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운태 광주시장이 당내 경쟁자인 李용섭 민주당 의원의 출마선언에 핏대를 세우며 날선 공방을 벌였다.

강 시장은 5일 이용섭 의원이 광주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광주시정을 비판하자 논평을 통해 '개탄스럽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평소 냉정함을 잃지 않던 강 시장이 '아름다운 경선'을 주장하며 자신의 아킬레스 건을 건드렸다고 해서 이 의원에게 화를 낸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고시 선후배 사이로 장관과 국회의원 등을 두루 거쳐 광주 전남에서 만큼은 국정 경험이나 개인 능력으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행정 경험이 풍부한 두 사람이다. 고등학교와 고시 선후배 사이로 한때는 막역한 사이였다.

강기정 의원이 광주시장 경선에 선뜻 나서지 못한 채 머뭇거리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러한 맥락과 무관치 않다.

이용섭 의원은 이날 가진 출마선언을 통해 강운태 시장의 민선5기 광주시정에 대한 날선 비판을 가했다.

행정의 달인이라는 자부심 하나로 살아온 강 시장의 가장 예민한 부분을 건드린 셈이다.

강 시장이 치적으로 내세운 무등산 국립공원 승격, 수출 실적, 제 2순환로 행정소송 승소 등을 외형적인 성과로 치부하면서 리더십, 도덕성 문제까지 싸잡아 꼬집었다.

이용섭 의원은 드디어 청렴한 공무원으로 평생을 살아왔다는 강 의원의 자존심 마저 건드리고 말았다.

"갬코 사건·총인 비리·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 과정에서 야기된 공문서 위조 논란 등은 광주시민들의 자존심을 크게 실추시켰다"고 주장한 대목이다.

강 시장의 아킬레스 건으로 선거 때가 되면 당연히 터질 것이라는 이미 예견된 사안을 이 의원이 일찌감치 터트리고 말았다.

그러면서 "광주시장은 도덕적으로 정직하고 청렴해야 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이 의원으로서는 조직면에서 열세인 점을 만회하고 여론을 선점하기 위해 선거 전략상 회심의 카드를 쓴 셈이다. 앞으로의 선거과정에서 광주시정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전이 벌써부터 예고되는 대목이다.

광역단체장이라는 자리가 갖는 현직프리미엄은 어마어마 하다.
광주시 산하 출연,출자기관, 투자기관, 체육회, 직능별 단체,심지어 각종 이름으로 움직이는 자원봉사자에 이르기 까지 현역 단체장이 행정의 촛점을 선거에 맞추고 그 많은 조직과 단체들을 적극 활용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선거에 보탬이 된다.

'지방권력' '소통령'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강-이' 두 사람 모두 행정을 넘어 선거의 달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 의원의 여론 선점용 출사표에 맞서 강 시장 측은 즉각 '비방으로 시작하는 이용섭 의원의 광주시장 출마회견을 개탄한다'는 제하의 논평을 내놓았다.

"'아름다운 경선'은 상대에 대한 인정과 존중에서부터 시작된다는데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돼 걱정스럽다"로 시작된 논평은 이 이원이 강조한 대목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사실무근이다' '표리부동하다' '독불장군식이다' '분열주의적 선동이다' 라는 표현으로 일관하며 불쾌감 마저 표시했다.

공무원들의 공분을 사게하는 문구도 짚어 넣었다.

"이 의원은 광주시장의 리더십, 공직자들의 노력으로 일군 민선 5기 광주시정을 사실과 다르게 왜곡하고 자의적 잣대로 평가했다"
"광주시장, 자신이 속한 민주당, 시정성과를 위해 땀 흘려 뛰고 있는 6000여 공직자들을 무능한 집단으로 폄하하지 말라"고 한 대목이다.

그러면서 이 의원을 겨냥해 "수차례 '아름다운 경선'을 주장하면서도 정작 구시대의 전형인 비방전으로 선거를 시작했다"고 꼬집은 뒤 "이 의원의 주장대로 광주가 자존심을 잃고 경제적으로 낙후됐다면 정작 자신은 그동안 뭘 했는지 묻고 싶다"고 몰아 붙였다.

지난 2010년 경선에 이은 '리턴매치'라는 점에서 시민들은 앞으로 두 사람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호남을 교두보로 삼으려는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간 치열한 접전 속에 두 사람의 역할과 무게감은 클 수 밖에 없다. 안철수 신당과의 본선도 치르기 전, 말하자면 준결승 전에 불과한 민주당 경선에서 두 사람이 '아름다운 경선'이 아니라 난타전을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 시민들은 의아해 하고있다.

정작 대립각을 세워야 할 대상은 안철수 신당인데 말이다.

강시장이 예기치 않은 속내를 드러내고 만 요인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지지율'의 하향세가 아닌가 싶다.

4년전의 악몽으로 거슬러 가보자.
2010년 4월10일 김대중 컨벤션센타에서 치러진 민주당 경선에서 당시 강 시장은 37.8%의 득표율을 얻어 이 의원을 간발의 차이인 0.45%포인트로 이겼다. 당시 경선 결과를 발표하는 순간 패배의 쓴 잔을 마셨던 이 의원은 물론이거니와 아슬아슬하게 광주시장을 꿰찬 강 시장의 마음도 출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정치적 앙숙'에 가까울 정도로 소원한 사이가 됐다.

두 사람간의 '아름다운 경선'이 아닌 치열한 공방전이 예고된 것도 어찌보면 지난해 말과 올 들어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강-이' 두사람의 지지율은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 뒤치락 하면서 팽팽하게 맞서왔다.
'어느 신문사에서 여론조사를 한다는 말이 퍼지면 양 측의 캠프 관계자들은 신경을 곤두 세우며 예민할대로 예민해지곤 했다.

현재 양측 모두 지지율을 놓고 일희일비 할 정도로 초박빙 상태다.

그러나 올해들어 조사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용섭 의원이 미세하나마 강 시장의 지지율 보다 강보합 상태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관련기사 참조, 강-이 리턴매치 최후승자는? >

강 시장은 지난해 10월 무등일보 여론조사 부터 이 의원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지만 최근 설 연휴 직전 발표된 3~4 개 신문사 여론조사에서는, 그것도 처음으로 근소하게 이 의원에게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 전문가들은 "미세한 지지율 격차가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 더욱 벌어질 게 뻔하다"고 예상한 것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강 시장 입장으로서는 민주당 경선이 룰 <당원 5(전국 대의원 10%·권리당원 30%·일반당원10%):시민 5(시민 여론조사)대로 치러질 경우 진성당원을 최대한 많이 확보한 상태에서 또 다시 당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선거 전문가들의 예견대로 민심이 돌아서 지지율이 갈수록 침체될 경우 자칫 재선가도에 황색불이 켜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민주당 입장에서도 이번 경선이 지나친 과열로 아름다운 경선이 되지 못하고, 그래서 표심이 안 신당쪽으로 혹여 쏠릴까봐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안 신당과의 본선 경쟁력이 약해 질 게 뻔한데 강 시장이 어제 출마를 선언한 고시후배, 이 의원에게 견제구를 날릴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은 뭘까.

단 하나 밖에 없다. '조바심' '불안감'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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