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통] 강운태 광주시장이 재선 도전에 나선다. 23일 출마를 공식 선언한데 이어 25일 예비후보로 등록한다. 당초 예정보다 일정을 앞당겨 선거전에 뛰어들겠다는 뜻이다.

재선 출마의 표면적인 이유로 선거법을 탓했다.
상대후보들이 SNS 등을 활용해 자신을 비방하고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있는데, 그렇다고 현직단체장으로서 선거운동에 제약이 있다 보니 맞대응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속앓이 끝에 일찍 출마를 선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선일정도 고려했다 한다.

광주시정을 책임지고 있는 수장이요, 행정의 달인이라고 자처했던 강 시장의 변명치고는 궁색하기 그지없다.

좀 더 솔직했어야 했다.

"그동안 그 어마어마한 ‘현직 프리미엄’을 모두 동원해 봤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지지율이 25~28%대에 머물러 한계상황에 이르렀다. 민주당 광주시장 경선에 대비해 일부 공무원들과 산하기관 단체장들이 당원모집에 나섰는데 통합신당이 창당하는 바람에 그동안의 노력이 헛수고로 끝났다"면서
"하지만 민선5기 동안 벌여놓은 현안들이 많고, 이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행정의 영속성 차원에서 시장을 한 번 더하고 싶다. 그동안의 허물을 덮어두고 좀 도와 달라고 ..."

자신이 펴낸 책 제목처럼 ‘간절하게 당당하게’ 속 시원하게 털어놓으면 어디가 덧나는가?

하지만 강 시장은 공식출마를 선거법과 경선일정으로 돌림으로써 시민들에게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했을 뿐 더러 최소한의 감동마저 주지 못한 꼴이 됐다.

그러다 보니 지역정가에서는 조기 출마를 선언한 배경을 놓고 말들이 무성하다.

맘만 먹으면 막대한 예산과 광주시 산하 33개에 이르는 기관 등을 활용할 수 있는데도 ‘현직프리미엄’을 버린 이유와 그 배경에 148만 시민들은 궁금해 하고 있다.

‘사면초가’에 빠진 강 시장이 어쩔 수 없이 ‘배수의 진’을 치게된 속내는

그 첫째가 ‘관권선거 개입에 따른 정치적 파장’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고육지책.

18일 선거법 위반혐의로 구속 수감된 유 대변인은 강 시장의 '입'으로 통한다. 공보관으로 재직하다 지난해 말 ‘개방형 임용직' 공모를 거쳐 대변인으로 발탁된 첫 사례다. 그런 그가 3개월도 못돼 선거법 위반으로 전국에서 처음 구속되는 오명을 안게 됐다.

함께 구속된 뉴미디어팀장 김씨는 4년 전 강 시장 캠프에서 일했던 핵심 측근이다. 광주시내 곳곳에 붙어있는 ‘시민이 행복한 창조도시 광주’를 디자인한 장본인이다. 김 씨는 인터넷 언론매체, 블로거, 주부 기자단을 관리하고 운영하는데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강 시장의 절대적 신임을 받게 됐다.

그런 그가 임기가 끝나 강운태 캠프로 다시 들어오기 이전인 지난해 8~9월, 뉴미디어팀장으로 근무할 당시 민주당 광주시장 경선용 당원모집에 나섰다가 한 인터넷 매체의 보도가 화근이 돼 법망에 걸려들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정부와 검찰이 공무원의 선거 개입에 대한 엄단 방침 이후 야권의 심장부 광주에서,그것도 전·현직 공무원 두명이 관권선거로 전국에서 처음으로 구속되는 사례가 됐다.

문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창당과정이라는 민감한 시기에 악재가 터져 나왔다는 점이다.

통합신당 이전의 민주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의 국정원 댓글 사건, 청와대 비서관의 선거 개입 등을 거론하며 새누리당을 거세게 압박해 왔으나 이번 악재로 인해 수세에 몰려있던 새누리당에게 공세의 빌미를 주게 됐다.

새정치연합 광주시당은 19일 논평을 통해 "공무원의 신분으로 시장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인터넷 언론사에 배포하고, 민주당 경선을 앞두고 당원 모집에 불법 가담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시민도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혀 정치쟁점화를 서둘러 진화하는 모습니다.

새정치 연합 광주시장 후보로 나설 윤장현 위원장과 윤민호 통합진보당 광주시장 예비후보도 성명을 내고 강운태 광주시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둘째, 시 공무원들의 허탈감을 달래줄 강 시장의 리더십 한계상황에 직면.

이번 관권개입 사건이 마침내 사실로 드러나자 광주 시청 내 3천여 공직자들은 당혹감 속에 허탈해 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민선5기 들어 5번씩이나 압수수색을 당했다.
광주시 개청 이래 최대의 뇌물커넥션으로 불리는 총인시설 입찰비리에 28명이 연루되고, 3D 컨버팅 (입체영상변환) 분야 한·미 합작사업 갬코(GAMCO)비리,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공문서 위조사건에다 또 다시 관권개입 사건이 '오버랩' 되면서 직원들은 애잔한 ‘공무원들의 잔혹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가슴을 쓸어 내리곤 했다.

강 시장은 사건이 터질 때 마다 매번 ‘죄송합니다’ ‘재발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으로 위기를 모면해왔으나 이번 사건은 업무의 성격 보다는 강 시장의 재선을 위한 일부 공무원들의 빗나간 충성심(?)이 화를 자초했다는 게 지배적인 여론이다.

광주시공무원노조는 19일 성명을 내고 “광주시장은 묵묵히 일하는 3천여 공직자가 선거 시기를 맞아 묵시적으로 줄서기와 선거지원을 강요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며 “그 어떠한 방법으로도 우리 시 현직 공무원을 지방선거에 개입시키지 않겠다는 약속과 무리한 인사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하여 사과하라”고 강조했다.

셋째는 시민·사회단체의 거센 압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이미지 메이킹’ 작업의 일환.

강 시장은 4년 임기 내내 참여자치 21 등 시민사회단체와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왔다.
시민사회단체에서 일했던 인사를 시정에 참여토록 하거나 일부 단체의 경우 예산 지원을 통해 화해의 제스처를 써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단체는 그동안 총인시설 입찰비리 등 이른바 ‘추잡 사건’이 터질 때 마다 성명을 발표해왔고, 급기야 이번에는 “자진 사퇴‘를 요구하며 더욱 강도 높게 강 시장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광주경실련은 19일 성명을 통해 “광주시 공무원의 선거개입은 민주주의 성지인 광주의 명성에 먹칠한 꼴이 됐다”며 “현 광주 시장인 강운태 시장의 일련의 실정에 따른 책임있는 자진 사퇴는 물론 다가오는 금번 선거의 예비 후보 등록을 포기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밝혔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도 이날 "광주시 공무원의 선거개입 의혹은 민주, 인권, 평화의 광주정신과 광주시민의 명예를 훼손한 중대한 행위"라며 강 시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한국투명성기구 광주전남본부도 이날 이번 사건과 관련, 강운태 시장의 거취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몰아부쳤다.

넷째, 상대 후보의 공세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공무원이 구속돼 일단락 된 것으로 보이지만 검찰의 수사는 진행 중이다.

유 대변인 등이 각 포털사이트에 강 시장에게 불리한 기사가 뜨면 이를 물타기하기 위해 광주시에 우호적인 인터넷 언론 매체에게 광고비를 비정상적으로 지원한 정황을 포착, 이에 대한 집중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강 시장으로서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이와는 별도로 검찰은 또 다른 공무원과 산하기관 임원들이 당원 모집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혐의를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수사 결과가 언론에 발표되면 앞으로 강 시장의 이미지는 퇴색되고, 자연스럽게 상대후보의 공세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강 시장은 후보등록을 통해 검찰의 발표와 상대 후보의 공세를 최소한으로 차단하면서 ‘현직 역차별’을 극복하는 1석3조의 효과를 누린다는 복안이다.

한편 강 시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하면 직무가 정지돼 오형국 행정부시장이 선거일까지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새정치민주연합 광주시장 출마예정자로는 강 시장을 비롯해 이용섭의원,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 윤장현 새정치연합 위원장 등이 뛰고 있다. <광주뉴스통> www.gjnewst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