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통=박병모]...올 2월이다. 전·현직 광주시 공무원 2명이 구속됐다. 강운태 시장의 재선을 돕겠다며 관권선거에 개입 한 혐의다.
그들은 언론에 강 시장을 비방하는 기사가 뜨면 밀어내기를 했다. 민주당 권리당원 모집에 앞장선 혐의다.

강 시장은 그러나 민주당과 통합한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다. 무소속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에서 이용섭 후보를 이겨 최종후보로 확정됐다.

두 사례, 즉 공무원의 관권선거와 무소속 단일후보는 얼핏 서로 관련이 없는 별개의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민선 5기 강 후보의 리더십과 시정의 실패를 의미하는 하나의 현상이기도 하다.

강 후보는 광주시장으로 재임하던 4년 동안 압수수색을 6번이나 당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사건에 시민들은 몸 둘 바를 몰랐다. 자존심이 짓뭉개지는 아픔을 스스로 달래왔다.
총인 입찰 비리로 연루돼 철장신세를 지거나 불구속 기소된 공무원과 교수 등이 수십 명에 이른다.

강 후보가 취임하자마자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했던 갬코의 3D변환사업은 결국 일자리 창출은 커녕 국제적 사기사건에 휘말리고 말았다. 국제적 망신만 사고 시민의 혈세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자칭 ‘행정의 달인’이라고 자부한 그는 아들이 근무하는 자본금 500만원 짜리 회사에 시비 10억 원도 모자라 수십억을 은행에서 빌려다 쏟아 부었다. 그리곤 가타부타 말이 없다.
운영이 제대로 되지않아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처해 있는데도 말이다.

가족얘기가 나왔으니 공직자 재산신고 때 누락된 20억 원의 뭉칫돈도 짚고 넘어가 보자.
강 후보는 자신이 아닌 처갓집 재산이라고 한다. 물론 그러한 변명으로 법망을 벗어날지 모르겠지만 도덕적인 문제에 이르러서는 자유로울 수가 없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공문서를 도용하다 발각돼 사무총장과 6급 여직원이 구속됐다 풀려났다.

강 후보가 임명직 마지막 시장 때인 94년과 95년도 이뤄냈던 성과에 비하면 영 딴판이다.
20년 전인 그때, 비록 러브호텔이 불야성을 이루고 있긴 하지만 첨단지구를 산업단지로 개발해서 취약한 산업구조를 바꿔 놓으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민선5기 때는 촉기가 떨어졌는지, 소리만 요란하고 투자에 비해 실속도 없는 ‘일회용 스포츠 도시’를 만들기 위해 발버둥치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일을 하다보면 행정의 영속성상 본의 아니게 시행착오를 거칠 수 있다. 그러나 강 후보는 종합행정의 책임자로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매번 사건이 터지고 압수수색을 당할 때 마다 그 책임을 부하 직원에게 돌렸다.

그런 점에서 지휘관으로서의 도덕성과 정당성, 포용력을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

취임 초기 총인입찰비리가 불거졌을 때 강 시장은 “자신은 한 푼도 받은 적이 없이 깨끗하다”며 비리 공무원을 밝혀내 엄단하라고 지시했다.
곪은 곳이 있다면 환부를 도려내 광주를 청렴한 도시로 만들겠다는 야심한 계획 하에서다.

하지만 모든 사안에는 명암이 있듯이 신중했어야 했다. 강 후보 자신의 청렴성은 입증했을지 모르지만 많은 공무원을 쇠고랑을 차게 만드는 바람에 광주의 이미지는 빛이 바랬다.

갬코 사건도 마찬가지다. 650만불(71억원)이라는 거금을 미국에 보내는데 강 후보 자신은 갬코 대표로부터 “사전에 보고를 받지 않았다. 나중에 알았다”고 검찰에서 허위로 진술했다.

모든 것은 갬코 대표가 알아서 저지른 일이지 강 후보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딱 잡아뗐다는 얘기다.
강 후보가 잘 나가던 못 나가던,그래도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며 16년 이상을 뒷바라지 해왔던 갬코 대표는 모든 허물을 뒤집어 쓴 채 교도소로 향해야만 했다.

부하 직원에게 책임을 떠 넘기는 행태는 그대로 세계수영대회 유치로 이어진다.
강 후보는 공문서가 도용됐는지 여부를 자신은 알지 못한다고 했다. 6급 여직원이 알아서 처리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비난이 거세지자 자신의 부덕한 소치라며 급한 불을 끄기에 바빴다.

그렇다면 강 후보는 시장결재 없이 부하직원들이 모든 걸 다 알아서 처리하도록 내버려뒀단 말인가. 직무유기에 해당된다. 그게 아니라면 ‘깜깜이 시장’이었단 말인가.

148만 광주시민을 대표하는 시장이라면 좀 더 솔직했어야 했다. 궁색하게 책임을 회피하기 보다는 당당했어야 했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강 후보는 광주시정을 이끌 동력을 잃어갔다.
공직자들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았다. 선거는 목전에 다가오는데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은 오르지 않았다.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은 관권개입 선거로 이어졌고, 강 시장의 핵심 측근인 전직 공무원은 영어의 신세가 됐다.

관권 개입과 광주시 산하 일부 기관 및 단체들이 동원된 권리당원 모집 사건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터지면서 강 후보의 지지율은 이미 한계상황에 이르렀다.

광주시장을 그만두고 예비후보로 등록하려다 취소한 정치적인 퍼포먼스도 따지고 보면 이러한 연유에서다.

이런 와중에, 즉 후보가 진정으로 울고 싶었던 이때, 속 후련하게 누군가가 나타나 뺨을 때려주기를 기다릴 때, 안철수와 김한길이란 정치적 메시야가 나타났다.
안-김은 아니나 다를까 ‘전략공천’이라는, 민주적 절차를 생략한 회초리로 광주시민을 후려쳤다.

상황은 급변했다. 이러한 절호의 찬스를 놓칠 리 없는 강 후보는 밀실야합 공천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탈당을 통해 무소속으로 출마를 선언한다.

그러면서 일부 관변단체 등과 특정 인물들을 내세워 전략공천을 반대하는 성명과 시위를 하도록 암묵적으로 부추겨 댔다.

특히 안철수가 통합 이후 처음으로 17일 광주에 내려오자 강 후보의 지지자들은 계란과 욕설과 폭언으로 맞대응 했다. 민주와 인권과 평화도시라는 광주의 이미지에 걸맞지 않게 도를 넘어선 행동이었다.

강 후보는 무소속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상대를 누르고 단일 후보로 확정됐다.
그 순간 시민공천으로 단일후보가 됐다며 유독 시민후보임을 강조했다.

자신을 전략공천으로 내 핑개친 안·김 두 대표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시장에 당선되면 두 대표를 퇴진 시킨 뒤 새정치연합으로 복귀하겠다”며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강 후보로서는 광주시장으로 당선되느냐의 여부를 떠나 새정치연합에서 자신의 복당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기실 강 후보는 6번의 압수수색을 당해 시민들로부터 부정적인 여론이 많은데다 지역 국회의원들과의 소통도 원할치 못한 터였다.
혹여 시장으로 재선이 된다하더라도 현역과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한다면 중앙으로부터 예산을 따오기가 쉽지 않아 결국 그 부담은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이런 점에서 광주시민들이 간과해서는 안 될게 있다. ‘시민후보’를 놓고 윤장현 후보와 무소속의 강 후보가 서로 자신이 적임자라고 우겨대고 있는 대목이다. 광주시민으로서는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윤장현은 새정치연합의 정당후보다. 오랜 시민사회 활동을 했다고 해서 자신이 시민후보라고 내세워서는 안된다.

특히 강 후보가 말끝마다 시민후보임을 자임하고 있는데 이는 설득력도 없고 광주시민을 우롱한 처사다.

이용섭 후보와 단일화 과정에서 시민들이 자신을 조금 더 지지해줬기 때문이라고 강변할지 모르나 표본 샘플로 선정된 2,200명이 148만 광주시민을 대표할 수 없다.

강-이 두 후보는 자신들의 당선을 위해 캠프끼리, 끼리끼리 모여서 자기네들의 방식대로 여론조사를 해서 후보를 선출한 것 뿐이다. 굳이 이병완 후보의 말을 빌리자면 광주시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탐욕의 단일화 였다.

따라서 강 후보가 내세우는 시민후보는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에 불과할 뿐이지, 시민을 위한 시민후보는 아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깨달아야 한다.

전략공천이 시민의 선택권을 뺏아감으로써 민의의 대표성이 상실됐다고 주장하는 광주의 올 곧은 정신에 대해 강 후보 자신이 이를 왜곡해서 마치 '자신이 시민후보나 되는 것처럼 선거에 악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 한번의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수 없다.

6번의 압수수색과 관권을 동원한 선거개입으로 시민들의 자존심을 짓밟았으면 이쯤에서 그만 둘 법도 하다.
더 이상 나가면 ‘탐욕의 정치인’으로 밖에 달리 설명할 수가 없다. <광주뉴스통> www.gjnewst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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