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숨은 표'인 부동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새정치연합의 윤장현 후보와 무소속 강운태 후보로서는 가장 바쁜 하루다.

그도 그럴것이 윤장현의 막판 뒤집기가 성공할 것인가, 아니면 강운태가 굳히기로 선방을 할 것이냐를 놓고 막판 표심의 향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유권자들도 자신의 한표가 이처럼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윤 후보는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와 함께 경로당을 찾아 넙죽 절을 올렸다. 강운태는 이용섭 상임선대본부장과 충장로 입구 맨땅에서 엎드려 큰절을 했다.

앞으로 어르신들과 시민들에게 상머슴으로서 정성껏 모시고 일을 잘하겠다는 의미도 있지만 부동층을 끌어 들이려는 애절함이 묻어 있다.

이번 주말과 휴일의 대회전은 두 후보가 충장로에서 맞불작전을 놓으면서 짦지 않은 하루는 그렇게 마무리됐다.

월요일인 2일에는 김한길 대표가 부인인 최명길과 함께 박지원 전 원내대표, 정세균 공동선대위원장 등 당 지도부를 총동원해 윤 후보 지지를 위한 마지막 표밭갈이에 나선다.

이에맞서 강 후보는 “광주시장 후보 중 누가 돼도 우리 식구”라는 손학규 고문의 발언을 인용한 뒤 “말 없는 다수 당원의 표심을 대변하는 것”이라며 무소속의 한계를 절감한 듯한 발언으로 표심을 공략했다.

이제 광주시장 선거를 바라보는 관전포인트나 선거구도 싸움은 모두 끝났고, 조직력과 세 싸움이 남아 있을 뿐이다.
새정치연합의 안-김이 이끄는 35만의 당원 조직과 무소속 강 운태가 일궈낸 단일화 효과와의 진검승부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강 후보는 사상 처음으로 사전투표제가 실시된 30일과 31일 이틀간 총 동원령을 내렸다. 광주지역 투표율을 20%까지 올려야 승산이 있다는 계산 하에 자신의 캠프 관계자들을 독려했다.
비록 16개 시·도 가운데 투표율로 따지면 가장 높은 수치였지만 아쉽게도 13.28%에 그쳤다.

강 후보의 아쉬움 속에는 간단치 않은 속 사정도 많다.

큰 틀에서 얘기하자면 무소속 단일화에 대한 컨벤션 효과가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용섭과의 무소속 단일화로 ‘1+1=2’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으나 1.3 정도여서 파장은 그리 크지 않다는 얘기다.

단일화 성사 이후 여러 방송과 신문사가 발표한 여론조사가 이를 웅변해주고 있다. 단일화가 발표된 26일과 27일의 여론조사에서 강 후보와 윤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무려 14.9%에 달했다.

그러나 지지율 격차는 점차 줄어져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29일의 여론조사는 거의 초박빙 상태로 반전됐다. 쉽게 말해 4일 동안 강 후보의 지지율은 16%가 빠졌다는 얘기다.

반면 윤 후보는 근소한 수치지만 1.1%차로 처음으로 앞서면서 '지지율 역전'이라는 ‘골든 크로스’ 현상이 일어남에 따라 현재의 상황이 그대로만 유지된다면 앞으로의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뒤집기가 이미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이용섭의 선대본부장이 윤장현 캠프로 옮겨 확실한 지지를 약속한 것도 강 후보의 지지율을 빠지게 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거기에다 성향과 스팩트럼이 다른 지지자들의 이탈도 한 몫 거들고 있다.

무소속 단일화 과정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했던 박광태 전 시장이 선당후사 차원에서 새정치연합 회의에 참석한 것도 눈여겨 볼 만하다.
그 자리에서 박 전 시장은 "지지율 격차가 20% 이상 날 경우 당락을 예단할 수 있지만 오차범위 내인 5~10%는 언제든 뒤짚어 질 수 있기 때문에 윤 후보를 위해 더욱 분발해야 한다"고 강조한 대목이다.

박 전 시장의 이같은 행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강 후보는 요즘 들어 심사가 편치 않다.
'시장은 아무나 하나'라며 자신이 내세운 인물론이 TV토론회 과정에서 먹혀 들기는 커녕 민선 5기 재임기간의 아킬레스건들이 하나씩 감자 덩굴처럼 들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 1일 충장로에서 큰절로 지지를 부탁하는 무소속 강운태(우), 이용섭 선대본부장

특히 6번 압수수색과 국제적인 사기사건으로 치부되는 갬코, 그리고 자신의 아들이 근무했던, 이른바 'EMIG라는 자본금 500만원짜리 회사'에 무려 수십억원이 지원된 사실을 거론할 때면 다소 신경질 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미 검찰에서 걸러진 사항을 가지고 질문하는 자체가 우습다는 투로, 평소 강 후보답지 않은 오만함도 가끔 나타나고 있다.

강 후보의 이러한 반응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일부 정치인들이 더러있다.

만약 도덕성과 청렴성을 강조해온 이용섭으로 단일화가 됐다면 강 후보도 살고, 이용섭도 사는 ‘윈-윈 전략’의 대표적인 롤 모델이 될 수 있었을 텐데...라고 말이다.

앞으로 막판변수가 있다면 폭로성 네거티브 선거전을 들 수 있다. 하지만 강력하고도 폭발성 있는 이슈가 아니라면 현재의 선거 흐름을 크게 뒤바꿀 수 없다.

이제 숨은 표의 향배가 어디로 갈 것인가에 온통 관심이 쏠려있다. 사전 투표율이 높으면 그동안 지지율이 높은 사람이나 고정표를 많이 확보한 후보에게 유리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광주시민들이 윤 후보와 강 후보 가운데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향후 정치지형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만에 하나 강 후보가 당선됐을 경우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은 크게 요동칠 수 밖에 없다. 현대 정치사에 한 획을 긋는 역사적인 사건이 될 수 있다.반대로 윤 후보는 물론 대권을 향한 안철수의 정치생명은 끝이 난다. 그리되면 새정치연합도 시도당 개편과 함께 전당대회, 당 대표 선출과정을 거치면서 정가에 회오리가 몰아칠 수 밖에 없다.

우려 도한 만만치 않다.
강 후보가 재선되면 새정치연합의 비협조 속에 사사건건 부딪히면서 광주시정은 정치적 공백기를 맞게 될 것이고, 민선5기 때처럼 4년 내내 조용할 날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그 부담은 시민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윤 후보가 승리할 경우 현재 당선이 확실하거나 예상되는 서울·경기·인천·충청·전남·북과 함께 박근혜 정부에 대한 정권 심판론을 강하게 밀어 붙일수 있는 동력을 얻을 수 있다.
새로운 변화의 물결로 정국의 주도권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다소 행정경험이 부족해 시정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갈지가 과제로 남아있다.

광주는 이번 지방선거 뿐만 아니라 총선에서도 새로운 인물을 수혈하는 통로 및 교두보가 됐으면 한다.
항상 그래왔듯이 새 시대,새 정치,새 인물을 발탁하기는 어렵다.

조용하지만 그 저변에 도도하게 흐르고 있는 변화의 물결은 새로운 인물과 함께 광주를 역동적이고 생산적인 도시로 키워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광주의 변화는 정치로 이뤄지고, 그 정치는 선거 속 유권자들의 소중한 한표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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