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도 그럴 것이 18일 광주·전남에 이어 19일 전북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당의 정체성과 노선, 정책, 인물 등을 보여주는 자리임에도 당 대표 후보들은 새로운 정치 개혁과 혁신을 바라는 당원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안겨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친노와 비노 프레임이나 지역주의에 갇혀 ‘2등 기득권 정당’ 지키기에 여념이 없었고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올인 했기에 그렇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감동과 흥행으로 이어지는 이벤트가 아니라 ‘그들만의 난타전’인 전당대회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호남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분위기 마저 심상치 않다.

최선의 방책은 아니지만 이러한 꼴이 보기 싫어서 신당을 창당해야 하지 않나하는 움직임이 감지되는 것도 이러한 연장선상에서다.
특히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당원들의 이목이 집중된 계파청산과 관련해 그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는 문재인 후보가 ‘공천권’ 문제를 언급하긴 했으나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어물쩍 넘어가 실망감을 안겨주고 말았다.

18일 김대중 컨벤션타에서 치러진 새정치연합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서는 당 대표에게는 7분, 최고위원에게는 5분간의 연설시간이 주어졌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문재인 후보는 서두를 이렇게 꺼냈다.
"모두가 우리당의 위기를 이렇게 말한다. 계파갈등, 세대교체 마땅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그러나 그것이 진정 위기의 본질은 아니다 "라는 것이다. 국민들의 삶에서 동떨어져 있는 게 우리당의 위기의 본질이라고 강변한다.

그래서 새정치연합이 생활정당으로 달라져야 하고 광주가 변화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고 강변한다.
그때 그때 정치현안만 쫓아다니는 정당이 아니라 서민과 중산층을 삶을 연결하는 경제정당으로 바꿔야 한다고 덧붙인다. 국민 마음을 얻고 생활정당으로 변해야 총선도 대선도 이길 수 있다는 논리로 연설을 이어갔다.

그리고는 국가적 위기 앞에서 우리끼리 싸워서는 안된다고 전제한 뒤 계파 논란을 잠재우려 애썼다.
그 대안으로 당 대표가 움켜준 공천권을 내려놓아 공천혁명을 이루겠다고 역설했다. 예측 가능하고 투명한 공천제도로 공천혁명, 신뢰받는 정당, 이기는 정당 만들겠다는 것이다.
계파 갈등의 고리를 끊는 ‘공천권’과 관련한 구체적인 대안 제시는 여기까지였다. .

이어 연단에 등장한 박지원 후보의 첫 멘트가 청중들의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OK 박지원”입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광주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한다.
“광주여! 무등산이여! 왜 당신들은 새정치연합에게 몰표를 주면서도 선거만 되면 우리를 멀리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불만이고 이것을 고치기 위해서는 자신이 당대표가 돼야 한다”고 못 박는다. .

U대회, 문화도시 특별법 등의 광주의 현안 을 언급하면서 당원의 중심이 되는 새정치연합을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혀간다.
그러면서 지난 대선 때 중앙당 한번 못가고 전라도 사람이니까 하방에서 선거 운동을 했고, 그 결과 문재인 후보에게 광주시민들은 92% 지지를 보내도록 했지만 실패했다는 것이다. .
“급할 때 호남으로 우르르 몰려와 호남을 위한 척하고 호남정치를 치켜세우다가 불이 꺼지면 전국정당을 한다고 하면서 호남을 버린다. 호남을 팔아서 선거에 이겼습니까”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호남을 차별하는데도 새정치연합은 무기력, 무결실 했으며 이런 상황에서 호남을 위해 싸운 사람은 세 후보 가운데 자신 뿐이라고 강조한다.
그런 박지원을 호남이라는 울타리 안에 가두어 두려고 한 사람이 있다며 문재인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네거티브 하지 말자고, 지역조장 발언 하지말자고 하면서 부산정권, 영남대표를 먼저 주장하는 문재인이 자신을 호남의 맹주라고 역공을 펴는 것은 통합정치에 불을 지피는 박지원을 헐뜯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당 대표 중에 누가 정치를 아느냐, 자신은 싸울 때 싸우고, 할말 할 때 하고, 양보할 때 양보하는 감동 정치를 해왔다고 전제한 뒤 리더십이 약한 문재인으로는 희망을 걸수 없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대북송금 특검을 주도한 사람으로 문 후보를 몰아세웠다.

세 번째 주자인 이인영 후보의 첫 멘트가 전당대회장을 가른다.
“아름다운 이름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김대중. 모진 시련 속에서 반독재, 민주화 길을 걸었고 인동초가 되어 우리를 정권교체로 이르게 하는 희망의 이름이었습니다.
무모 하리만큼 지역감정에 정면으로 맞선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노무현.
사람들을 그를 ‘바보’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누구도 ‘바보’라 부르지 않았습니다. 우리들의 영웅, 두분의 시대에는 모두가 개혁과 지역주의 극복에 일생을 바쳤습니다”

그리고는 "오늘의 광주가 위대했던 두 분의 시대, 단결의 시대, 노무현 김대중 시대의 결단을 바라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 때에는 친노와 비노가 싸우지 않았고 영남과 호남이 따로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인영은 한단계 목소리를 높힌다.
"친노가 맞다면 문재인에게 정답이 있고, 비노에게 정답이 있다면 박지원이 있다. 영남 대표, 호남대표가 맞다면 문재인 박지원이 당권을 잡아야 한다. 이대로 간다면, 우리안의 싸움을 멈추지 않는다면 이인영이 대표의 길을 가야한다. 영남과 호남을 뛰어 넘어 전국 정당, 대중정당의 길을 가야한다면 이인영을 선택해달라는 호소가 울림으로 다가온다.

세대교체론으로 정통 야당을 세웠던 영국의 토니블레어와 미국의 오마바가 당선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의 원로들이 욕심을 버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박을 딛고 넘어서 국민이 승리하는 길을 선택하려면 세대교체 보다 더 혁신적인 메시지는 없고 절박한 무기는 없다고 목청껏 내뱉는다.

이어 19일 열린 전북지역에서의 합동간담회 역시 정책이나 비전 대결은 실종된 채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으로 흘러갔다.

문·박 두 후보는 전북 순회에 앞선 라디오 인터뷰에서 '꿩먹고 알먹고' 논쟁을 펼쳤다.

박 후보는 “저와 이인영 후보에게 여의도 정치문화에 젖어 개혁을 잘 못할 거라 비판하면서 왜 본인은 대선 패배 후 많은 사람의 의원직 사퇴 요구에도 불구, 여의도에 그대로 있었는가”라고 문 후보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그런 친노의 수장인 문 후보가 당권, 대권 다 가진다면 이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집 태워 군불 쬐는 것으로, 국민이 용납하겠느냐. 필패의 길”이라며 공격의 고삐를 당겼다.

문 후보는 이와 관련, “우리 당은 꿩도 먹고 알도 먹어야 한다. 총선도 대선도 이겨야 한다”고 응수했다.

박 후보는 다시 이렇게 되받는다.
“문 후보는 당권과 대권을 모두 다 가지려는 ‘꿩 먹고 알 먹기’식 정치를 하고 있다”며 “당권을 먹고 대권도 먹어 제2의, 제3의 정동영이 되려고 하느냐”고 비판했다.

꿩을 잡아먹든, 알을 씹어 먹든 그들 만의 잔치에서 한 말을 트집잡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제 1야당의 당 대표라고 하는 사람들의 하는 짓거리(?)를 보고 있노라면 말문이 막힌다.

호남사람들이 60여년을 믿고 의지해 왔는데 그 정도 밖에 안되니 앞으로 다가올 총선이고 정권창출이고 모든 게 글렀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리라 <광주뉴스통=박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