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톡톡뉴스]이승현 기자=올해 전 국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메르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정부는 감염병 대응능력의 민낯을 역력히 드러냈다.

또한 우리 국민들은 감염병 초기 대응 실패로 인해 보건당국의 공공보건의료시스템에 대한 비체계적인 위험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했다.

그만큼 이번사태는 국민의 건강과 직결됐던 만큼 그로인한 막대한 비용의 사회경제적 손실은 물론이고 국민건강에 대한 정부의 의료정책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이로 인해 정부는 감염병 대책, 의료시스템 개선, 의료자원의 지역불균형 등에 대한 여러 가지 과제를 떠안았다.

특히 감염병에 대해 지자체의 신속한 대응을 위한 정부의 효율적인 시스템 구축과 세부적인 감염병 관리지침 보완,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수평적인 감염병 매뉴얼 정비 등은 무엇보다도 시급해 보인다.

이렇게 메리스의 공포로 인한 감염병 대책 마련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지만 최근 의사인력의 수도권 쏠림과 의료취약지 근무기피, 의과대학 여학생 비율 증가로 인한 공공보건의료 인력 감소 등으로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의사인력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정부의 보건정책은 제자리 걸음만 걷고 있는 실정이다.

또, 주로 단기 의무복무 인력을 활용하고 있는 현행 공공보건의료의 운영상 한계로 공공의료 질이 떨어지고 군 의료분야의 단기 복무 군의관 중심의 의료서비스 품질에 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향후 정부의 공공보건정책에 대한 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편집자주

지난 1일 보건복지부는 국립보건의료대학을 설립해 감염병 대처 전문 인력육성과 공공의료 해결을 위한 공공 의사 양성 등을 위해 정부가 등록금과 생활비 등을 지원해주고 의사를 만들어 최소 10년 동안 공공의료에 봉사하도록 한다는 취지의 국립보건의료대학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별도의 입법 없이 이 법안의 입법을 도와 국립보건의료대학을 설립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 이정현 “의대 대신 보건대학”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전남순천·구례)이 지난해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내걸었던 ‘의대유치’공약 무산에 따른 대체카드로 새누리당 의원 48명과 함께 발의한 ‘국립보건의료대학 및 국립보건의료대학병원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따른 것이다.

한때 이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을 두고 국회보건복지위에서 야당의 반대로 법안상정 자체가 거부당해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뒤늦게 지역정서를 고려한 새정치 정책위가 법안에 찬성하면서 내년 2월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다.

일부 의사들은 성명까지 내며 선거철만 되면 등장하는 대표적 선심성 공약인 ‘의대신설’의 재탕 삼탕 버전이라고 비판하며 현 국립의대의 교육·수련 과정을 개선하고 공중보건장학제도 등을 활용하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로 인해 이 의원이 순천대 ‘의대유치’ 공약이 헛공약이라는 일부 지역민들의 비난여론에 직면해 차선책으로 내세운 국립보건의료대학(일명 보건사관학교) 설립은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렇다면 지역민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의료계 안팎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보건사관학교’ 설립에 대한 공공의 이익은 무엇일까?.

지난달 27일 순천시청에서는 이정현 의원을 비롯 고재경 새정치연합 정책위 부의장, 이중근 의대 추진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순천시의회가 마련한 ‘순천대 의대 유치를 위한 바른길 찾기 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에 참석했던 고재경 새정치연합 정책위부의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정현 의원은 토론회에서 순천대의대는 의사협회의 반대와 18년 동안 의대 신설이 없는 등 정부계획이 없다는 점을 들어 그 대책으로 보건의대를 발의했다는 말을 했다”고 전하며 “선거당시에는 유치할 수 있다고 해놓고서 이제 와서 안된다고 하는 것은 면피성 발언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보건의대 발의 또한 19대 국회에서 한 번도 다뤄지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2030년에는 4000~1만 명 정도의 의료인이 부족할 것’이라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를 바탕으로 “지금이 순천대 의대 유치를 위한 최적의 기회”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정현 의원은 “의과대학 부속병원이 하나도 없는 전남에 의대를 유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일반의대는 안될 수도 있지만 막연하게 기다릴 수는 없다”며 “국립보건의대는 정부에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고 전남에 유치하게 되면 지역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또 “전남 동부권과 농촌지역 응급진료 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의료 관광 등 새로운 의료사업에 있어서도 큰 기회가 창출될 것이다”며 “이 사안은 지역정치권이 협조해서 공동으로 성사해야 하는데 30년 동안 야당이 지역민심을 독점해 왔음에도 그것 하나 유치 못했는데 지금 훼방이나 놓는 자세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의대유치에 대한 이 의원의 공약불이행을 놓고 내년 총선을 준비중인 고재경 새정치연합 정책위 부의장과 일부 참가자의 날선 공방 속에 일각에서는 의대유치에 대한 지역사회의 고조된 관심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 총선 겨냥 ‘의대유치’ 날 선 공방

김병권 순천시의회 의장은 “국립보건의대가 현재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다면 유치를 진행하되 순천대 의대 유치 또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밝히고 “순천의대 유치가 더 이상 여야의 정쟁 대상이나 개인 공과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보건의대가 규모나 상세한 부분이 확정이 안돼서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3000억정도의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적 순기능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이 의원이 발의한 국립보건의료대학 설립 법안을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네거티브 전략’으로 활용해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지배적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국립보건의료대학 설립이 ‘의대 유치’ 못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노영복 광양보건대 총장은 “보건대학 설립을 기본적으로 찬성하며 의과대 설립문제가 다른 학과와 성격이 다르고 보건대 관계자로서 그런 여건을 잘 안다. 계속 의과대 신설을 기다리는 것 보다 의과대유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도 의과졸업생은 많지만 여전히 의료사각지대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국립보건의료대학이 도움이 될 것이고 그런 점에서 큰 의미로 부각되어야 할 것”이라며 “지역에 경제적 효과도 크겠지만 의료복지나 사회적 효과가 더 큰 만큼 의료보건대학이 들어오는 것은 큰 이익을 안겨 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지역사회에 논란이 되고 있는‘의대유치 공약’포기와 관련해서는 “의사를 안 만드는 학교라면 문제가 될 것이지만 어쨌든 기능과 명칭은 다르지만 사회에 의사를 공급하는 것은 맞기에 공약을 바꾼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보건의료대학 설립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 지역사회 “보건대학 설립도 환영”

이같이 이 의원의 의대유치 논란이 지속되면서 지역민심을 국립보건의료대학 설립으로 돌려세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지만 보건의료대학 설립 또한 경제적 실용성과 지역사회의 공익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순천시는 성명서를 통해 “국가적으로 메르스 사태 등으로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날로 커져가는 시점에서, 의료 시설이 취약한 동부지역에 순천대 의대 유치를 추진해 온 순천시 입장에서는 시의적절한 법안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국가의 의료 복지 기본 틀을 세우기 위한 이 법안이 정치적·정략적 이용물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지역 정치권도 대승적 차원의 공공의료 보건 의료대학 설치에 힘을 모아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내년 20대 총선에서 순천지역구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새정치연합 김광진 의원(청년비례) 도 “순천의대유치 공약을 지키는 것이 순천시민들의 바람이지만 국립보건대학 설립도 지역에 이익이 된다면 야당이라고 반대하지는 않겠다”는 조심스런 입장을 표명했다.

그동안 전남 동서의 지역 감정을 일으켰던 목포대와 순천대의 의대유치 경쟁속에서 의료취약지의 의료서비스 접근성 확대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의대신설을 반대해 온 대한의사협회와 18년 여에 걸쳐 의대신설을 하지 않고 뒷짐만 졌던 정부, 의사정원은 남아도는데 인구수와 산업단지가 많다고 의대를 신설해야 된다는 것은 설득력 없는 주장이라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던 정치권이 박근혜의 남자 이정현 의원의 공약 실현에 어떠한 해답을 내놓을 지 지켜 볼 대목이다.

또한 지역사회의 정치적 쟁점으로 치닫고 있는 순천대 의대 유치 논란을 두고 이 의원의 차선책 카드인 ‘보건사관학교’가 지역주민들의 의대유치 염원을 얼마나 충족시킬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