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한 재료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제철에 나는 전남산 농수산물로만 담습니다. 맛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죠. 없어서 못 팝니다.”
마을 반찬사업의 본보기로 떠오르고 있는 장성 ‘북하특품사업단’ 정병준(36) 대표의 이야기다.

“냉동한 재료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제철에 나는 전남산 농수산물로만 담습니다. 맛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죠. 없어서 못 팝니다.”
마을 반찬사업의 본보기로 떠오르고 있는 장성 ‘북하특품사업단’ 정병준(36) 대표의 이야기다.

장성군 북하면에 있는 북하특품사업단(사업단)은 마을 대대로 내려오는 마을 반찬을 전통방식 그대로 만들어 파는 기업이다. 장성군 전통식품 지정업체이자 전라남도가 품질을 인증하는 농산특산품 업체다.

조선간장에서부터 장아찌, 김치, 떡, 각종 젓갈까지 그 종류만도 30여 가지에 이른다. 남도음식 특유의 맛을 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력 상품은 장아찌다. 깻잎장아찌, 취장아찌, 매실고추장아찌, 더덕장아찌 등이 있다. 이 중 감을 사용해 만든 감고추장아찌나 감된장장아찌는 내놓기가 무섭게 팔려나간다. 벌써 동난 지 오래다. 올 가을 이 맛을 보려는 이들이 벌써부터 예약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지고 있다.

만든 반찬은 직거래 시스템을 통해 전국에 판매한다. 중간상인과는 거래하지 않는다. 소비자에게 보다 싼 값에 보급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지난해 15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엔간한 중소기업 부럽지 않을 정도다.

비결이 궁금했다. 매실 손질에 여념이 없는 오명애(62) 전 대표에게 물었다.
“특별한 비법은 없습니다. 내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좋은 재료를 쓰고 소비자를 속이지 않는 정직함이 전부예요.”

한사코 손사래를 치던 장 전 대표가 말하는 비결은 간단했다. 무엇보다 신선한 재료에 있었다. 사업단은 냉동된 재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제철에 나는 지역농산물로 제철에만 담는다. 장성에서 나지 않는 재료는 전남산을 사다 쓴다.
모든 공정을 손으로 일일이 처리하는 것도 비결 중 하나다. 재료의 선별부터 담그기까지 모든 과정을 하나하나 손으로 처리한다. 담그는 과정에서는 흔한 비닐장갑도 끼지 않는다. 음식 맛은 손맛이 좌우한다는 우직한 믿음 때문이다.
“음식은 청결과 정성입니다. 위생모, 위생복 착용은 철칙이지만 장갑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온 종일 고춧가루를 만지다 보면 아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적응됐나 봅니다.”

주민의 근속 연수가 긴 것도 맛의 비결 중의 하나다. 맛의 표준화를 위해 마무리 작업은 반드시 2명만이 담당한다. 8명이 손으로 만들지만 같은 맛을 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초창기에는 많이 버리기도 했습니다. 맛이 제대로 나지 않으면 무조건 버렸죠. 1500kg을 한꺼번에 버린 적도 있습니다. 음식을 버린다는 죄의식도 많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아깝다고 생각하면 성공하지 못합니다.”

미국, 호주에도 수출

북하특산품사업단은 지난 1999년 화룡마을 주민 8명이 의기투합해 마을 전통식품을 공동생산·판매하기 위해 만든 기업이다. 지금이야 잘나가는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출발 초기에는 마을의 자생단체에 불과했다.
시작은 쉽지 않았다. 농사만 짓던 순박한 농촌여성들이 사업을 한다는 게 그리 간단한 일만은 아니었다. 실패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정성스럽게만 만들면 판매에는 문제없을 것”으로 보았던 이들의 순진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판로가 막히다 보니 문을 닫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동안 투자한 시간과 비용이 아까웠다. 절치부심 끝에 8가구가 다시 뭉쳤다.

작심하고 덤벼들었지만 홍보와 판매는 여전히 쉽지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장성군이 도움의 손길을 뻗어왔다. 장성군의 도움을 받아 대도시 직거래 장터를 빼놓지 않고 쫓아다녔다. 마을 반찬을 알릴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갔다. 연일 강행군으로 몸은 만신창이가 됐다. 때마침 식품유통회사에 근무하던 오 전 대표의 아들 정병준(36) 씨가 합류했다. 천군만마였다.

맛과 품질이 좋다 보니 입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한 번 맛본 이들의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개인만이 아니었다. 코레일유통과 계약을 맺고 전국적인 판매를 시작했다. 국내 유수의 쇼핑몰과 대형 할인점, 내로라하는 백화점에 속속 입점하는 쾌거를 올렸다. 진출이 까다로운 유기농매장까지 손을 뻗어왔다.

참살이(웰빙) 식품으로 주목받으면서 미국, 호주 등에서도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 제철 농산물 확보가 가장 어렵다는 정 대표는 “편백의 피톤치드를 이용한 새로운 장류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면서 “서울지사와 미국지사에 이어 호주에도 지사를 설립해 마을 반찬산업의 새로운 모델로써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 061-392-6331 www.bukha.co.kr