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통=박병모]..‘새정치’란 말이 무색하게도 새정치연합 7·30 재보선 공천구도는 엉클어 질대로 엉클어졌다. 전략공천에 대한 원칙이나 기준도 없었다.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 맘대로 ‘국회의원 후보 감’을 장난감처럼 지역구에 상관없이 요리저리 붙였다 땠다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박근혜 정부의 이반된 민심을 호기로 삼아 제2의 수권정당의 모습을 보여주기 보다는 되레 ‘자기사람 심기’에 골몰해 있는 형국이다.

20년 지기인 정치 선·후배가 전략공천을 놓고 서로 멱살잡이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새정치는 커녕 ‘구태 정치’를 닮아가는 것 가슴이 아릴 정도다.

적어도 새정치연합의 텃밭이라는 광주·전남 지역민들로서는 ‘정말로 이게 아닌데...’라면서 정권재창출은 이미 그른 게 아니냐는 공분을 억지로 참고있다.

이런 와중에 새정치연합은 광산을 재보궐선거 후보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전략 공천했다. 알다시피 권 전 과장은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했던 ‘광주의 딸’이다.

전남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43회 사범시험에 합격하고, 2005년 여성 최초로 경정에 특별 채용된 변호사 출신 여성경찰관이다. 여성으론 처음으로 서울 일선 경찰서 수사과장을 역임했다.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시절인 2012년,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이 터졌을 때 권 과장은 당시 윗선의 부당한 수사개입 의혹을 폭로했다.

당시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으로부터 외압이 있었고, 중간수사결과 발표 등의 과정에서 경찰측에 문제가 있었다고 소신있게 발언을 함으로써 정치권과 전 국민의 주목을 받았었다.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국정조사 청문회와 재판과정에서도 일관되게 진술해 정의롭고 용기있는 경찰관으로서 정치권과 언론의 조명을 맘껏 받았다.

권 전 과장이 경찰이라는 특수한 상명하복의 체계 속에, 그것도 자신의 총수를 겨냥해 양심선언을 한뒤 갖은 외압을 인동초처럼 견뎌낸 것 자체가 분명코 ‘광주’ 아닌 ‘대한민국’의 딸임에는 분명하다.

그래서 새정치연합은 권 전 과장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이러한 제안에 대학원 진학을 이유로 한사코 거절했었지만 당 지도부의 설득으로 광주 광산을에 전략공천을 받게 됐다.

하지만 광주시민들은 이렇듯 정직하고 양심적인 그녀를 전략공천한 새정치연합에 곱지않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 첫째가 수도권이 아닌 광주로 전략공천한 것은 새정치연합의 신념없는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녀의 행동을 과소평가했고, 그래서 ‘소탐대실’의 우를 범했다는 얘기다.

비록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하더라도 일개 과장이 경찰청장을 물고 늘어지는 것 자체가 경찰사회에서는 흔치않는 일임에 틀림없다.
그런 정의롭고 가상한 그녀를 이왕 전국적인 인물로 키우려면 지역색이 강한 광주보다는 수도권으로 보냈어야 했다.

하지만 동작을에 진출하면 정치를 잘 모르는 권 과장이 꺼려할 것 같고, 그러다가 새누리당 후보에게 떨어지면 당의 입장에서 낭패를 볼수 있다는 우려 하에 광주로 공천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당 지도부가 그만큼 리더쉽이 부족하고 신념이 없다는 얘기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당락여부를 떠나 정말로 권 전 과장을 새롭고 큰 인물로 키워나가는 게 새정치연합의 본령이라면 최소한의 예우차원에서라도 당력을 집중할 수 있는 선거프레임을 미리 마련해서 밀어붙였어야 했다.
세월호 참사도, 박근혜 정부의 인사참사도 모두가 새정치연합에 유리한 선거구도가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사람 심기에 바빠 권은희를 광주로 보냈다면 앞으로 안철수의 그런 소신없는 정치철학으로는 대권도전이라는 희망은 이미 물건너 간 듯 싶다.
적어도 정직하고 소신있는 행동은 항상 옳다는 것을 모든 국민에게 보여줬어야 했는데 이를 간과했기 때문이다.

둘째로 진정성에 대한 논란이다.

9일 비공개로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최고위원들이 이미 광산을에 후보로 등록한 천정배 전 장관을 배제하고 권 전 과장을 공천하는 것에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한다. 권 전 과장을 공천할 경우 지난 대선 때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 사건이 다시 부각되면서 권 전 과장의 폭로에 대한 진정성과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데서다.

그러나 김·안 대표가 이를 무시한 채 밀고 나갔다. 새누리당은 즉각 반격에 나섰고 “권 전 과장의 전략공천은 한 사람의 정치적 욕망이 사회 정의를 오염시킨 것”이며 평가절하했다.

새누리당 입장에서 볼 때 권 전 과장이 소위 ‘반대 급부’를 바라고 허위폭로를 통해 정치적인 인물로 커 나가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라고 치부한다면 적어도 ‘광주의 딸’은 권은희만은 다른 정치인과는 거리가 멀다고 분명코 말하고 싶다.

조직이 하라는 대로 말없이 고분고분 말을 들었더라면 권 전 과장은 지난 1월 총경에 승진을 했을테고 탄탄하게 경찰의 길을 걸으며 출세의 가도를 달렸을 게다.
이를 무시하고 온갖 협박과 질곡을 이겨낸 권 전과장은 입만 떼면 거짓말말만 일삼는 정치인과는 달리 진정성있고 가녀린 여인이다.

따라서 권 전 과장을 수도권이 아닌 야권의 텃밭인 광주에 전략공천 한 것은 진정성을 의심하는 일부 지각없는 정당이나 사람들에게 빌미를 제공해준 셈이 됐다.

셋째로 새정치연합이 실타래 처럼 얽혀있는 공천의 탈출구로 권 전 과장을 악용했다는 대목이다.

새정치 연합은 광산을에 후보등록을 했던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느닷없이 서울 동작을로 전략공천했다. 이에 오랜 선후배사이로 친구처럼 지내던 허동준 지역위원장의 반발에 부딪혔다.
새정치연합이 둘 사이의 우정에 금이가게 했다고 볼수 있다.

그러고도 모자라 이곳에 출마한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을 ‘올드보이’라는 미명하에 수원으로의 출마를 일방적으로 권했다. 한때 이곳으로 출마를 고심했던 천 전 장관의 마음이 돌아서게 된 이면에는 안·김 당 지도부를 믿지 못한데서다.

괜히 공천을 주겠다고 했던 안·김 당 지도부가 갑작스레 마음이 달라져 '자기사람으로 전략공천하게 된다면 이도저도 못하고 가운데서 붕 뜨게 된다'며 측근들이 무소속 출마를 권유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당 지도부는 광산을에 김한길 계보인 박광온 전 MBC 보도국장을 전략공천하려 했으나 천 전 장관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대항마로서 적절치 않다며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과장의 공천을 축하한다”는 천 전 장관의 메시지가 울림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는 “당 지도부는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고 ‘천정배 죽이기’를 자행했으며 이는 호남 정치를 고사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당 지도부를 질타했다.

결과적으로 안·김 지도부가 야권의 텃밭인 광주에 권 전 과장을 전략공천 한 것은 자신들에게 닥쳐올 후폭풍을 탈출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게 됐다.

한때나마 호남지역에서 야권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강운태 전 광주시장과 이용섭 전 국회의원, 그리고 천정배 의원은 안·김의 탈출구 전략에 희생되는 모양새가 됐다.

새정치는 물 건너 갔고 이런 상태에서 정권재창출은 이미 그른게 아니냐는 게 지역민심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싶다. <광주뉴스통> www.gjnewst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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