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다른 지역보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광주 서구 을 지역은 이번 재보선에서 전국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야당의 텃밭이라는 광주에서 새정치연합의 백넘버를 달고 나온 조 후보가 매가리 없이 달리고 있다는 데서다.

연도에 늘어선 시민들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시절에는 자청해서 물도 주고, 바나나도 건네면서 힘껏 응원을 해 줬을 텐데 그렇지가 않다. 조 후보로서는 죽을 맛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야속하게도 민심은 이미 떠나 버렸고 돌아올 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 후보는 이번 재보선에서 자신의 능력이 한계점에 도달했다며 중앙당에 다급하게 구원요청을 해댄다. 그래서 중량급 인사라고 자칭하는 구 동교동계출신 권노갑 상임고문이 방문했다. 당 대표 선거에서 경합을 벌였던 문재인 대표도,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다녀갔다. 앞으로 안철수도 나선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온다하더라도 민심이반 현상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이례적인 현상이다. 그들이 들락거릴 때마다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선거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주 지지율의 경우 조 후보와 무소속 천 후보와 8.8%의 격차가 났으나 이번 주 ‘리서치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자그만치 15.9%로 더욱 벌어졌다.

후보들의 지지율은 천 후보가 41.7%로 1위 자리를 차지했고, 이어 조 후보 25.8%, 정승 새누리당 후보 15.8%, 강은미 정의당 후보 8.1% 순으로 나타났다.<표본 샘플 500명,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4.4%p, 응답률 1.72%,중앙선관위 공정심의위원회 홈피 참조>

광주 서을 선거판을 바라보는 관전포인트는 지지율 15% 포인트 격차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있다. 무소속 후보가 낙승을 하려면 정통야당의 조직과 동원선거를 감안할 때 ‘그놈의 15%’이상이 벌어져야 안심할 수 있다는 속설 때문이다.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이미 새정치연합은 연도로 나와 응원하기 보다는 조후보가 지칠 경우에 대비해 동네구석구석에 당원을 배치해한 뒤 등에라도 떼 업고 뛸 태세다. 이른바 조직을 바탕으로 한 ‘동원선거’를 하겠다는 뜻이다.
광주시민들은 이를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천정배가 괜찮은 후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새정치연합의 이러한 구태스런 ‘갑질’ 행태가 더 밉다는 것이다.

반면 제1야당의 속내는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윤장현 현 시장을 전략공천해 막판까지 가는 접전 끝에 예상을 뒤엎고 강운태 전 시장을 26.1%p 차이로 이겼다는 자신감이 은연 중 배어있다. 광주시민들의 선택권을 빼앗은 말하자면 ‘못된 짓’을 했다하더라도 결국 광주시민들은 야당후보를 선택했기에 이번 재보선도 그러리라고 굳게 믿고 있다.

다시말해 천 후보와 조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비록 16%가 난다 할지라도 광주시민들에게 ‘미워도 다시한번’ ‘정권 재창출’ 운운하면 광주시민들은 이번에도 전략적 선택을 통해 조후보를 당선시켜 줄 거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야 말로 ‘착각은 자유’라고 광주시민들은 외친다. 볼쌍 사나운 짓은 한번으로 끝내야지 두 번 이상 거듭하면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따지고 보면 새정치연합은 광주시민들에게 착각 속 ‘갑질’을 해왔던 게 사실이다. 우선 민주주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정당의 공천을 자신의 입맛대로 해왔다.

지난 6·4지방선거 때 느닷없이 윤 시장을 전략공천한 뒤 지역 국회의원 5명이 밀어주면 당선된다는 오만함을 보였다. 이번 재보선에서도 자신들이 퇴출시킨 조 후보가 당을 떠나 무소속으로 시장선거에 출마하고 여성후보를 두 번씩이나 자의적으로 공천한 전철을 밟고 있음에도 그를 다시 공천했다.

그리고는 이런 구태공천에 반발해 상대후보인 천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서구을 출신 광주 시·구 의원 3명을 제명시켜 버렸다. 설사 중앙당이 잘못 한 게 마음에 들지 않더라고 아무 말 없이 고분고분 따라야지, 그렇지 않는다면 기초의원 3명 정도의 목은 하루아침에 날려버릴 수 있다는 식이다. 이를테면 본때를 보여준 셈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이 과거처럼 잘나가는 시기라면 이런 갑질 행태가 통할 수 있지만 한참 민심이 떠나가고 있는 판에 다른 의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차원이라면 무딘 칼을 잘못 빼든 꼴이 됐다. 이 또한 정당차원의 착각이었고 타이밍상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이에 기초의원 3명은 즉각 반발한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광주시당의 눈치를 봤지만 이제부터는 드러내놓고 천정배와 뜻을 함께 하겠다고 선언한다.

새정치연합은 무슨 짓을 하든 광주시민들이 자신들을 따라줄 거라는 그런 착각 속에 갑질행태를 서슴치 않았고, 이는 결국 시민들의 반감을 통해 표심으로 나타나면서 야당의 텃밭에 적신호가 켜지게 했다. 무소속 천 후보는 어부지지로 표밭을 갈고 있는 셈이다.

이제 130명이 이르는 야당의원들이 ‘메기’로 대변되는 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총출동할 태세다. 새정치연합의 조 후보가 당선될 수 있느냐의 여부가 이번 선거의 관전포인트가 된 것도 그래서다.
도도하게 흐르는 광주의 민심을 되돌릴 수 있는 야당의 비전은 내팽개치고 동원선거를 통해 판세를 뒤집으려는 고답적인 선거행태가 과연 통할 지도 의문시된다.

어찌보면 야당의 중심부라고 할 수 있는 광주시청에서 지난 10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가 열렸던 것을 두고도 말들이 많다. 새정치연합은 과거 대선과정에서 이슈 선점에 크게 밀렸던 것 처럼 이번에도 기선을 제압당한 꼴이 됐다. 모두가 새정치연합의 안정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라는 게 중론이다.

이런 와중에서 지역 국회의원들이 당장 해야 할 일은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민심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 짜고 자신들만 재선·3선, 아니 마르고 닮도록 해먹겠다는 발상을 버리지 않는 한 변화의 물결을 흡입력 있게 빨아들일 수 없다.

특히 참여정부 시절 호남사람들의 씨를 말렸다고 오해를 받고 있는 문재인대표가 아무리 서구 을에 들락거려도 조 후보의 지지율은 올라갈 성 싶지 않다. 문 대표가 호남을 진정으로 포용하지 않는 한 호남정치는 결코 복원될 수 없기에 더욱 그러하리라. <광주뉴스통=박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