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통=박병모]...영락없는 시골 촌놈이다.
약간 펑펑한 바지를 입고 다니는 옷매무새가 그렇고, 땅딸한 키에 가무잡잡한 얼굴도 그렇다.
선거운동 한답시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모습도 매한가지다.

짐을 얹어 사람이 등에 지는 우리 고유의 운반 기구를 일컫는 소위 ‘지게’를 떠올려 본다. 그 촌놈에게 작대기를 주고 지게를 메게 한다면 여지없는 ‘머슴’이다.

그런 머슴에게 거침없는 말을 구사하게 만들고, 진정성이 한껏 묻어날 수 있게 한다면 여기에 딱 어울리는 한 사람이 있다.
다름 아닌 순천·곡성지역 국회의원에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한 ‘이정현’이 아닐까 싶다.

옛날 부잣집에는 머슴이란 일꾼을 두고서 한해의 농사를 짓곤 했다. 머슴이 받는 세경( 지금의 월급)에 따라 상머슴, 중머슴, 애기머슴으로 나뉘는데 과연 그는 어디에 해당될까.

주인인 순천·곡성 유권자들이 그의 진정성 있는 ‘머슴론’에 얼마만큼의 표로 몰아줄지가 머슴의 등급을 매기는 바로미터가 되지 않을까 싶다.

1년에 한번 머슴들이 노는 잔칫날을 절기상 ‘백중’이라 한다.
7월15일이 그날이다.
정확하게 치면 음력이 맞지만 선거 일정을 감안해서 양력으로 백중날인 7월15일, 이정현 후보는 작심하고 ‘머슴론’을 들고 나왔다.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셨다고 해서 ‘왕의 남자’로 불리던 그가 느닷없이 ‘머슴론’을 들고 나온 배경이 그래서 궁금하다.

지난 2012년 광주 서구을에 출마해 39.7%라는 득표율로 전국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대구의 김부겸과 함께 지역감정을 없애자고 외쳤던 그였다.

광주·전남지역 시장, 군수, 구청장들이 그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서 자신의 지역으로 대규모 예산을 보내주고, 어렵다는 신규 사업에 예산의 꼬리표를 달아줬던 노고에 한결같이 칭찬으로 화답했다.

‘진심이면 통한다’는 책 제목에 걸맞게, ‘그의 진정성이 곧 힘이다’는 사실 앞에서 일부 단체장은 자신의 공천권을 쥐고 있는 야당 의원과는 확연히 달랐다는 말도 서슴치 않았다.

이번 선거에서도 그는 변함없이 ‘이정현이 당선되면 정치가 확 바뀐다’는 소위 ‘지역구도 타파론’을 들고 나왔고, 한 술 더떠 슬로건으로 ‘머슴론’을 제시했다.

공교롭게도 그 날 오후에는 안철수·김한길 새정치연합 당 지도부가 대거 순천으로 내려왔다.
자당의 후보인 서갑원 후보의 선거사무실 개소식에 들러 지원 사격을 하기 위해서다.

야권의 텃밭에서, 그것도 안·김 두 대표가 정권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 상대후보를 공격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두 대표는 경제민주화 등 대선공약 파기와 세월호· 인사 참사로 허우적대는 박근혜 정권과 함께 이정현 후보를 싸잡아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찬가지로 서 후보도 ‘정권 심판론’을 앞세웠고, 여기에다 상대인 이 후보의 예산폭탄 발언을 꼬집었다.

"대통령 품 떠나서 도깨비 방망이를 가지고 힘을 쓰겠다는 거냐"며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요직 10개 중 9개를 가진 경상도는 화장실도 금칠이 돼 있느냐"게 서 후보의 주장이다.

야권의 텃밭이라 가급적 비판을 꺼려했던 이 후보도 양력 백중 날 만큼은 견제구를 날렸다.
“이번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게 야당이 아니냐”며 보궐선거 ‘원인 제공론’으로 맞섰다.

머슴 노릇 잘하라고 기껏 뽑아주니까 뇌물을 받아 지역민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었다면 다소곳하게 유권자인 주인을 향해 지역발전에 대한 공약을 먼저 제시하라고 발톱을 세웠다.

반성의 기미도 없이 상대를 헐뜯기에 바쁜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고, 그것도 야권의 텃밭에서 그러한 고답적인 정치행태를 지금껏 내보이는 것은 정치발전을 후퇴시키는 행태라고 이 후보는 강변한다.

2011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의원직을 박탈당한 서 후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같은 해 재보선에 이어 19대 총선에서 국회 최루탄 투척사건으로 의원직을 잃고 재보선의 단초를 제공한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에게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야권 후보로 당선된 서·김 의원이 국회의원으로 행세를 한 기간 만큼 지역발전은 오히려 퇴보했다는 얘기다.

지역발전을 둘러싼 이 후보와 서 후보간 시각차는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개최에서 곧바로 드러난다.
지난해 전 국민적 관심과 이슈 속에 개최된 정원박람회가 성공리에 끝나고 이제 국가지정을 받으려고 하는 마당에 서 후보는 이를 반대했다고 한다.

이런 행사를 유치한 조충훈 순천시장을 정적(?)으로 알고 그랬었다면 지역발전을 견인할 국회의원으로서 할 일은 더 더욱 아니었다.

정원박람회 예산 100억원을 유치하는데 순천시 공무원들에게 자신의 의원 사무실을 쓰도록 하고,해당 중앙부처에 애걸복걸하며 행사 유치에 매달렸던 이 후보와는 확연히 구분지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맥락에서 이 후보는 머슴 역할을 제대로 못했으면 세경을 받지 말아야 하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다.
그럼에도 그동안 엉뚱한 짓을 한 죄는 밉지만 정권재창출을 해야하니 ‘미워도 다시한번’ 표를 달라고 나선 것은 '손 내놓기도 부끄러운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물론 이 후보가 광양만권 산단지역의 대기업 유치를 장담하고 있지만 국가시스템이라는 게 어디 한사람의 힘으로 되기에는 한계가 있을 터이다.

하지만 예산을 따오고 지역발전을 앞당김에 있어 집권여당의 프리미엄을 적극 한껏 활용할 수 있고, 그런 일이라면 열심히 뛸테니 머슴처럼 부려먹어 달라는 얘기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그래서 이 후보는 이번 순천·곡성 선거만큼은 인물중심의 선거로 치르고 싶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이 입버릇처럼 얘기하듯 박근혜 정권이 그토록 밉다하더라도, 이제는 지역감정의 벽을 넘어 최소한 새누리당 의원 한명 쯤은 뽑아서 지역발전을 앞당겨야 할 시대가 도래했다고 톤을 높인다.

그 중심에 이정현이 자리하고 있고. 자신을 머슴으로 적극 할용한다면 주인에 대한 의리를 저버리지 않고 죽을 둥 살둥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얘기다.

지난번 한나라당 대선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진 뒤 코너에 몰려있던 박근혜 대표를 꼭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며 '의리'로서 오직 한길을 택했던 그의 진정성을 이번에도 순천·곡성유권자들이 알아줄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

쉬운 길을 마다하고 항상 어려운 길을 택했던 그가 여지 껏 소원으로 품어왔던 지역구도 타파와 머슴론이라는 양 바퀴로 오늘자도 전거 페달을 밟으며 표심을 향해 달리고 있다.

그 지긋지긋한 지역구도에 대한 물꼬를 맨 먼저 트고 싶다는 게 이정현의 바람이다. 이에 대한 응답은 그가 주인으로 떠받드는 순천·곡성 유권자들의 몫이다.

진정성을 갖고 지역발전을 견인할 예산을 가져오는 머슴이냐, 그냥 그렇게 기호 2번을 택할 것이냐의 향배가 이번 선거의 관전포인트가 될 수 밖에 없다. <광주뉴스통> www.gjnewst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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