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통]..무소속 단일후보로 강운태 후보가 확정됐다는 멘트가 울려 퍼졌다. 26일 김대중컨벤션센타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다.

단상중앙으로 나와 깔끔한 승복으로 화답하려던 이용섭 후보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감정이 복받쳐서 그런지 눈물을 흘렸다.
가슴 뭉클한 순간이었다.

정적을 깨고 이 후보는 자신이 유독 강조했던 아름다운 경선에 동행해준 지지자들에게 “죄송하고 고맙다”는 말로 첫 운을 뗐다.

“단일후보가 돼 제가 품은 비전을 광주에서 펼쳐내고 싶었다, 당당하고 자랑스런 광주를 만들어보고 싶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던 이 후보는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광주의 역사, 내 운명이라고...’

지난번에는 민주당으로, 이번에는 무소속으로 광주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 그것도 고교 선배요, 고시 선배인 강 후보에게 두 번 다 석패했다.

이 후보는 4년 전 민주당 광주시장 경선에서 강 후보에게 0.45%(강 후보 37.8%, 이 후보 37.35%)라는 간발의 차이로 졌다.
이번의 눈물도 마찬가지였다.

비공식적이지만 이 후보는 0.4%라는 간발의 차로 아쉽게 졌다.
여론조사 집계결과 한쪽은 0.5%, 다른 쪽은 0.3%가 나왔다.
양측 조사기관을 합산해 평균을 낸 결과 0.4% 차이가 났고, 굳이 표로 계산하자면 9표 차이로 승패는 갈렸다.

2010년에는 강 후보측의 불법 ARS 통한 여론조사 방해로 졌다면 이번에는 강 후보의 막판 조직력과 전화착신, 그리고 새정치연합의 역선택에 무릎을 꿇었다고 볼 수 있다.
어떤 형태가 됐든 이 후보는 0.4%라는 '마의 벽'을 넘지 못한 셈이다.

이 후보의 ‘분루’ 속에는 4년 간의 기다림 끝에 이뤄진 강 후보와 '리턴매치'에서 진 것도 있지만 다시 한번 더 큰 인물로 키워달라는 광주시민들을 향한 애절함도 녹아있다.

함평 촌 구석에서 무지랭이 농사꾼 아들로 태어난 그는 전남대를 나와 고시에 합격한 뒤 승승장구했다.
관직에 첫 발을 내디딘 이후 앞만 보고 달려왔다.

김대중 정부 말기에 관세청장을 역임했고, 참여정부 들어서는 국세청장, 청와대 혁신관리수석비서관, 행자부장관, 건교부장관을 지냈다.
요직을 두루 거치는 바람에 ‘참여정부 황태자’로 불리기도 했다.

광주 광산구 을로 출마해 18대와 19대에 걸쳐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해는 김한길 대표와 당권을 놓고 겨뤘다.

하지만 가진 게 없고 그 흔한 백도 없이 ‘담쟁이덩굴’처럼 오직 능력만을 믿고 한길을 걸어온 이 후보에게도 다소 흠결은 있었다.
도덕성과 청렴성만으로 자기관리를 해온지라 주변 사람, 특히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챙겨주지 못한 점이다.

선거판에서 상대 후보들로부터 ‘의리가 없네’ ‘자기 출세 밖에 모른다’ 는 네가티브 전략에 휘말려 곤혹을 치른 것도 따지고 보면 이 때문이다.

하지만 광주, 아니 호남에서 그 만한 경력과 능력을 가진 사람을 꼽으라고 한다면 이 후보 만한 인물도 찾아보기 힘들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진흙 탕 속 정치현실 앞에서, 이명박ㆍ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는 ‘호남 인재 배제’라는 프레임 속에서 더 더욱 절절히 다가오는 대목이다. .

이 후보는 이제 평범한 일상 속으로 들어가 자기 성찰을 하겠다고 했다.

“장관, 국회의원, 시장 후보 등 그동안 제 앞에 나열된 모든 수식어는 내려놓고, 역사의 큰 물줄기를 바꾸는 ‘깨어 있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정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런 만큼 광주시민들도 이제는 비단 이 후보뿐만 아니라 소위 ‘싹수’가 있는 인재가 있다면 설사 약간의 흠결이 있다하더라도 지긋하게, 애정의 눈길로 바라보면서 키워나가야 할 때다.

이번 무소속 단일화를 통해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승자에게 손을 들어주는 이 후보의 ‘아름다운 승복’만큼은 광주시민들의 가슴 속에 깊이,그리고 오랫동안 간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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