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통=박병모 칼럼]...제6회 지방선거전의 막이 올랐다. 오늘부터 주요 길목에서는 선거운동원들이 나와 지지후보의 표심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후보들도 허리를 굽히며 넙죽 인사를 한다. 딱 13일 남았다.

이번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흥미를 끄는 선거판은 뭐라해도 광주시장 선거다. 야권의 텃밭에서 무소속 후보 간 단일화가 이뤄져 사상 첫 광주시장이 탄생할 것인가에 전국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기에 그렇다.

어젯 밤 KBS광주방송총국이 마련한 TV토론에서 무소속 강운태 후보와 이용섭 후보가 쟁점현안을 놓고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새정치연합 윤장현 후보가 빠져 다소 아쉽다.

하지만 무소속 후보 단일화 협상과 관련해 ‘왜 자신이 무소속 후보가 되어야 하는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이르러서는 물음표를 남겼다.

과연 단일화가 성사될까, 여론조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단일화 후보가 새정치연합 후보를 이길수 있을까, 시간 끌면서 시늉만 내다 ‘3자 필승론’으로 가는 게 아닐까...

마치 자신의 일처럼 궁금증만 더해간다.
그도 그럴것이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고 있다. TV토론에서도 워낙 행정경험이 풍부하고 말을 잘하는 두 후보인지라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다.

그런데다 두 후보 모두 ‘자신에게로 단일화가 돼야한다’는 권력의지가 너무 강한 나머지 쉽게 양보할 성 싶지 않다.
그리되면 누가 이기나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식의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을 수 있다. 협상은 자연스레 깨지고 만다.

그렇다면 무소속 단일화의 관전포인트는 뭘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초박빙 속 여론조사는 강운태 (勝), 본선 경쟁력은 이용섭 승(勝)으로 점쳐진다.
이도저도 아니면 단일화 협상을 접고 본선에서 윤장현 후보와 대결하는 3자 필승론이다.

■ 무소속 단일화 여론조사 협상 지지부진

강-이 두 후보는 새정치연합이 미는 윤 후보에게 이기기 위해 실무진 2명씩으로 TF(테스크포스)팀을 꾸렸다. 여론조사를 위한 룰 미팅이 일주일 넘게 진행되고 있으나 이렇다 할 결과물이 없다.

시한은 28일이다. 그 안에 단일화가 이루어지더라도 이미 인쇄에 들어간 투표용지에는 탈락한 후보의 이름이 그대로 남아있다. 30일부터 사전투표에 들어가게 되면 사표발생도 우려된다.

일정상 시간이 촉박하다.
마땅한 다른 대안이 없어 여론조사로 승부를 내기로 했다면 빨리 끝낼 것이지 미적대는 이유가 뭘까.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룰 미팅 협상은 그리 간단치 않다.

검토해야 할 기술적인 문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물론 한 순간의 판단 착오가 지지후보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
여론조사 문항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따지지 않으면 낙선의 고배로 이어질 수 있는 사례가 있다.

지난번 여권의 대선과정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가 선거인단 투표 등 모든 면에서 앞서고도 이명박 대통령에게 고배를 마셨던 것도 따지고 보면 여론조사 때문이었다.

4년 전 이 후보가 민주당 광주시장 경선에서 배심원단 투표에서 이기고도 아쉽게 탈락한 것도 마찬가지 였다.
당시 강 후보측은 중앙당의 여론조사에 맞춰 ARS 여론조사를 하다 들켜 한때 조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업무방해혐의로 강 시장 선거캠프 관계자가 구속됐다.

여론조사 중요성의 첫 번째는 업체를 어떤 곳으로 선정하느냐에 있다.
공정성과 신뢰가 담보되어야 한다. 어느 한 후보의 물밑작업으로 여론조사기관이 흔들리게 되면 다른 한 후보는 낭패를 보기 때문이다.

표본을 선정하거나 이미 성향분석이 끝난 데이터베이스로 여론조사에 들어가면 후보의 지지율과는 상관없이 그 결과는 여론조사 기관의 의도대로 수치가 나올 수 있다.
각 언론사 마다 지지율이 다르게 나와 혼선을 빚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두 후보는 여론조사 기관을 선정함에 있어 자신과의 유·불리를 따져 결정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조사 시점을 조정해서 어떤 시간대를 잡느냐는 것도 지지율에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지금까지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강 후보는 60대를 중심으로 한 지지율이 높을 경우 조사 시점을 노인들이 집에 머물러 있는 시간대로 잡아 주말과 오전, 오후에 실시하면 유리하다.

반면 이 후보의 경우 30대~50대 중년층의 인기가 있다면 이들의 바깥 출입이 잦은 주말을 피하고 주중 가운데서도 저녁 타임에 맞추면 상대적으로 플러스 요인이 된다.

더 디테일하게 고려할 대목은 설문 문항과 문구,지역별 인구 분포에 따른 표본샘플 수 등 기술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항이 적지 않다.

현재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실무팀의 경력을 볼 때 강 후보측이 여러차례 선거를 치러본 프로라고 한다면 이 후보측은 경험이 다소 부족한 아마츄어에 불과하다.

문구 하나, 항목 하나를 바꿈으로써 당락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룰미팅 협상 외에도 외생변수도 크게 작용한다.
새정치연합은 무소속 단일화에 관한 여론조사에 들어갈 경우 비교적 손쉬운 상대로 여겨지는 강 후보를 당 차원에서 역 선택을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단일화 이후 본선 경쟁력과 표 결집 여부도 주요 변수

강-이 두 후보가 단일화 협상에 임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본선에서 새정치연합 윤 후보와 맞대결 할 경우 경쟁력이 있느냐의 여부로 귀결된다.

단일화 이후 1대1 대결구도로 갈 경우 이 후보의 경쟁력이 다소 우위에 있다는 게 지역정치권의 분석이다. 새정치연합이 강 시장을 역선택하는 이유는 전략공천에 대한 정치적 명분을 찾기위해서다.

강 후보가 그만큼 흠결이 많아 윤 후보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을 경우 당락에 영향이 미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

특히 4년 임기동안 6번의 압수수색을 받았고, 결정적인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그 책임을 부하직원에게 돌림으로써 도덕성과 책임성 문제가 도마위에 오를 수 있다.

그리고 이 후보의 캠프에 있는 참모들이 스팩트럼 상 진보성향의 사람들이 많아 강 후보로 단일화를 이룬다 해도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느냐도 변수다.

여론조사도 넘어야 할 산이지만 단일화 이후 표 결집력 여부에 따른 파급력이 얼마나 있을 지도 관건으로 작용한다. .

■ ‘3자 필승론’으로 단일화 협상 물건너 갈 듯

강–이 후보는 단일화 협상이 잘 될거라고 얘기를 하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않다.

우선 시기적으로 볼 때 강-이 두 후보는 16일 이전에 단일화 협상을 마쳤어야 했다.
이 후보가 16일 까지 여론조사로 후보를 정하자며 모든 이니셔티브를 일임했을 때 강 후보는 이를 통 크게 받아들였어야 했다. 미적거리다 여론에 밀려 28일 이전까지도 괜찮다면 뒤늦게 단일화에 합의했다.

하지만 단일화 협상을 위한 룰미팅은 지지부진하고 시한은 엿새 밖에 남지 않았다. 여론조사 기관도 선정하지 못했다. 협상과정에서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음에도 진척이 없다.

보다 중요한 것은 강-이 두 사람의 신뢰관계다.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손을 잡고 있지만 삶의 궤적이 가슴이 아닌 머리로 살아온 터라 서로를 믿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어떤 구실을 핑계 삼아 단일화 판을 깨고 서로 갈길 가자고 선언할 수도 있다.
무소속 후보로 출마하나 여론조사로 단일화 후보를 가리나 그게 그거고, 본선에 가서 윤 후보에 맞서 3자 대결을 하더라도 자신이 있다는 속내를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15일 후보등록을 하면서 선관위에 기탁한 5천만원을 제외하고 현수막, 홍보물, 공보물, 공약집 등 선거에 소요되는 비용 한도 6억9천300만원 가운데 이미 지출한 것 만도 자그만치 5억여원에 달하고 있다.

문제는 무소속 단일화로 한 후보가 사퇴 할 경우 지금까지 사용된 선거비용을 돌려받을 수가 없다는데 있다.
만에하나 여론조사에서 져 출마를 포기한 후보에 대해 선거비용을 보전할 경우 후보매수죄에 해당된다.

그렇게 되면 사퇴 후보는 선거에 출마하지도 못하고 지금까지 소요된 선거비용만 없애는 꼴이 된다.
두 후보로서는 시간도 없고, 이긴다는 확신도 없고,선거비용도 받을 수 없을 바엔 차라리 시간을 끌고 시늉만 내다가 어떤 문제를 구실로 단일화 협상을 깨고 싶을 게다.

요즘부쩍 떠오르고 있는 '3자필승론' 을 '무소속 단일화가 물건너 갔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은 이유는 그래서다. <광주뉴스통=박병모 기자> www.gjnewst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