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13 총선 이후 패배의l 쓴잔을 마시고 자의반 타의반 정계를 떠났던 강기정·이용섭 전 의원이 정치활동을 공식적으로 재개해 정가의 눈길을 끌고 있다.

대부분 정치권 인사는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정치에서 몸 담은 사람들은 쉽게 정치를 떠날 수 없는 것이 생리라는 것이다.

이 두 사람은 광주시장 후보군으로도 꼽힌다. 두 전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으로 형성된 '조기대선' 정국에 맞춰 기지개를 켜면서 잰걸음으로 정치일정에 맞춰 얼굴을 내미는 등 바람을 일으키는 중이다.

12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강 전 최고위원과 이 의원은 10일 마감한 더불어민주당 광주 북구갑과 광산을 지역위원장에 공모했다. 그동안 북갑은 심재섭 광주 북구의원이, 광산을은 박인화 전 광주시의원이 각각 직무대리로 활동해 왔다.

민주당은 지난 9일부터 이틀간 전국 16개 사고 지역위원회 지역위원장 후보 공모신청을 받았다. 이번 공모는 조기 대선을 앞두고 야권 심장부인 광주에서 원내 1당의 조직을 튼튼히 정비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광주 지역위원장 북갑 2명, 광산을 2명 신청

공모 마감 결과 광주 북구갑에는 강기정 전 의원과 정준호 변호사, 광산을에는 이용섭 전 의원과 박시종 '포럼광주' 사무총장이 응모했다. 각각 2대1의 경쟁률이다.

지난해 총선에서 나란히 '쓴잔'을 마시며 정치권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었던 강·이 전 의원은 지역위원장 공모를 통해 재기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북구갑은 강 전 최고위원의 단독응모가 예상됐으나 정준호 변호사가 나서면서 2파전이 됐다. 정 변호사는 지난해 4월 총선에서 강 전 최고위원 대신 깜짝 전략공천됐으나 법조계 선배인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에게 완패했다.

정 변호사의 경우 "항간의 '떴다방 공천'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광주에서 변호사 사무소를 내고 가족 모두 광주로 옮겼다. 이제 출향민이 아닌 온전한 토박이로 살아가고 있다"며 "당과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각오"라는 입장이다.

3선의 강 전 의원은 중앙당이 자신의 지역구인 북갑이 전략공천 지역구로 선정되자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불출마했다.

공천배제 후 지난해 2월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눈물의 필리버스터'로 화제를 모은 그는 지난해 7월 초 독일 베를린 자유대에서 방문연구원 코스를 밟다가 예정보다 3개월 앞선 지난달 말 귀국했다.

강 전 최고위원은 지난해 4월 총선 이후 독일에서 체류하다 설 연휴 직전 귀국한 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캠프의 종합상황실장으로 중용됐다. 강 전 최고위원은 "당의 요청이 있었고, 독일에서 빨리 들어와야 할 이유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정계은퇴'를 시사했던 재선의 이용섭 전 의원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이 전 의원은 8개월 만의 복귀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에게 패해 낙선한 뒤 2개월 후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제 광주 정치에서 물러나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현실정치를 떠나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며 정계은퇴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사실 이때만 해도 정치에 염증을 내던 시기였다.

그러나 정계 은퇴 기자회견문 마지막 문장에서 "'정의롭고 풍요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목에서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정치의 먹물을 깨끗이 씼어내기에 힘든 유혹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달 22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문재인 민주당 후보 지지모임인 '포럼광주' 출범식에 참석한 뒤 문 후보와 독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지역위원장 후보 신청 전 "민주당을 통한 정권 교체가 중요하고, 광주가 갖는 전략적 중요성 또한 커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 전 의원의 '대항마'는 공교롭게도 지역내 손꼽히는 문재인 측 인사로 분류되는 박시종 포럼광주 사무총장이다. 노무현재단 광주지역위원회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원조 '친노인사'로 지역위원장 자리를 두고 이 전 의원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 1명도 없는 광주에서 지역내 탄탄한 지기기반을 갖춘 두 전 의원이 지역위원장을 맡을 경우 정치지형도에도 상당한 변화를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광주시장 후보군 첫 관문으로

특히 두 전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광주시장 후보군으로 꾸준하게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어 이번 지역위원장 공모가 광주시장 도전을 위한 '첫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시장 선거 출마여부에 대해 이 전 의원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지금 당장은 시장선거를 논할 때가 아니라 대선승리가 최우선이라는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 전 최고위원도 "나중에 얘기하자"는 입장이다.

현재 광주지역 국회의원 8명은 모두 국민의당 소속이지만 윤장현 광주시장의 당적은 민주당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강·이 전 의원은 광주시장 잠재 후보군으로 이들이 지역위원장으로 복귀하고 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광주시장 선거구도가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차기 광주시장 입지자로는 장병완, 김동철, 박주선 등 국민의당 일부 의원들을 비롯해 10명 가까이 거론되고 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조만간 지역 여론정취를 위한 현지 실사를 거친 뒤 중앙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최고위원회의를 거쳐 지역위원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권리당원의 투표를 통한 경선을 치를 것인지, 아니면 최고위원회의에서 임명할 것인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대선을 앞둔 시점이어서 '임명'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