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지금까지 총 5명의 총리 지명 후보자 가운데 정홍원 총리를 제외한 4명이 자진사퇴하거나 지명되지 않아 불명예를 안게 됐다.
부정부패 척결을 외치던 이 총리가 스스로 부정부패 대상에 올라 자진사퇴하게 되면서 박근혜 정부의 ‘총리 수난사’가 이어진 셈이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13년 1월 24일 첫 총리 후보로 김용준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지명했다. 그러나 두 아들의 병역 문제와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일면서 지명 5일 후인 1월 29일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2013년 2월 8일 정홍원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정 전 이사장도 부동산 투기와 위장 전입 의혹, 아들의 병역 의혹 등이 제기됐으나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2013년 2월 26일 박근혜 정부 초대 총리로 취임했다.

이 과정에서 정 전 총리는 세월호 참사 이후 책임을 지겠다며 여러 차례 사의를 표명했지만 안대희 전 대법관,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 등 후임 총리 후보자들이 잇따라 사퇴하면서 이도저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 대선자금 등을 수사하면서 ‘국민 검사’라는 별명까지 얻었지만 변호사 업무를 맡은 지 5개월만에 16억원을 번 사실이 밝혀지면서 전관예우 논란이 일었다.

이완구 총리도 인사청문회 당시 아들 병역문제 의혹, 부동산 투기 의혹, 왜곡된 언론관 등이 문제가 됐지만 가까스로 국회 인준을 받았다. 이 총리는 올해 2월 17일 제43대 국무총리로 취임했으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 직전 가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총리에게 3000만원을 줬다”고 밝히면서 위기를 맞게 됐다.

이 총리는 “(성 전 회장으로부터)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는 강수를 두며 버텼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결국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

이 총리가 취임 63일만에 조기 사퇴로 방향을 튼 것은 야당의 해임건의안 추진에다 민심이반을 우려한 새누리 당의 압박이 상승작용을 겹친데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 출발 직전 단독회동으로 이완구 총리의 거취결정을 요구했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결국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았다.

새누리당 핵심관계자는 21일 "김무성 대표가 어제 저녁 이완구 국무총리가 사퇴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청와대 이병기 비서실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앞서 김무성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순방에서 돌아온 뒤 이완구 총리의 거취에 대해 결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일주일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며 야당의 해임요구안 추진 방침에 반대해 왔었다.

그러나 일주일도 못가 이 총리 사퇴 쪽으로 기운 것은 새정치민주연합이 해임건의안을 23일 본회의에 단독으로라도 보고하기로 하고 발의를 추진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인 데 영향을 받았다.

결국 이 총리는 최단명 불명예로 물러나면서 부정부패 척결을 외치다 '사정1호' 부메랑으로 희생된 꼴이 됐다. <광주뉴스통=박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