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아름다운 나눔의 새해되길"

봉사와 노동으로 일군 어진님들의 공동체


전남무안에서 목포로 진입하기 전 오른쪽 산 중턱. 9만9000여㎡(3만여평)에 건물 몇 채가 모여 작은 마을을 이루고 있다. 이곳을 ‘한산촌’이라 부른다.

그곳에 한국디아코니아자매회 소속의 언님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살고 있다. 디아코니아자매회는 기독교 여성수도회다. 평생을 결혼하지 않고 수도자의 삶을 살고 있다.

국내에 있는 여성수도회 소속 언님은 모두 9명. 이곳 한산촌에 6명, 그리고 1998년에 천안에 설립한 본원에 3명이 있다.

어진님 이라는 의미를 가진 언님들의 삶은 이웃을 위한 봉사와 노동으로 채워진다.

안규숙 언님은 지난 1987년 이곳으로 내려왔다. 30대 초반의 일이었다. 당시 서울 고아원에서 일을 하다 여성수도회 출가결심을 했다. 안 언님은 “부모님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동의서를 쓰는 아버지가 그토록 슬프게 우는 모습을 처음 봤다”고 회고했다.

안 언님은 “당시 아버지께서 흘리신 눈물자욱과 흔들린 글씨가 적힌 동의서가 지금도 보관돼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디아코니아자매회는 1980년 1월 만들어졌다. 언님이 되려면 6년 동안의 강도 높은 수련을 통과해야 한다. 안 언님은 “언님이 되기 위해 다녀간 사람은 현재 언님 수의 몇 배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언님이 되더라도 생활은 중세 수도자들과 비슷하다. 아침 6시 묵상기도로 하루를 시작해 식사와 청소, 노동, 봉사활동 등을 마치고 나면 밤 10시 30분이다. 하루 14시간 이상의 노동과 활동이 이어진다. 안 언님은 지난 주 김장을 하다가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한산촌에 있는 6명의 언님들은 재가복지, 요양원, 자매회 살림 등 업무를 나눠 맡고 있다. 이들은 1980년 이곳에 들어온 뒤 폐결핵 환자를 돌봤다. 그동안 거쳐간 환자만 2천여명이 넘는다. 예배실과 교육실 그리고 병실도 손수 건축했다.

그 뒤에는 소년소녀가장, 독거 노인, 무의탁 노인 등 이웃을 위해 헌신했다. 먹을 것을 주고 장학금을 줘서 학교에 다니게 만들었다. 더러는 위급한 이웃을 병원으로 데려가 수술을 시켰다.

안 원님은 “목포시내에 있는 피시방과 오락실을 안 가 본 곳이 없다”고 했다. 청소년들이 가출할 때마다 찾아 나섰기 때문이다. 시금치, 고구마, 상추 등 농사도손수 짓는다.

안 언님은 “사람마다 자기 자리가 있다. 난 내가 맡은 일을 열심히 할 뿐”이라며 “물론 힘들 때도 있지만 이웃들의 입장을 헤아려주면 모두의 삶이 행복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요즘들어 IMF 때 처럼 서민들의 생활이 많이 어렵다”며 “새해에는 작지만 마음이 담긴 나눔과 정이 모아져야 한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이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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