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에 이은 재보선 참패로 새정치연합 당 대표가 물러나면서 그 당권을 놓고 계파 간 물밑 경쟁이 치열함을 두고 한 말이다. 그런 얘기가 나올 만도 하겠다.
요즘 야당이 돌아가는 꼬락서니가 심상치 않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참사 이후 200일이 넘도록 ‘이게 국가인가’라며 정부의 총체적 무능함만 탓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세월호 특별법을 수용키로 합의했다.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처리하지 못하다 보니 새정치연합은 그간 두 차례의 선거에서, 그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그렇다고 길거리 강경투쟁으로 얻어낸 것도 별반 없다.

지질이도 못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맨날 한다는 소리가 박근혜정부의 불통만 노래하다가 이제는 친노를 중심으로 물밑 당권경쟁에 골몰하고 있는 형국이다.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이러한 행태를 보면서 그래도 호남민들은 ‘정권재창출’이라는 염원 하나로 지금껏 버텨왔었다. 하지만 이런 기대도 희망도 한계상황에 직면한 듯 싶다.

그래서 항간에는 ‘이대로는 안된다’ ‘뭔가 바꿔보자’는 여론이 꿈틀거리고 있다.
바로 그게 ‘호남 정치의 복원’이다.

10월의 마지막 날인 31일 순천의 마리나웨딩홀에 마련된 강연회에 초청연사로 나타난 정치인이 있었다. 박주선 의원이 바로 그다.
내년 초에 실시될 전당대회에 나설 몇몇 당권주자들이 메시지를 통해 강연정치를 하는 터여서 박주선 입장으로선 첫 강연의 포문을 열었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한다.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의 ‘민심 떠난 야당 회복 가능한가’에 이어 ‘호남정치 복원,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 박주선은 입을 떼기가 무섭게 현 지도부를 향해 돌직구를 날렸다.

“그동안 눈물과 피와 땀으로 일궈냈던 민주당의 핵심지지 세력인 호남민들을 더 이상 우롱해서는 안된다” “호남정치가 이제는 노예처럼 끌려 다녀서는 안된다”고 평소와는 달리 각을 세웠다.

그러면서 “호남정치 복원은 지역을 기반으로 한 패권정치를 하거나 신당을 창당한다는 게 아니라 광주정신과 호남정치의 가치와 철학을 전국으로 실현시키는 것”이라며 지역주의 정치를 조장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에 쐐기를 박았다.

호남을 대표하는 능력과 자질있는 정치인을 키우기 위해 물도 주고, 거름도 주고 햇볕도 쏘이고,그래서 정성껏 인재로 키워 날로 쪼그라져가는 호남을 균형발전 차원에서 일으켜 세워보자는 뜻이다.

박주선이 호남정치가 처해있는 상황을 하나씩 열거하면서 위기 상황이라고 지적한 대목에 이르자 울컥 가슴을 후벼 파게 한다.
"호남은 모든 분야에서 하나의 섬으로 고립될 정도로 소외되고 낙후됐다“며 국가 의전서열 또는 권력기관장에 호남출신은 코빼기도 안 보일 정도"라고 지적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 사업에 관한 올 예산 반영율도 광주는 23%, 전남은 10%에 불과하다. 대구 84%, 경남 93%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질타했다.

먹을 거리도 없고 중앙부처에는 반듯한 사람하나 없는 벼랑 끝 현실도 애처롭지만 그 보다도 더 분한 것은 호남을 핵심지지기반으로 한 새정치연합이 외려 호남민들을 무시하고, 마치 노예처럼 여기는 처사를 참을 수 없다는 대목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광주·전남·북을 지역구로 한 호남출신 정치인은 현 비대위 체제를 제외하고 당 지도부에 입성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그 결과 피해를 보는 것은 호남지역민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로부터 모든 분야에서 소외를 받고 치받힘을 당하면서도 제대로 말할 수 있는 지도자가 없고, 지혜도 없고 뭉쳐있지도 않음에 이르러서는 한숨을 토해냈다. 슬픈 일이다.

그렇다. 기실 민주당 역사는 2000년 이후 합당과 통합을 통해 당명을 7번이나 바꾸며 현재의 새정치민주연합이 됐다.
야권의 맏형 격인 민주당이 호남민의 피와 눈물과 땀으로 만들어졌음에도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호남에 대해 감사할 줄도 모르고 고마워할 줄도 모른다는 것을 그는 못내 아쉬워 했다.

오히려 호남을 전면에 내세울 경우 전국 정당으로 가는데 걸림돌이 되고 선거 때가 되면 새누리당으로 갈수 없는 정치지형이여서 야권의 대선주자를 찍을 수 밖에 없다고 폄하를 한다는 얘기다.

그렇게 고분고분 따른다고 해서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광주시나 전남·북을 위해 예산이나 정책으로 앞장서 도움준 일도 없다 한다.
그 사례로 2011년 비즈니스 과학벨트를 유치키로 광주시가 사생결단으로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할 때 새정치연합은 정반대 입장이었다는 것이다.

대전으로 보내기로 이미 당론을 결정한 상태에서 광주로 내려와서 하는 말이 ‘야당이 정권을 잡으면 이보다 더 큰 것을 줄테니 정권을 잡기위해서는 이 사업을 충청도로 줘야한다’며 조삼모사식 호들갑을 떨더라는 것이다.

지난 대선 당시 호남사람들은 그래도 참여정부 시절 호남 역차별에 가장 앞장선 문재인에게 95%의 지지를 보냈다. 반면 문재인은 고향인 부산에서 상대후보의 절반에 불과한 표밖에 못 얻었다고 지적했다.

그간 민주당 지도부를 뽑는 각종 선거 때 부여되는 표의 정책적 등가성도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덧붙인다. 영남 대표 1사람이 얻은 표는 호남의 28표가 가야만 대의원 가치를 인정받는 구조다.

공천행태도 호남에서는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원칙과 기준 없이 멋대로 하다 보니 해당지역 주민들이 승복을 안한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가깝게는 지난 지방선거 때 광주시장 후보에 정당생활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을 전략공천을 했고, 멀리는 지난 순천·곡성 국회의원 선거 때 야권단일화라는 미명하에 민주당 후보가 아닌 민주노동당 후보를 공천했다.
그리고는 당 지도부가 선택했으니 찍으라고 한 것은 광주와 순천시민의 자존심을 짓밟고 깔아뭉갠 전형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7년과 2012년 대선에서의 잇단 참패 이후 민주당은 비상대책위를 꾸려 환골탈태한다고 야단법석을 떨었지만 지금껏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는 게 박주선의 생각이다.
계파간 갈등과 반목, 자기사람 심기, 당권경쟁에 눈이 어두운 새정치연합 지도부를 그대로 뒀다간 호남민들이 바라는 정권 재창출은 이룰 수 없다고 그는 진단한다.

박주선은 호남정치 복원에 대한 해법으로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 여기에 답이 있다고 했다.

첫째로 민주당이 정녕코 살아남기 위해서는 문재인을 중심으로 한 친노세력들이 당권을잡기 위한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박주선은 현재 친노-비노 계파로 구분하기 보다는 노무현 정신을 혼자 독차지 하고 전통성이 자신에게 있다고만 생각하는 문재인 부류들을 친文, 비文으로 부른다고 한다.

그러한 친文들이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잡고 좌지우지 하면서 자기들 끼리 도당을 만들어 움직이는 그런 정당으로 흘러간다면 민주당은 절대 집권할 수 없다.
그렇게 될 경우 호남은 친문 뿐만 아니라 새정치연합에도 튼튼한 지지기반 세력이 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따라서 개혁적인 마인드를 가진 호남의 정치지도자가 지도부를 형성해 이러한 문제점을파악하고 개선해 나갈 때만이 광주 전남을 비롯한 전국에 흩어져 있는 호남민들이 똘똘 뭉쳐 성원하고 격려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호남민들이 목소리를 하나로 내야할 시기가 도래했다고 힘주어 말한다. 당장 이번 전당대회부터 혁신위원회를 가동하고 정말로 당 지도부가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기대가 현실화되지 않으면 야당의 집권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하고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는 으름장을 함께,크게 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 번째로 민주당의 이념적 스펙트럼을 건전한 진보와 합리적 보수가 어깨동무를 하고 더불어 함께 가는 중도개혁의 정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도 보았듯이 50~60세 이상 유권자수가 갈수록 많아지고 보수화 경향이 짙어가는 시대적 상황과 북한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보수성향의 유권자를 흡입력 있게 빨아들이기 위해서는 중도개혁의 진보와 합리적 보수를 융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김대중 대통령이 견지해온 호남의 정신이요 가치라는 것이다.

세 번째로 당원들을 섬기고 떠받드는 ‘당원주권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박주선은 정권재창출을 위한 최우선 가치로 당원들을 꼽았다. 그 백그라운의 중심에 서있는 당원이 전국적으로 240만 여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광주 및 전남·북에 주소를 두고 있는 당원은 102만 6천명이다.

여기에 호남을 연구지로 한 수도권과 충청, 영남지역 민주당 당원 대부분이 호남출신이어서 민주당 내 호남출신 당원은 70~80%에 육박하고 있다.
한달에 천원을 내는 권리당원으로 치면 민주당에는 40만명에 달하고, 이 중 호남이 20만2천명으로 51.2%에 달하고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호남과 인연을 맺고 있는 당원들이 현재 새정치연합이 처한 상황을 직시하면서 당 지도부의 계파별 싸움이나 그릇된 행태가 지속되지 못하도록 당원주권운동을 한다면 새정치연합은 호남민들로부터 사랑을 다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민주당이 근본과 원칙이 서야 한다는 것이다. 지도부 몇 사람이 당무를 좌지우지 하고 공천 때마다 자기식구를 보호하는 행태를 계속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새정치연합은 공천하는 지역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른 룰을 적용해 왔던게 사실이다. 누가 이를 정당이라 하겠는가 . 그리고 누가 공천에 승복 하겠느냐고 꼬집는다.

그러다 보니 투표율은 떨어지고 민주당의 지지율 낮아질 수 밖에 없었다. 수권정당이라고 자처하는 제1야당이 무참하게도 10%대에 머물고 있는 것은 근본이 없고 원칙이 서지 않는 공천과 당 운영 때문이다.

박주선은 이제 새정치연합은 강경투쟁 노선을 지양하고 원내에서 정치적 역사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진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그리고 국회의원이 비겁해서는 안되고 당당하게 애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혹시라도 당 지도부가 또 당권을 잡으면 다음 공천 때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해서 양다리를 거치거나 앞에선 허허 웃고 뒤에선 손가락질 하는 행태는 스스로 버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호남민의 의식 가운데 고치고 바꾸고 버려야 할 게 있다고 지적한다. 인구가 줄어들어 숫자가 부족하니까 안된다는 '패배주의'나 '니힐리즘'에 사로잡혀 있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자기가 낳은 자식 귀한 줄 알고 자양분을 주면서 리더로 키우고, 필요하다면 대권에 도전하도록 기반을 조성해 준 뒤, 그래도 어렵다고 판단되면 양자를 데리고 와도 늦지 않을 텐데...라며 본말이 전도되는 현실에 아쉬움을 남겼다.

여기에는 다른 지역에서 데리고 온 사람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이득이나 한번 볼까하는 기회주의적이고 이중적인 속내를 감추고 있는 일부 사람들이 더러 있다고 말한다.

호남 정치를 복원하는 길은 호남민이 주체가 됐을 때 가능하며 이를 토대로 타협도 하고 공동정부 수립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호남 정치인 가운데 1~2사람 정도는 이 지역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키워서 한번 부려먹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비단 박주선이 아니더라도 좋은 묘목은 물주고, 거름 주고, 가지 쳐주고 관심과 애정을 보여야줘 만이 재목감으로 성장할 수 있다.

호남정치 복원에는 권력구조,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 등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그래, 박주선은 지금껏 3번 구속되고 4번 풀려나는 오뚝이 인생을 살아온 만큼 이러한 험한 산길을 헤쳐 나갈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눈덩이를 만들어 주면 눈사람을 크게 만들 수 있는 재주가 있다는 박주선의 자신감이 10월의 마지막 날에 빗속을 뚫고 울림으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광주뉴스통=박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