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통=박병모]...뻐꾸기의 습성은 묘하다. 다른 새들과는 달리 자기 둥지를 틀지 않는다. 주로 딱새 둥지에다 남몰래 알을 낳는다.
이를 모르는 멍청한 딱새는 뻐꾸기 알을 자신의 알 인줄 알고 소중하게 품으며 부화를 시킨다.

그런데 문제는 뻐꾸기 알이 딱새 보다 부화시기가 빨라 일찍 새끼를 낳는데 있다. 그 새끼 뻐꾸기는 딱새 알과 새끼를 발로 차서 밖으로 밀쳐내고는 혼자서 먹이를 독차지한다.

날개 짓을 할 정도로 자라게 되면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둥지를 훌쩍 떠나 버리는 못된 습성이 있다.

미니총선이라 불리는 7·30재보선에 출마한 예비후보 가운데 마치 '뻐꾸기'를 연상케 하는 정치인이 있다. 광주·전남 4곳 가운데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진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을 두고 한 말이다.

그의 정치 이력을 보면 중견정치인 임에 틀림이 없다. 경기도 안산에서 내리 4선을 했다. 그리고 서울시장 경선에 나갔다가 떨어지자 송파에 자리를 잡았다. 노무현 정권때는 법무부장관으로서 핵심 실세였다.

이 지역에 출마한 다른 후보들이 국회의원 뱃지를 한번도 차 본적이 없는 고만고만한 사람들이고 보면 천 전 장관은 분명 거물급 정치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정치연합 당내 경선후보인 기동민, 김명진, 이근우 등의 면면을 보면 모두가 정치신인에 불과하다.

천 전 장관이 화려한 경력과 명성에 걸맞지 않게 하필이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야당의 텃밭에 둥지를 틀려고 찾아왔을까. 궁금하고 찬반양론도 뜨겁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 갈데가 없다보니 당선이 손쉬운 광주로의 ‘올드보이 귀환’은 안된다는 게 지역내 여론이다.

새정치연합 내 일부 국회의원을 포함 광주지역 현역, 그리고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전현직 광역·기초 의원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선 상황이다.
더구나 지역 시민단체들까지 나서 천 전 광관의 출마는 ‘올드보이’로서 모양새가 그리 좋지 않으니 이쯤에서 접는 게 낫다는 메시지를 이미 보냈다.

그 정도의 무게라면 수도권이나 당의 약세지역에서 새누리당과 맞서 싸워야지, 쫌스럽게 야당의 텃밭으로 나와 지역 인재들이 커나가는 길을 가로막느냐는 얘기다.

이제 갓 정치에 발을 붙이려는 신인들을 발굴하고 키워주기 보다는 고작 금뱃지 하나를 거머쥐기 위한 요량으로 광주에서 출마하는 것은 잘못된 처사라는 것이다.

딱새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은 뒤 먼저 새끼가 되어 홀로 먹이를 독차지하려는 뻐꾸기의 삶과 뭐가 다르냐는 얘기다.

이러한 부정적인 기류를 의식한 듯 천 전 장관은 이렇게 강변하고 있다.
"지금은 신진 등용보다 호남정치 개혁과 정권교체가 더 중요한 시기“라고... 그러면서 "호남에서 감히 포스트 김대중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 꼭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무기력하면서 하늘만 바라보는 '천수답 정치' ‘계파정치’ ‘패거리 정치’로 각인된 호남정치를 싸잡아 비난하면서 “이를 개혁하고 복원하지 않으면 정권교체는 물건너 간거나 진배없다”고 말했다.

그렇다. 맞다.
광주지역 현역의원들은 6·4지방선거에서 지질이도 짜잔한 역할을 한게 사실이다.

평소 같으면 그리 뭉치지 않았던 현역들이 느닷없이 한자리에 나타나 현 윤장현 광주시장을 밀기로 했다며 민주적 절차와 시민의 선택권을 빼앗은 ‘신 오적’의 역할을 했다.

더 나아가 이러한 돌출행동은 윤장현 일병을 구해야 한다며 안철수, 김한길 대표의 발목을 광주에 묶어 놓고 말았다.

그 바람에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참사라는 절호의 기회를 살리지 못한 채 경기, 인천, 부산을 내주었고, 절반의 승리로 끝나게 한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게 됐다.

그렇다면 천 전 장관이 내건 ‘호남정치 부활’이라는 슬로건으로 지난번 전략공천 과정에서 뻥 뚫린 광주시민들의 허탈한 가슴을 어루만져 줄 수 있단 말인가.

속단하기엔 이르지만 적어도 천 전 장관이 보여준 과거의 정치행로를 들여다 보면 높은 점수를 주기에는 기대난망 인 듯 싶다.

그가 이번에 유독 강조한 ‘김대중 정신’은 적어도 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DJ는 어떤 경우에도 좌절하지 않고 인동초 처럼 일어나 국민과 함께 정권교체를 했지만 천 전 장관은 양지만을 쫒아 다녔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잘나가던 김대중·노무현 시대를 거치면서 호남정치와 지역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과 무슨 일을 했는지에 대해 광주시민들은 아는 바가 별로 없다.

물론 천 전 장관은 목포고를 나와 서울대 법대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해 ‘수재’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DJ의 ‘행동하는 양심’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가 지난해 4월 광주로 내려와 변호사 개업을 했을 때 무척 의아해 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혹시 광주시장 내지는 전남지사 선거에 출마할 것이다”라는 말이 무성했다.

여론의 향배를 저울질 하던 그는 알쏭달쏭한 말로 "더 큰 정치를 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그리고 지방선거에서는 윤장현 광주시장 캠프에서 상임 선대본부장을 맡았다.

2002년 당시 민주당의 대권 후보였던 ‘바보 노무현’을 현역 의원 가운데 가장 먼저 지지했고, 2011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퇴하자 4선을 했던 경기 안산을 떠나 서울시장 경선에 나선데 이어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서울 송파을에 출마했다.

이러한 거창한 경력에 비하면 선대본부장은 분명코 어울리지 않은 직함이었다.
선거 과정에서도 윤 시장의 당선보다는 보궐선거에 관심이 많았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그렇다면 그가 변호사를 개업하고, 윤 시장 캠프에서 일한 일련의 과정이 큰 정치보다는 광산 을에 출마하기 위한 계획된 행동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지방선거에서 광주시민들이 윤장현을 선택한 것은 안철수 개인이 이뻐서가 아니라 정권교체라는 간절한 염원 때문이었음을 천 전장관은 분명히 직시해야 할 때다.

지금껏 화려한 미사여구로 광주시민들을 식상하게 만든 구태정치인, 이른바 '뻐꾸기' 처럼 염치없는 ‘올드보이’에 이골이 났기에 그렇다.

그런 점에서 이번 광산을 선거는 올드보이 보다는 다소 미숙하지만 젊고 미래가치가 있는 신진, 광주의 허전하고 목마른 가슴을 쓸어줄 인재가 당선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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