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포뮬러원) 코리아 그랑프리 대회가 내년도 F1 공식 일정에서 제외된 5일 오후 텅빈 영암 F1경주장에서 한 직원이 청소를 하고 있다. /영암=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

내년 F1 코리아 그랑프리 개최가 끝내 무산됐다. 이로써 지난 2010년부터 4차례 대회를 개최하면서 1900억원대에 달하는 적자 논란을 낳았던 F1은 휴식기를 가지면서 재점검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얻었다.

반면, 2015년 이후 대회를 치르더라도 운영사인 FOM과 처음부터 개최권료 협상을 다시 해야 하는 등 대회 재개를 위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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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전남도는 “국제자동차연맹(FIA) 산하 세계모터스포츠평의회(WMSC)가 전날 프랑스 파리에서 회의를 열고 내년 F1 일정(캘린더)에서 한국 대회를 최종적으로 제외시켰다”고 밝혔다.

세계 각국을 돌며 대회를 치르는 F1은 공식 캘린더에 일정을 표기하는 데 여기에서 빠졌다는 것은 FOM측이 최종적으로 한국대회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WMSC가 이날 확정발표한 2014년 F1 개정 캘린더에 따르면 내년에는 3월16일(결선 기준) 호주 대회를 시작으로 11월23일 아부다비까지 19개 대회로 치러지며 애초 초안에 포함됐던 22개 국 가운데 한국과 미국, 멕시코 등 3개국은 빠졌다.

이는 전남도와 FOM의 개최권료 협상 결렬에 따른 것이다. 전남도는 4370만 달러(463억원)에 이르는 개최권료를 2000만 달러(212억원)로 대폭 인하하지 않는 한 대회를 치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FOM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FOM측이 그동안 10월에 열렸던 대회를 내년에는 4월에 개최할 것을 요구해 전남도가 반발했었다.

내년 대회 일정에서 한국 대회가 빠졌다고 해서 영원히 한국에서 F1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재협상을 통해 2015년 다시 대회를 열거나 몇 년을 더 쉬고 대회를 재추진해도 된다. 실제, 인도와 멕시코 등이 각각 1년, 20년 동안 대회를 중단했다가 복귀한 경우도 있었다.

또 내년 대회가 취소되면서 총 7차례 대회를 치르기로 했던 애초 계약과는 달리 6차례만 대회를 개최하게 됐다. 올해까지 4년 연속 4차례 대회를 열었고, 내년 대회가 무산됐기 때문에 남은 2차례만 더 개최하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 새로운 도지사가 취임하면 F1을 계속 추진할지 여부는 더욱 미궁 속으로 빠질 우려가 크다. 개최권료를 깎지 않고는 적자폭을 줄일 수 없는데 FOM측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미 개최권료를 두 차례 인하해준 FOM이 다른 개최국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추가 인하에 난색을 표하고 있고, 재협상시 인하된 가격에서 협상을 시작하는 게 아니라 원점에서 다시 개최권료를 논의해야 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초기 700억원이던 적자를 4분의 1로 줄였고, 한 해 16만명이 다녀가는 등 F1의 직접적인 경제 효과가 400억원에 달한다”면서 “FOM의 요구대로 4월에는 대회를 도저히 치를 수 없어 차라리 한 해 연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남도의회도 F1 내년 대회가 무산되자 이날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전남도가 요구한 개최권료 예산 100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대신, 향후 F1 대회 개최를 위해 37억원의 예산을 F1 대회 대응 및 지원 명목으로 신규 반영했다.

/오광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