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도 그럴 것이 새정치연합은 전곡 4곳에서 동시에 실시된 재 보선에서 한 곳도 당선되지 않은 무능한 야당임을 보여 주었다. 광주 서구 을과 서울 관악 을과 경기 성남 등이 전통적인 야권의 텃밭임에도 불구하고 개표 결과에서 보듯 와르르 무너져 내렸으니 제1야당으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다.

야당의 텃밭이요 본거지인 광주 서구 을에서 새정치연합 조영택 후보는 선거기간 동안 지지율 측면에서 무소속 천정배 후보를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새정치연합 소속 국회의원 130명이 '호남정치 복원'을 슬로건으로 내건 천 후보를 당해내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어항 속에 든 미꾸라지처럼 비실거리는 새정치연합이 '호남정치 이대로는 안된다'며 메기론을 들고 나온 천 후보에게 야당 텃밭을 내준 것은 다름 아니다. 몇 가지 측면에서 패배원인을 짚어보자

첫째로 선거 전략의 부재를 들고 싶다. 새정치연합은 그동안 서구 을 유권자들 사이에 도도히 흐르고 있는 민심의 변화를 전혀 읽지 못했다. 지금껏 이골이 나도록 새정치연합을 밀어줬으면 창조적 변화를 할만도 한데 선거기간 동안 내건 구호는 매번 선거 때마다 꺼내들었던 쾌쾌 묵은 구호에 불과했다. 정권재창출을 하기위해서는 이번에도 밀어주어야 한다는 게 전부였다. 다시 말해 변화를 바라는 민심에 안이함으로 대처하고 있는 사이 무소속 천 후보에게 이슈선점에서 기선을 제압당한 셈이다.

둘째로는 천 후보가 커 보이는 것은 상대적으로 조 후보에 대한 공천을 잘못한 데 있다. 사실 천 후보를 건드릴 만한 악재는 부지기수로 많았다. 민주당을 천·신·정이라는 이름으로 깨고 나왔고 뻐꾸기처럼 이리저리 남의 둥지에 알을 까기 위해 지역구를 서울에서 안산으로, 송파로, 광산 을로 넘보고 다녔다. 어찌 보면 DJ 정권 때 권력의 단맛을 본 뒤 자신의 입지를 위해 야멸차게 야당을 튀쳐 나온 게 천후보다.

그런 천 후보를 끌어내릴 수 없었던 것은 다름 아닌 조영택 후보에 대한 공천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조 후보는 엎드리면 코 닿을 서구 갑에서 국회의원에 당선 된 후 지역유권자들에게 갑 질을 해댄 전형적인 구태 인물이었다.
한 번도 모자라 두 번이나 여성후보를, 그것도 임의적으로 공천하는 것 까지는 좋으나 그 후보가 무소속에게 두 번이나 참패를 당한 것은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자신이 고위공직자 출신이면서 당시 무소속으로 당선된 서구청장을 뇌물수수혐의로 끌어내리는 데 암묵적으로 동조를 한 것에 자유로울 수 가 없는 것도 패배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잘못을 저질렀으면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굳이 두둔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다 보니 서구 을 유권자들은 기호 2번을 잊을 만도 했다. 7년 전 영암출신인 김영진 전 의원을 느닷없이 공천한 이후 19대 때는 통합진보당 오병윤 후보를, 그리고는 앞서 말했듯이 지방선거에서는 조 후보가 여성 후보를 2차례나 미는 바람에 무소속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새정치연합은 7년 동안이나 광주 서을 유권자들의 선택권을 빼앗고도 이번 선거에서도 자신들에게 표를 몰아줄 것으로 착각을 한 셈이다. 그만큼 밑바닥 민심을 읽지 못한 결과다.

셋째는 새정치연합 당원들의 내홍이다. 조 후보에 대한 새정치연합의 공천이 부당하다며 김영남 광주시의원과 구의원 2명이 상대후보의 선거를 돕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다. 이를 보다 못한 새정치연합은 풀뿌리 민주주의 최첨병이라 할 수 있는 이들 기초의원들을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제명시켰겠지만 시기와 강약을 조절하지 못하는 바람에 되레 역효과를 불러왔다.
이들은 즉각 반발에 나섰고 드러내놓고 천 후보를 지지하기에 이른다.
그렇지 않아도 이반된 민심에 불을 지펴댄 꼴이 됐고 결국 이들을 용기있는 정치인으로 키워놓음으로써 표도 잃고 정당 이미지도 잃게 됐다.

넷째는 선거 막판에 접어들면서 조직력을 동원한 안이함으로 선거를 치른 게 결과적으로 독이 됐다. 새정치연합은 여론조사를 처음으로 공개한 4월1일, 자당 후보와 천 후보의 격차가 7.5%P가 나오자 오차범위라며 애써 위안을 삼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차이는 났고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는 무려 12~15.9%P로 더욱 벌어졌다.

이러한 지지율은 막판에 조직을 총동원해 밀어 붙일 경우 엎을 수 있다는 자만심으로 이어졌다. 뒤늦게 문재인 대표를 비롯 당 지도부가 하루가 멀다하고 유세지원에 나섰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문 대표가 광주에 내려오면 내려올수록 표가 결집되고 지지율이 반등해야 함에도 이상스럽게도 반대로 가는 바람에 차라리 문 대표가 내려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당 핵심 관계자들의 말이 귀에 따갑도록 생생하다.

이런 상황에서 새정치연합은 구 동교동계 원로라고 자칭하는 권노갑, 김원기, 임채정 등이 대거 내려와 선거운동에 나섰지만 유권자, 아니 양로당 어르신들도 이들을 거들 떠 보지 않은 결과를 초래했다.

문 대표는 결국 당 지도부와 동교동계의 지원이 먹혀들지 않자 선거 막판에 전국에 총출동 명령을 내렸지만 토라진 민심을 바로 세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만큼 새정치연합에 대한 민심이반이 심각했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번 재보선의 실패로 인해 새정치연합은 후폭풍에 휘말릴 수 밖에 없다. 전국 4곳에서 한 석도 차지하지 못한 것도 그렇지만 서구을에서의 득표율 차이가 자그만치 22.6% 차이가 난 것은 그만큼 새정치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의 표출이라 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서구을 선거에서 정작 조 후보는 뒤로 물러나고 새정치연합이 전면에 나서 선거 구도 자체가 ‘천정배 대 조영택’ 후보간 대결이 아닌 ‘천 후보 대 문재인’의 대결구도가 일치감치 형성됐다.

특히 당내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문재인 대표로서는 야당의 본거지인 광주에서 패배를 함으로써 정통적 지지기반의 한 축을 잃은 셈이 됐다.

앞으로 새정치연합은 변화를 바라는 광주의 민심을 추스르지 못할 경우 화산처럼 분출되고 있는 야권재편에 대한 갈증을 지혜롭게 막아낼 성 싶지 않다.
무엇보다 호남 신당 창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친노 세력들의 ‘그들만의 잔치’와 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도 거세질 수 밖에 없다.

이번 선거는 결과적으로 새정치연합에 대한 민심이반 현상이 서구 을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특히 내년 총선에 임할 광주지역 국회의원들이 야권 재편 움직임에 휩쓸리면서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도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광주뉴스통=박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