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도 그럴것이 ‘왕의 남자’끼리의 대결인데다 선거판세 상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박빙 승부가 예상되고 있다.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와 새정치연합 서갑원 후보가 서로 승리를 장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과정에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인물이나 지지도 면에서는 이 후보가 앞서지만 정당 지지도는 야권의 텃밭인 만큼 서 후보가 앞서고 있는 게 사실이다.

순천·곡성이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현대 정치적·역사적 상징성 때문이다.
민주화운동이 일어났던 광주보다는 정치적 의미가 덜하지만 만에 하나 이 후보가 정통야당의 텃밭에서 당선된다면 그 자체가 이변(李변)이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로 볼 때 1988년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이후 광주·전남에서 여당 옷을 입고 출마한 후보가 처음으로 당선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정치 무대에서 물러난 이후 ‘3김 시대 유산’인 지역감정을 타파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형성됐지만 구호에 그쳤었다.

그러다가 2012년 4월 총선에서 대구 수성 갑에서는 김부겸이, 광주 서구 을에서는 이정현이 각각 출마해 지역감정 타파를 온몸으로 외쳤으나 그 벽을 넘지 못한 채 고배를 마셨다.

김부겸은 지난번 지방선거에도 출마해 40.33%대라는 득표율을 얻었음에도 또 다시 무릎을 끓고 말았다.
과거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허용하지 않은 여당의 텃밭에서 김부겸의 외침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나 다를 바 없었다.

‘기호 2번’ 김부겸의 2번째 도전도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3번은 붙어봐야지’하며 다음 총선을 노리고 있다. 국회의원 4선 고지를 눈앞에 둔 경기 군포를 버리고 그는 여당의 텃밭인 대구로 뛰어든 것은 다름 아니다.

지역구도를 타파해야 정치도, 지역도, 더 나아가 대한민국이 바뀔 수 있다는 하나의 신념 때문이었다.
똑같은 가치와 이념으로 이번 선거판에 뛰어든 후보가 ‘시골 촌놈 이정현’이다.
지역이 다르고 정당 색깔이 다를 뿐 이다.

두 사람이 선거에서 내건 슬로건은 ‘지역감정이 깨지는 소리를 듣고 싶다’는 것이다.
한방울의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 것처럼 진정성을 갖고 한걸음씩 내딛다 보면 언젠가는 이루어진다는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순천 곡성은 정통 야당의 성역이나 다름없는, 그야말로 새정치연합의 일당 독식 구도 하에 있는 지역이다.

이 후보는 선거과정에서 김부겸 처럼 ‘오직 지역주민이 자신의 진정성을 믿어줄 거라’는 확고한 신념 하나로 ‘나 홀로 유세’를 했다. 조직이 그리 없는 상황에서 교통수단인 자전거를 끌고 밀면서 선거운동에 나섰다.

때론 시장판에서 덥썩 주저앉아 상인들과 얘기하거나, 목소리를 크게 하기위해 그 흔한 확성기 대신 삼각형으로 된 둥근모양의 깔대기를 만들어 유세를 했다.

그런 그의 무모한 행동은 표심으로 이어졌다. 당락을 예측할 수 없는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면서 전국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래서 앞으로 몇 시간 후면 발표될 개표결과에 국민의 눈과 귀가 쏠릴 수 밖에 없다.

지역구도 타파를 외쳤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자인 서 후보와 이 후보가 맞붙은 것도 아이러니하다.

이번 순천곡성의 최대 관전포인트는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지역구도가 깨지느냐, 아니면 그대로 고착화될 것이냐로 귀결된다.

혹여 이정현이 당선된다면 지역감정 타파의 물꼬를 트는 마중물이자 첫 번째 사람이 될 것이다.
역으로 아쉽게도 패배한다면 김부겸 처럼 삼세번 또 다시 무한도전을 할 것인가도 관건이다.

선거는 1표라도 이긴 자의 몫이다. 정치사의 한 획을 긋는 지역감정의 물꼬가 트일 것인가, 말 것인가는 유권자들의 몫이다.

중복을 갓 지나 무더위가 극성을 부리고 있지만 오늘 ‘소중한 한표’를 행사할 때 민주주의는 아름답게 꽃을 피울 것이다. <광주뉴스통> www.gjnewst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