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통=박병모]...낭중지추(囊中之錐)라. 사전적 의미로 풀어보면 ‘자루 속에 든 송곳’을 말한다.
‘자신의 재능은 아무리 숨기려 해도 송곳처럼 삐져 나오게 마련이다’는 말로 해석하면 이해가 쉬울 듯 싶다.

생뚱맞게 고사성어를 들먹이느냐고 눈치를 보내겠지만 이번 7·30 순천·곡성 재선거에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한 새누리당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얘기하고 싶어서다.

이정현을 흔히 ‘박근혜의 입’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부르는 배경이 재밌다.
이정현은 2004년 당시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으로 광주에선 유일하게 서구을에 출마했다. 어찌보면 무모한 행동에 가까웠다.
총선 결과 이 전수석의 득표율은 1.03%인 고작 720표를 받았다.

사모관대를 쓰고 목이 터져라 외쳐대는 그에게 돌아온 것은 ‘여기가 어딘데 감히 한나라당 이야’라는 온갖 수모와 반감 뿐이었다. 그래서 얻은 결과가 고작 이것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탄핵 역풍으로 한나라당이 벼랑 끝에 내몰렸던 터였다.

하지만 이정현은 자신의 신세가 그렇게 비참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역주의 벽이 이렇게 두터울 줄은 몰랐다며 한없이 울었다.

그러한 이정현의 눈물을 닦아준 이가 바로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였다. 총선이 끝난 2주일 뒤 전화가 걸려와 ‘고생하셨다’며 식사를 함께 하자고 했다.

그 자리에서 이정현은 “호남을 표기하면 안된다. 동서화합과 서진정책을 통해 대한민국을 일궈내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그랬더니 박 대표 “왜 그렇게 말씀을 잘 하세요”라고 했다 한다.

이게 인연이 돼 이정현은 한나라당 부대변인으로 발탁 됐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아니 당직자의 한 사람에 불과한 자신을 불러 위로해주고 한 남자의 가슴을 뭉클하게 해준 이가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특히 자신이 지금도 슬로건으로 내건 영·호남 화합과 지역주의를 타파하겠다는 신념을 알아주었다는 게 옳은 표현일 듯 싶다.
그게 그렇게 고마웠다 한다.

어찌보면 광주 서을 출마를 계기로 이정현은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발탁된 셈이다.낭중지추 처럼 말이다.

그러면서 ‘박근혜의 남자’로 입지를 굳히게 된 것은 2007년 8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다. 이명박 후보에게 패한 후 경선캠프가 해체되면서 그는 경기도 정무부지사로 콜을 받았다.
하지만 정중히 사양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오직 한길만을 걷기로 했다.

그러던 터에 박근혜 대표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왜 그 자리로 가지 그랬어요”라고 물으며 ‘고맙다. 잊지 않겠습니다’는 말을 어렵게 했다 한다.
그래서 이정현은 “모든 사람은 떠날지 몰라도 저는 대표님 곁에서 대통령 만들기에 나서겠다”고 강하게 말했다.

그러한 특유의 의리와 일관성 탓에 이정현은 박근혜 캠프에서는 유일하게 비례대표 마지막 순번인 22번으로 18대 국회에 입성했다.

이를 기반으로 19대 총선때는 2004년과 똑같은 지역구인 광주에 다시 출마해 39.7%의 득표율이라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그러나 야권연대에 밀려 아쉽게 패했다.

당시 출판기념회를 하면서 내놓은 책 제목이 ‘진심이면 통한다’였다. 야당도 아닌 한나라당 행사에 현직 시장군수들이 나와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국비로 지원되는 지역개발과 관련된 예산을 거론하며 서로 자랑쳤다. 과거에 보지 못했던 진풍경을 연출했다.

공무원들이 예산확보를 위해 국회를 방문했을 때 이 지역 출신 야당 국회의원들과는 달리 예결위원인 이정현 만은 달랐다고 한다.

의원회관 한쪽 자리를 내주면서 직접 해당부처에 전화를 하거나 이게 여의치 않으면 직접 장관을 찿아가 자신의 일 처럼 거들어 준 점을 공무원들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태동하게 만든 순천만 국제습지센타 관련 예산을 따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장본인이 이정현이다. 순천시 공무원에게 선뜻 의원회관 사무실 한켠을 쓰도록 했다.

호남이란 비주류 출신으로 유일하게 현 정권의 최고실세로 통하는 이정현이 정치적 이념 여부를 떠나 수도권 출마를 마다하고 이번 재보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정현은 출마 배경으로 ‘새누리당의 호남정치 경쟁력 회복’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그보다는 지역발전에 대한 한없는 애정과 진정성 때문이라는 게 더 나을 성 싶다.

야권의 텃밭이라고 불리는 호남에서, 그것도 순천에 비해 인구가 턱없이 적은 곡성 목사골 무지랭이가 과연 지역주의와 일당독식 구도에 맞서 낭중지추처럼 뚫고 나올수 있을까에 온통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연 경쟁력이 있을까, 득표율은 얼마나 될까. 솔직하게 ‘기대반 우려반’이다.

하지만 호남에서만 네 번째로 출하하게 되는 이정현이 그래도 희망의 깃발을 높이 치켜 세우고 있는 것은 자신의 진정성을 믿고 지역주민들이 표를 던져 줄거라는 믿음이다.

당선만 되면 지역주민을 외면하고 오직 공천에만 신경쓰는 야권의 일당독식구도에 넌더리가 나서 지난 6.4지방선거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단체장에 대거 당선된 것도 표심의 변화를 엿볼수 있다.

멀리는 김부겸 새정치연합 후보가 대구에서 출마해 40.3%라는 득표율을 얻어 대한민국 통합을 위해 지역감정의 벽을 조금씩 무너뜨리고 있듯이 말이다.

현재 재광·재경향우회와 경제인, 여성장관, 공무원, 교수, 일부 지자체 등 소위 '이사모'들이 똘똘 뭉쳐 "이정현이 나서야 지역발전을 앞당길 수 있다"고 부산나게 움직이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그래서 이번 이정현의 출마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이른바 '왕의 남자'들이라고 불리는 여야간 대결구도도 모처럼의 흥미를 더해주고 있다.

새정치연합에서는 김대중 정부때 정무수석을 지낸 조순용,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 서갑원 전 의원, 안철수계 구희승 변호사, 손학규계 노관규 전 순천시장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이성수 전 전남도지사 후보가 출마할 예정이다.

과연 ‘박근혜의 남자’로서 현 정부의 최고 실세라는 평가가 받고 있는 이정현이 자신이 꿈꿔왔던 ‘바른정치’를 통해 지역구도 타파에 얼마 만큼의 파괴력을 가질지가 바로 이번 선거의 관전포인트다.

여·야를 떠나 지역발전을 견인할 쓸만한 인물을 키우는 정치적 변화를 택할지, 아니면 관성대로 2번을 찍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순천.곡성 지역 유권자들이 답을 해야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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