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의 상황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럴 수 밖에 없노라고 솔직하게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남지사를 3번이나 역임하고 김대중 정부 시절 공보수석을 지낸 박준영 전 지사가 16일 새정치연합을 탈당했다. 그의 탈당 선언은 비록 홀로였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겨선 안될 성 싶다.

새정치연합은 이미 사망한 거나 다를 바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던 박 전 지사.
그의 선언을 놓고 친노 입장에서 볼 땐 한 낮 구 동교동계 인사의 행태로 치부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가 3선 광역단체장을 하면서 다져놓은 역할과 위상은 인간미가 깃든 네트워크망을 통해 폭넓고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의 인맥은 당장 도백시절 행정 부지사와 여성국장을 지냈던 3명이 지난 총선과 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으로 당선돼 금배지를 달고 있다. 그리고 박 지사를 따르는 전직 단체장과 지방의원도 부지기수다.
최근 들어 모임을 갖는 자리에서 그는 “자신이 먼저 당을 떠나겠다”는 얘기를 해왔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 그런 점에서 박 전지사는 다른 정치인들의 후속 탈당 도미노로 이어질 신호탄을 쏴 올린 셈이다. 그의 선도 탈당에 대한 물줄기는 광주의 둑을 넘고 전북을 지나 수도권으로 흘러가 전국적인 쓰나미가 될 수 있다는 데서다.
박 전 지사는 평소 신중한 편이다. 여느 정치인처럼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남 앞에 나서는 성격은 더 더욱 아니다. 그런 그가 이번에 몇 갈래로 나누어지는 신당창당 세력 가운데 선두로 나서 탈당한 것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그런 용기는 과거부터 켜켜이 쌓여온 적폐를 이제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신념에서 비롯됐다.
과거 2007년 붕괴직전의 열린 우리당과 통합해 물에 빠진 친노 세력을 건져줬더니 기껏 하는 짓이 정통 민주당인 호남 사람을 내쫓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 정치적 현실이 안타까와서 선도탈당을 했다고 박 전 지사는 주장한다.
참여정부 들어서도 대통령 자신이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그 밑에서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이라는, 옛 직책으로 치면 이른바, ‘환관 정치’를 배웠던 문재인이 제1야당의 대표로 있는 한 호남정치의 미래는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쉽게 얘기하면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자고 했던 다짐들이 이제는 산산조각이 나서 더 이상 기댈게 없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정권재창출을 바라는 호남민들에게 조그마한 불쏘시게 역할을 해보겠다는 의지에서 탈당을 결행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지난 해 부터 장고 끝에 내린 결론으로 새정치연합은 대안정당이 결코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4·29 총선 과정에서 호남민심은 이미 떠났고 문 대표로는 안되겠다고 작심한 후 당시 천정배 후보와 물밑교감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의 이런 신념은 이번 탈당기자회견에서도 고스란히 녹아내리고 있다. “민주당 분당 이후 누적된 적폐의 결과가 새정치연합의 현재 모습”이라고 단정하면서 “특정세력에 의한 독선적이고 분열적인 언행, 국민과 국가보다는 자신들의 이익 우선, 급진세력과의 무원칙한 연대, 당원들에 대한 차별과 권한 축소 등 비민주성 등으로 국민과 당원은 신뢰를 거뒀다”고 비판한 대목이다.
그러면서 “집권여당이 실패하고 있음에도 국민은 새정치연합이 대안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됐다”고 덧붙였다.

호남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새정치연합에 대한 광주·전남 지역민간 온도차는 매번 선거 때 마다 확연히 달랐던게 사실이다. 광주지역 유권자들이 진보성향을 띄었다면, 전남 도민들은 그래도 김대중 선생을 찾으며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며 기호 2번을 찍곤 했다.
새정치연합으로선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던 좋은 시절이 다 지나갔다’는 얘기가 지난 지난 10일~12일 사흘 동안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무려 1만1000명을 상대로 한 대규모 여론조사이고, 그것도 전남지역 국회의원들이 총의를 모아 실시한 여론조사라서 민심이 제대로 반영된 수치다.

그 결과는 야권 신당의 지지율은 44.2%로 새정치연합 29.5% 보다 무려 15%가 높게 나타났다. 실체가 아직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호남 민심은 야권 신당에 온통 쏠려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찌 보면 광주에 이어 전남 민심 마저 바뀌고 있으니, 내년 총선을 앞둔 새정치연합 소속 전남지역 국회의원들은 속으로 끙끙 않을 수 밖에 없다.
이에 앞서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북지역 여론조사에서도 선거구 11곳 가운데 1곳을 제외한 10곳에서 야권 신당의 지지율이 높았다 한다.
광주시당 으로선 지난 4·29 재보선에서 무소속 천정배 의원에게 워낙 참패를 당한지라 여론조사를 했다간 또 다시 창피를 당할 것 같아 그만뒀겠지만, 아무튼 새정치연합에 대한 호남민심은 싸늘하기만 하다.
앞서 서술했지만 박 전 지사의 선도탈당 물줄기가 전남에 이어 광주와 전북, 그리고 수도권으로 이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강조한 대목도 이러한 연장선상에서다.

친노 세력들은 이렇게 생각할 게다. 야권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정치결사체들이 대권에 출마할 주체가 없는데다 호남지역 현역들이 공천권 때문에 주저주저 하고 있는데, 신당창당이 제대로 되겠느냐고 말이다. 비노들이 기껏 뛰쳐나가 봤자 그 파괴력은 미미할 게 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박 전 지사의 탈당까지의 행보는 오랜 전부터 진행돼왔다는 점에서 무게가 실려있다. 그는 지난해부터 신당창당에 뜻을 같이 해온 정치결사체들과 물밑교감을 해오면서 지난번 경기도에 이어 지난 9일에는 박주선 의원과 정대철 고문, 정균환 전 의원, 박광태 전 광주시장 등과 만나 야권 재편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
중도 개혁 성향의 정치세력과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호남을 넘어 전국정당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이 박 전지사의 정치철학이다. 그의 향후 정치일정으로는 오는 20일에 전남으로 내려와 전격 기자회견을 한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밝히지 못한 정치 방향 설정과 일정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호남민들 앞에서 밝히겠다는 것이다.
그런 박 전 지사의 탈당 선언을 뻔히 보고도 새정치연합측 어느 누구도 그러지 말라고, 그래서는 안된다며 손을 잡아 당기거나 중단해야 한다고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그 배경엔 현역도 아닌데 ‘어차피 비노로 지칭되는 사람이 나가서 뭘 하겠어’ 하는 새정치 지도부의 오만함이 숨어 있다. 그리고는 뒷전에서 삿대질을 해댄다. 단물만 빼먹고 나갔다고 매도한다.

박 전 지사가 재임기간 동안 성실성과 미래가치를 바탕으로 이룩해 놓은 치적들을 보면 도민들의 행복한 삶의 질과 맞닿아 있다. 그게 그의 자산이요 인맥으로 이어지고 있다.
박 전 지사는 광주·전남의 상생발전을 위한 전기를 마련한 단체장이었다.
우선 나주 혁신도시를 만들 때 광주와 전남 두 곳의 시도가 서로 양보해 16개 공기업을 유치했다. 다른 시도와는 달리 한전 등 번듯한 공기업이 들어서면서 지역과의 상생협력과 시너지 효과를 낸 곳은 전국에서 나주 혁신도시 뿐이다.
박지사는 미래가치를 창조 하기 위한 비전과 프로젝트로 친환경 농업과 수산자원을 적극 활용했다. 전남도가 갖고 있는 특장을 살려 청정 농수산물의 보고로 만들고 이를 통해 미래 안전 먹거리와 식량자원 시대에 대비하는 정책을 폈다.
그는 지역 자원을 활용한 생물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했다. 화순은 백신산업, 곡성엔 생물방제센타, 장성의 경우 바이오 나노 센타, 나주는 식품연구 센타를, 장흥 천연자원 연구원과 한방산업 진흥원을 유치해 생물산업의 씨앗을 뿌리고 거두는데 앞장섰다.
앞으로 에너지 부족시대가 올 것에 대비해 신재생 에너지가 가장 발달된 지역으로 가꾸었다. 전국 신재생 에너지의 26%를, 태양광은 36%를, 풍력은 60%를 점유하고 있다.
특히 육지 관광을 해상 내지는 항공관광으로 변화시키는 해상관광 프로젝트 개발에 적극 나섰다.
누가 뭐라해도 1896년 개도한 전남의 역사에 여수 엑스포와 순천 정원 박람회, 국제 농업 박람회, 장흥 통합 의학 박람회 등 국제적인 행사를 유치한 단체장도 드물다.

호남은 역사의 고비 마다 ‘약무호남 시무국가’ 정신으로 불현 듯 일어나 광주학생독립운동과 518 광주민주화 운동으로 이어져 역사의 큰 물줄기를 바꿨듯이 이번 신당창당을 통해 호남정치가 복원되고 정권재창출로 이어지게 하는데 박 전 지사의 탈당선언이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
친노·비노로 나뉘어 국가 발전보다는 자신의 정치생명을 위해 맨날 쌈박질만 해대는 새정치연합으로서 희망이 없다는 데서다.
이러한 분란을 끄기 위해 새정치연합은 집안사정을 속속들이 잘 아는 인물을 혁신위원장으로 앉혀야 하는데 외부에서 안방을 지키고 있는 김상곤이라는, 그것도 호남출신으로 하여금 혁신이라는 이름하에 피를 묻히게 하는 것도 볼썽 사나움만 더해 갈 뿐이다.
그런 점에서 호남민심은 희망과 미래가 없는 새정치연합을 떠나고 있다. <광주뉴스통=박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