 근본적 혁신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고 힘을 모을 때”라며 문 대표를 비판했다.

지난 2ㆍ8 전당대회 때 문 대표와 맞섰던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1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표가 다수를 임명하는 중앙위에서 재신임을 묻는데 반대한다”고 문 대표에 날을 세우며 “전당대회에서 선출됐기 때문에 전당대회에서 신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전날만 해도 “문 대표의 충정을 이해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날은 문 대표에게 조기전대 개최를 압박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문 대표와 함께 무소속 천정배 의원까지 참여하는 ‘통합 조기 전당대회론’을 주장했다. 이 원내대표는 “조기전대를 통해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며 “국감이 끝날 때쯤 대안으로 거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탈당설이 돌고 있는 박주선 의원은 “중앙위는 친노세력이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며 “사실상 혁신안 통과에 편승해 대표직을 연장하겠다는 잘못된 판단이자, 친노에게 뭉치라는 동원명령”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양 진영의 전운이 고조되는 가운데 1차 재신임 여부가 걸린 16일 중앙위가 당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16일 오전에는 비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혁신위 활동을 평가하는 토론회를 계획하고 있고 여기에 비주류 수장들인 김한길ㆍ안철수 전 대표, 박 전 원내대표, 박영선 전 원내대표 등을 초청하는 등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그러나 비노 진영은 혁신안을 부결시키는데 응집력이나 조직력에서 한계가 있다는 데 고민하고 있다. 또한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기 위해 혁신안을 거부하는 것으로 비쳐질 경우에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친노-비노 진영 간 대립은 16일을 고비로 내년 총선이 다가오면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박병모 기자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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