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통=박병모]...윤장현 광주시장 당선자는 선거과정에서 신세를 많이 졌다. 정치적으로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전략공천이 그 출발점이다.

그래서 시민의 선택권을 빼앗아 간 밀실야합정치라는 상대 무소속 후보들의 거센 반발에 혼쭐이 났다.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는 자신의 사람으로 분류된 ‘윤장현 일병’을 구하기 위해 계란세례와 폭언을 무릅쓰며 광주를 번질나게 다녀갔다.

그 결과 새정치연합은 광주를 얻은 대신 인천은 빼앗기고, 경기와 부산에선 뒤집기에 실패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심판론이 거의 먹혀 들어갔음에도, 막판에 광주 표심을 얻고자 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을 빼앗기는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고 만 셈이다.

어찌보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정통야당의 텃밭에서 윤 당선자가 ‘내가 광주에서 지면 안철수도, 새정치연합도 정치생명이 끝난다’는 무언의 압력에 안 대표가 올인하다 보니 다른 지역의 패배를 가져왔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새정치연합은 이번 선거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둘 수 밖에 없었고, 그 중심에 윤 당선자가 자리하고 있다는 게 당 지도부의 자체평가다.

새정치연합의 이러한 한숨소리는 애시당초 윤 당선자가 인물론으로 따져볼 때 무소속 강운태,이용섭 후보와 경쟁상대가 되지 못한데 있다.
그러다 보니 개인의 브랜드 이미지로는 지지율을 끌어 올리는 데 한계가 있었고, 그대로 방치하면 고사할 수 밖에 없는 그야말로 ‘윤 일병’ 그대로 였다.

따라서 이번 광주시장 선거는 새정치연합 중앙당의 지원과 ‘기호 2번’이라는 투표용지에 힘입어 ‘윤 일병’이 당선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TV 토론에서 무소속 강운태 후보가 ‘행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어떻게 광주시장이 될 수 있겠느냐’는 다그침에 시민들은 ‘그래 윤 당선자가 과연 재목감이 될까’ 의아해 하는 반응이였다.
그러나 강 후보가 계속해서 행정미숙을 조롱하듯 비아냥 거리자 조금은 포괄적으로 버벅대며 답변을 한 윤 당선자에게 동정표가 쏠리게 됐다.

그렇게 힘들게, 원 없이 신세를 지고 당선이 됐기에 광주시민들은 윤 당선자에 대한 애증이 교차하고 있다.
‘그래 뽑아주긴 했지만 왠지 미덥지 않다’는 반응 속에서 윤 당선자가 광주발전을 위한 밑그림과 비전을 가다듬을 인수위 구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9일 드디어 인수위원회가 '희망 광주 준비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닻을 올렸다.
민선 6기 '윤장현 호'의 성공여부를 결정할 중요한 첫 단추요, 방향타가 된다는 점에서 인수위원회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윤 당선자는 인수위 면면에 대해 ‘전문가와 현장에서 활동했던 시민사회단체 인사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5개 분야 25명의 위원 가운데 전문가 그룹은 15명이다.
전남대, 조선대, 광주대 교수 그룹이 11명으로 가장 많다. 시민사회단체 인사가 6명이고 나머지는 현장이나 정치권에서 활동했던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인수위원 상당수가 민선 5기때 광주시 행정의 반대편에 선 사람으로 채워져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런 점에서 인수위원회가 내놓은 결과물인 '민선 6기 광주시정 로드맵'이 어떤 방향과 정책으로 채워질지는 20일 후에야 알겠지만 상당부분이 민선5기와 다른 정책으로 채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선과정에서의 아쉬운 점도 많다.
예산이나 기업유치,일자리 창출 등 경제분야 전문가 그룹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기아차 전 노조위원장과 한국방송연기자 노조정책위의장이 포함돼 있지만 진정 기업가나 CEO 출신 등 지역 경제단체 인사는 보이질 않는다.

특히 '세계가 한 울타리'라는 글로벌화 추세 속에서 굵직한 세계대회가 열리고, 국제 결혼과 이주 노동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음에도 이들 다문화사회를 통합하고 이끌어 나갈 전문가는 아무리 둘러봐도 찾을 수가 없다.

인수위 구성과정에서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작은 실수라고 치부하고 싶지만 '그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게 한 것은 인수위원명단을 정리하면서 조선대 정형식 교수를 처음엔 정영식 교수로 했다가 김형식 교수로 다시 3번이나 바꾸는가 하면 기자회견 장소를 이리저리 옮겨 준비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또 윤 당선자의 선거캠프에서 정책본부장을 맡았고 친인척 관계에 있는 김용구 미래경영개발연구원장의 경우 인수위에 포함시키려 했다가 전남지사 인수위원회에 포함됐던 사실을 뒤늦게 알고, 대신 위원장 특보를 맡기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윤 당선자를 이렇게 비판하는 것은 전략공천을 받았든, 어쨌든 광주시민의 표로 시장에 당선됐다는 지방선거 본연의 취지 이상의 정치적인 무게를 지녔기 때문이다.

나아가 인수위의 결과물에 따라 광주시민들의 삶과 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지방정부가 갖는 예산 집행권과 인허가권, 단속권 등은 우리 생활에 보다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당선자의 인수위 구성과 면면을 보면 다양한 스팩트럼은 보이질 않는다.
선거캠프를 꾸릴 때도 그랬지만 자신과 친한 관계에 있는 선후배나 인척들이 눈에 띄어 오히려 편향성이 엿보인다.
선거캠프 사람들을 과감하게 배제했더라면 더욱 모양새가 좋을 텐데...아쉬움이 그래서 남는다.

‘박원순 시장 모델’을 입으로만 따르겠다고 할 게 아니라 지방정부의 살림과 복지,안전 환경,교육,다문화 사회 등 각 분야에서의 정책전문가들을 전국단위에서 뽑아 보다 큰 그림을 그려야 했다.

그래서 민선 6기 동안 행정에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그들에게 자문을 받고 물어봐야 하는데 이를 간과한 측면이 없지 않다.

대규모 현안 사업이나 광역행정협의를 할 경우 전남지사가 ‘이렇게 하자면 그렇게 하자’고 줏대 없이 따라갈 게 아니라 광주가 중심이 될 만한 프로그램과 정책대안을 우선적으로 제시하되 상생하는 발전방향을 모색해야 하는 게 순서다.

특히 광주시 공무원들과 토론식의 여론 수렴을 통해 시정을 펼쳐나가겠다고 하나 이미 수직적 리더십과 일방적 지시에 길들여진 공무원들인지라 구조상 그들은 정책파트너가 아니라 정책 수행자들이다.

광주시장이라는 자리는 매 순간 순간 마다 정책적인 판단을 하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을 제시하면서 그 책임을 지는 외로운 자리다.
따라서 이사람 저사람에게 물어서 행정을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자신감이 없다는 뜻과 다를 바 없다.

기실 윤 당선자는 선거과정에서 이슈파이팅도 없었다. 세월호 참사와 새정치연합의 압도 속에서 정책 검증의 기회도 갖지 못해 ‘시장에 당선되면 잘할까’ 라는 우려가 허튼소리만은 아닐성 싶다.

‘전략공천으로 당선된 광주시장은 4년 뒤에 뽑아서는 안된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분발해야 한다.

선거과정에서 신세를 진 많은 정치인과 시민들에게 보답하는 길은 광주시정을 운영함에 있어 자신의 안과가 자리한 ‘지하벙커’에서 함께 했던 인사들을 우선적으로 배제하는 것이다.
<광주뉴스통> www.gjnewstong.com

광주뉴스통 기사 더보기

gjnewsto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