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인 1월 2일 “전남에서 안철수 신당 후보가 민주당 지지도를 앞서면 도지사 선거에 출마 하겠다”는 ‘중진 차출론’이 바로 그거다.

그동안 뇌물수수혐의로 재판을 받다가 무혐의가 떨어졌던 지난해 12월 26일 이후 박 의원은 '중진차출론'을 거론하며 군불을 때기 시작한 셈이다. 매번 말을 바꿔가면서 자가발전식 행보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 논리는 민주당 당론 이라기보다는 전남지사 출마를 위해 사전정지 작업 차원에서 스스로 만든 게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180도 말을 바꿔 1월8일 불교방송에서 “전남 지사로 나서겠다는 생각도 없고, 계획도 없다”고 한데 이어 1월13일 SBS에 출연해서는 “제가 구태여 지방에 내려 갈 일은 없을 것이다"라는 멘트를 날려 출마를 접는 듯 했다.

그러던 그가 3월 4일 느닷없이 전남도청 기자실을 들러 “지도자는 잔인한 결정을 해야 한다”며 사실상의 출마를 내비쳤다.

박 의원은 7일 TV조선 '시사토크 판'에 출연해서 기존 출마자들의 반발과 관련해 "제각 여론조사 지지율 1위니까 그 분들이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분들 안철수 태풍 불 때 무슨 말을 했나 생각해봐야 한다. 저는 분명히 일주일 동안 여론의견 수렴해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전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하게 되면 끝까지 싸워 이기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의 일관성 없는 행보와 말 바꾸기 행태는 기존 출마자들의 공분을 사기에 이르렀고, 이를 보다 못한 도의원과 시민단체까지 합세하면서 과거 구태정치를 그대로 답습하는 ‘도로 민주당’이 된 듯한 형국이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다” “말이 바뀐 게 아니라 상황이 바뀌었다”는 박 의원의 상황논리는 정치의식이 한 단계 높아진 도민들이나 정치권에 먹혀들지 않으면서 역풍을 맞기에 이르렀다.

전남도의회 윤시석(장성) 의원 등 도의원 15명은 10일 성명을 통해 "박지원 의원의 말 바꾸기는 구태정치의 대표적 행태"라며 "정치개혁을 선도해온 전남도민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현직 도의원들이 지역을 대표하는 중진 국회의원을 향해 직격탄을 날리고 집단반발에 나선 것이다. 동교동계로 박 의원과 형님 동생하면서 30년을 함께 했다는 이낙연 의원의 지역구인 장성, 담양, 곡성, 함평, 영광 출신 도의원들이 많다. 여기에 무안, 여수, 순천, 고흥 등도 가세했다.

박 의원이 출마할 경우 지역구가 겹치고 지지층이 엇비슷해 선거구도 자체가 불리하게 될 이낙연 의원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당연하다.

이 의원은 5일 "박 의원이 하려는 것은 말 바꾸기를 위한 명분 만들기 수순이다"며 "지도자가 그렇게 해서는 도민의 존경과 신뢰를 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 측 이석형 전 함평군수는 5일 항간에 떠도는 이른바 ‘지방선거와 총선 빅딜설’을 겨냥한 듯 "박 의원이 지사를 출마하면 (목포지역) 국회의원은 누가 할 것인지 각본까지 다 짜여 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남도민과 목포시민의 생각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치를 사유화시키는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며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이 제3지대 당을 창당하는 시점에서 박 의원은 사욕에 앞서 노욕을 보인 아름답지 못한 정치행태"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반면 동부권에서 지지도가 높은 주승용 의원은 상대적으로 완곡하게 비판했다.

‘독수리 4형제’로 박 의원과 가까운 사이인 김영록 의원은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동안 지역정가에서 줄기차게 제기돼왔던 이른바, ‘박 의원이 출마를 공식선언하면 김 의원은 뜻을 접고 박 의원을 밀기로 했다’는 설이다.

김대중 대통령 서거 이후 나름대로 '리틀 DJ'로서 호남의 정치 판을 좌지우지 해왔던 박 의원으로서는 또 한번의 시련을 맞게 된 셈이다.

‘구태·꼼수정치’를 계속할 것인가‘. ‘노욕을 보인 아름답지 못한 정치행태를 보일 것인가’, ‘정치사유화로 도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힐 것인가’ ‘중앙정치냐 아니면 지역발전을 선택할 것인가’

이제 박 의원이 중견정치인으로서 깔끔하고 명쾌한 답을 해야 하는 최종 선택의 순간이 기다리고 있다.
<광주뉴스통> www.gjnewst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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