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통=박병모]..안철수가 급거 광주에 내려왔다. 통합신당 이후 두 번째다. 5·18때 내려와 계란으로 봉변을 당한지 6일 만이다.

자신이 공천장을 준 ‘윤장현 일병’이 무소속 강운태 이용섭 후보에게 포위당해 옴싹달싹 못하고 있으니 빨리 구해달라고 구조요청을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윤 일병은 TV토론에서 버벅댔다. 안 나가겠다고 손사래를 쳤건만 떼밀리다시피 해서 나간 게 화근이었다.
이에 맞선 상대인 강운태와 이용섭은 아는 게 많고 말 잘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누가 봐도 프로와 아마츄어, 장교와 일병의 게임이었다.

한 술 더떠 강-이 두 사람은 단일화 전선을 위해 손을 잡았다. 25일과 26일 이틀간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한 뒤 안철수에게 도전장을 내밀자는 것이다.

각개 전투를 하면 질게 뻔하니 그동안 섭섭했던 감정을 털어내고 한 몸이 되자고 23일 전격 합의했다. 그러면서 윤 일병은 시시하니까 놔두고 안철수를 혼내주자고 나선 형국이다.

6.4 지방선거에 앞서 사전투표가 실시되는 30일까지는 꼭 일주일 남았다. 시간과 싸우는 급박한 상황이다.
그래서 안철수는 새정치연합 지원부대 대장으로 정동영을 보냈건만 윤 일병의 터전인 광주의 민심이 심상치 않다.

안철수로서는 그렇지 않아도 만만찮은 두 사람이 단일화 연합군으로 맞서겠다고 하니 겁이 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제 저녁 무렵 결단을 내린다.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자신의 정치적 명운이 걸린 광주로 내려가겠다고...

그렇다면 여론조사를 통해 판가름 나는 ‘무소속 후보 단일화’는 얼마나 파괴력이 있길래 안철수가 갑작스레 달려오는 것일까.

강-이 두 후보가 전격 합의한 여론조사는 무엇보다 ‘본선 경쟁력’을 중요시 하고 있다. 설문지 문구도 “새정치연합 윤장현 후보와 경쟁할 무소속 후보로 누가 더 적합하느냐”로 결정했다.

단일화 후보로 선정됐다 하더라도 윤 일병과 싸워 이기지 못한다면 ‘죽써서 개준 꼴’이 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반대로 당선되면 정치사에 큰 획을 긋는 이변을 낳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무소속 단일화 관전포인트의 첫 번째는 누구로 단일화 되느냐에 있다.

강 후보와 이 후보는 4년 전 광주시장 후보 경선에서 맞붙었다가 공교롭게도 이번에도 리턴매치를 벌인다. 민주당에서 무소속으로 당이 바뀌었고. 경선방식도 공론조사 배심원단을 뺀 여론조사로 한다는 게 약간 다를 뿐이다.
고교와 고시 선후배 사이로 어찌보면 운명적인 만남이 아닐까 싶다.

강-이 두 사람의 경륜과 능력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강 후보는 4년 동안 현직프리미엄을 활용해 탄탄한 조직을 갖고 있다. 가히 철옹성에 가깝다.
여론조사에서 드러나듯이 25~28%에 가까운 고정적인 지지층이 이를 뒷받침 해주고 있다.

하지만 강 후보의 지지층은 갈수록 견고해지기는 하지만 확장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4년 재임 동안 6번의 압수수색을 당한 게 아킬레스건이다.

총인입찰비리로 공무원과 교수 등이 구속되는가 하면 국제적 망신을 산 갬코 사건에 자신의 아들이 개입됐다.
특히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공문서 위조 파문은 그 행위자체도 문제지만 그 책임을 부하 직원에게 돌림으로써 여론의 악화로 이어졌다.

사사건건 이 후보와 대립하면서 지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도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강 후보의 조직력과 이에 따른 지지층의 결속은 결코 무시할 수 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강의 우위가 점쳐진 반면 본선 경쟁력은 이 후보에게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러한 맥락에서다.

둘째로 새정치연합의 역선택 문제다.
새정치연합은 윤장현의 전략공천에 반발해 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를 선언한 강-이 두 후보의 반발이 그렇게 거셀 줄은 몰랐다.

시간이 흐르면 잠잠해지겠지 했건만 특히 현직 프리미엄을 가진 강 후보의 노련한 전략은 집요할 정도였다.
그래서 새정치연합은 중앙당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썰렁한 지역민심을 되돌리지 못하고 있다. 윤 후보를 새 정치,새 시대,새 인물이라고 이미지 메이킹을 하고 있지만 도통 지지율이 쉽게 뜨지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개최된 TV토론을 지켜본 호사가들의 뒷 담화는 이렇다. 시장 후보로 나선 후보들의 개인 브랜드를 놓고 따져볼 때 앞서 말한대로 ‘윤 후보가 일병 수준이라면 강-이 두 후보는 장교’급에 해당된다고 얘기한다.

따라서 새정치연합은 윤 후보의 상품성과 정치력에 의존하기 보다는 중앙당 차원의 선거운동에 나설 수 밖에 없다. 그러면서 강 후보가 6번의 압수수색을 당해 여론이 좋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정치적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비록 민주적 절차가 생략됐지만 이러한 명분을 합리화시키기 위해서는 이번 무소속 단일화 여론조사 과정에서 당 차원의 개입을 할 수 밖에 없다.

윤 후보가 맞서 싸우기에 쉬운 상대를 골라 여론조사 질문에 응답하는 이른바 ‘역선택’이 바로 그거다. 다시 말해 흠집이 많고 공격 포인트가 높은 후보를 상대로 싸우기가 쉽기 때문에 새정치연합 차원에서 35만명에 이르는 당원들에게 암묵적으로 지시를 내린다는 전략이다.

셋째로 단일화 후보의 시너지 효과다.

단일화 후보가 선정되면 그 후보의 선거캠프는 당연히 탈락한 후보가 선대본부장을 맡게 된다.
하지만 탈락 후보의 참모들이나 지지자들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

극적인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단일화 후보를 그대로 따라가야 하지만 이념과 성향상의 스펙트럼을 보면 그렇지 만은 않을 듯 싶다.

스펙트럼상 강 후보는 보수다. 윤 후보는 진보다. 그 중간에 이 후보가 자리하고 있지만 지지층은 약간 진보 쪽으로 기울고 있다.

따라서 혹여 강 후보 쪽으로 단일화가 된다하더라도 약간 진보성향에 가까운 이 후보의 지지층이 그대로 따라갈 것인가도 의문시 된다.

이번 광주시장 선거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3자 대결구도가 아닌 사상 첫 새정치연합과 무소속간 대결의 장이 되고 있다.

무소속 단일화 후보로 누가 될 것인가, 단일화 후보가 거대 정당을 누를 것인가.
안철수는 과연 정치력을 발휘해 윤 후보를 당선시킬 것인가, 아니면 정치생명이 끝날 것인가.

그렇다면 광주민심은 어느 편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유권자들의 표심을 예측할 수 없는 흥미 속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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